메뉴 건너뛰기

기사/뉴스 김대호 아나운서의 '해맑음', 이젠 다르게 보인다
89,133 980
2024.03.04 14:01
89,133 980
지난 2월 23일, MBC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아래 <나혼산>)는 김대호 아나운서 일가친척이 설 명절을 보내는 풍경을 방송했다. 

김대호 아나운서가 식당에 들어서자마자 친척들의 박수세례가 이어졌다. 예능 신인상 수상 축하박수였다. 일가 친척이 잡힌 첫 화면이었는데 성인 여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잠깐씩 성인 여자들이 카메라에 잡힐 때도 있었다. 그들은 주방 한쪽 구석에 서 있었다. 누가봐도 종일 일한 몰골이었다. 말끔하게 차려입고 넓은 마루에 앉아 이야기 나누는 남자들과 대조적이었다. 

어른 할아버지가 몇 대손을 기억하라며 강조할 동안 상차림이 시작됐다. 상차림이 시작되는 순간 그 말 많은 <나혼산> 패널들은 갑자기 말수가 줄어들고 얼굴에는 당혹감이 어렸다. 김대호 아나운서는 모든 식구들이 일을 '분담'하기에 상차림이 빠르다고 해맑게 말했다.  

말문이 막힌 패널들
 

얼핏 봐도 성인만 30명이다. 김대호 아나운서는 남자들이 접시 옮기는 화면을 보고 '분담'이 잘된다고 했다. 30인분 식사 준비를 하면서 고작 접시를 나르는 일을 '분담'이라고 할 수 있을까. 저 많은 음식 중 한 가지라도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지고 '분담'했던 남자가 과연 있을까.

패널들이 입을 딱 벌린 채 다른 멘트를 못 찾고 있는데 김대호 아나운서는 또 해맑게 '가족들끼리 사이가 좋아서 명절을 기다린다'고 한 술 더 뜬다. 명절 당일 오후까지 주방을 벗어나지 못하는 여자들의 의견도 들어봤냐고 묻고 싶었다. 


 
김대호 아나운서는 직장 내 회식 문화를 싫어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일이 끝나면 다른 사람들과 눈도 안 마주치고 회사를 빠져나와 본인만의 여가생활을 즐겼다. 대중들은 그 당당한 모습을 '바람직한 K-직장인'이라며 부러워했다. 건강한 개인주의로 보였던 그의 행보가 '나만 아니면 돼'의 이기주의로 바뀌는 건 한 순간이었다. 딱히 힘들 일 없는 명절 모임에서는 모두와 눈맞춤하는 해맑은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패널로 나온 코쿤이 며느리들을 보며 '진짜 영웅들'이라고 할 때 김대호 아나운서는 말이 없었다. 생판 모르는 남이 하는 역지사지를 정작 당사자는 못한다.     

해맑음이 다르게 보일 때

'그런 명절문화를 김대호 아나운서 혼자 만들지도 않았을 텐데 뭐 그리 예민하냐'라고 할 수도 있겠다. 당연하다. 아직 그는 중간 서열이라 집안 문화를 주도할 힘이 없다. 서열도 안 되는데 무조건 바꾸라는 뜻은 아니다. 다만 그에게 문제 의식이 없었다는 게 아쉽다.

2024년에 남의 집 제사를 위해 내 집에 못가고 종일 일하는 여자들이 있었다. 이게 이상하다는 문제 의식이 있었더라면 그렇게 해맑은 모습으로 방송을 할 수 있었을까. 해맑음은 보통 긍정의 의미로 쓰이지만 이번 <나혼산>의 해맑음은 '문제의식 없음'을 증명한다.

다른 사람에게 보여지는 것에 지나치게 신경쓰는 대한민국 문화에 역행하는 김대호 아나운서의 행보를 나도 한때는 응원했다. 남들이 부르짖는 - 아파트, 좋은 차, 명품 등 - 좋은 것들이 굳이 내게 필요하지 않다며 미련없이 고개를 돌렸던 그가 멋있었기 때문이다. 김대호 아나운서처럼 내가 좋아하는 것들에 집중해 주관적인 행복을 만들어 나가는 사람이 많아져야 이 사회의 소모적 경쟁이 좀 줄어들지 않을까 싶어서 그의 영상 조회수 올리는데 나도 보탬이 됐다.

그런데 이제 그의 영상을 볼라치면 내 부모님도 못 만난 채 모르는 남의 조상 제사상을 차리던 여자들 생각이 먼저 날 것 같다. 혼밥 할 때 볼 다른 영상을 찾아야겠다. 그런 해맑음은 더이상 보고 싶지 않다.






https://n.news.naver.com/entertain/article/047/0002424301

목록 스크랩 (4)
댓글 980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농심X더쿠] 너구리가 완성한 가장 맛있는 해물 라볶이! 농심 라뽁구리 큰사발면 체험 이벤트 669 01.22 49,857
공지 [공지] 언금 공지 해제 24.12.06 4,517,981
공지 📢📢【매우중요】 비밀번호 변경 권장 (현재 팝업 알림중) 24.04.09 11,376,514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12,545,115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 정치글은 정치 카테고리에] 20.04.29 34,654,739
공지 정치 [스퀘어게시판 정치 카테고리 추가 및 정치 제외 기능 추가] 25.07.22 1,034,909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82 21.08.23 8,481,980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67 20.09.29 7,396,344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593 20.05.17 8,607,726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4014 20.04.30 8,487,101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9. 스퀘어 저격판 사용 금지(무통보 차단임)] 1236 18.08.31 14,341,694
모든 공지 확인하기()
2972462 이슈 14년전 오늘 발매된, B.A.P “WARRIOR” 00:43 0
2972461 유머 손해가 맥심하네요.jpg 00:43 21
2972460 이슈 라나 델레이 담배 퍼포먼스 00:43 10
2972459 이슈 학교 주6일 시절 00:42 73
2972458 이슈 지금 실시간으로 손상되고 있는 장기 6 00:41 806
2972457 이슈 흑백교수해서, 흑수저 조교수들이랑 백수저 정교수들 붙여보고 싶음 00:41 114
2972456 이슈 올데프 타잔 거울셀카 모음 (스압) 1 00:40 65
2972455 정치 김어준 정청래 문재인 조국이 원하는 정치 6 00:38 416
2972454 이슈 추억의 하이틴영화 덬들의 선호도를 알아보자 11112222 6 00:38 158
2972453 이슈 중국의 vs일본전 포스터.jpg 5 00:36 490
2972452 정보 스트레스를 받을때 디저트를 먹어야 하는 언어학적인 이유 2 00:35 390
2972451 이슈 나 3n살인데 진심 회사가기 싫어서 눈물이 주르륵 났음 19 00:34 1,547
2972450 이슈 11년전 오늘 발매된, 인피니트H “예뻐” 6 00:32 115
2972449 이슈 펜라로 교통카드찍기 3 00:29 1,063
2972448 이슈 냉부 손종원 따라하는 윤남노ㅋㅋㅋㅋㅋㅋㅋ 31 00:28 2,075
2972447 이슈 중국 박스 오피스 사상 할리우드 영화 흥행 1위로 올라온 주토피아2 1 00:27 374
2972446 유머 내가 동물이라면 사귈 수 있을까? - 말편 4 00:27 333
2972445 이슈 환승연애4 아직도 현커인거 안믿는사람 많은 조합.jpg 4 00:25 1,858
2972444 이슈 엑소 정규 8집 [REVERXE] 초동 집계 종료 36 00:23 1,967
2972443 이슈 오늘(26일) 미니2집으로 컴백하는 키키 KiiiKiii 5 00:22 2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