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을 마친 뒤 카트를 가지고 지하철 1호선에 탑승한 승객. 이 사진을 제보한 독자는 '해당 승객이 당연하다는 듯이 아무 망설임 없이 카트를 가지고 탔다'며 '아주 익숙하게 행동해 이런 걸 여러 번 해본 듯 했다'고 전했다. ⓒ데일리안 김인희 기자[데일리안 = 김인희 기자] 대형마트 등 쇼핑몰 내부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쇼핑카트를 제멋대로 반출해 집까지 가져간 뒤 짐을 내리고 나서는 아무렇게나 방치하는 '양심불량' 고객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심지어는 대중교통인 지하철에까지 카트를 끌고 탑승하는 광경이 목격되는가 하면, 방치된 카트에 쓰레기를 무단투기하는 일까지 비일비재해 카트를 수거해야 하는 유통업체 관계자들이 큰 고통을 겪고 있다.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의 한 아파트단지. 근처에 대형 쇼핑몰 여러 곳이 있는 이 단지에는 곳곳에 방치된 카트가 눈에 띄었다. 이 아파트단지 경비원 A(67)씨는 "걸어서 5분 거리에 쇼핑몰이 있고 10분 거리에는 백화점이 있는데 주민들이 많이들 카트를 끌고 온다"며 "단지 곳곳에 카트가 쌓여서 일주일에도 몇 번씩 수거해가느라 난리가 난다"고 전했다.
A씨는 "쇼핑몰과 백화점에서 카트를 반출하지 말아달라고 안내문도 붙이고 다 해봤지만 소용이 없다"며 "주민들은 '오히려 차를 안끌고가서 주차혼잡을 덜어주는건데 카트 반출이 뭐 대수냐'라고 생각한다"고 혀를 찼다.
이 아파트 주민 B씨는 "쇼핑몰까지 걸어서 5분이면 가는데 날씨가 안좋지 않은 이상 굳이 차를 가져갈 필요를 못 느낀다"며 "그래도 물건을 사면 무게가 꽤 되는데 그냥 손으로 들고오기엔 부담스러워 카트를 가지고 집까지 온다"고 말했다.
'그럼 집에 물건을 내려놓은 뒤에 다시 5분만 걸어가서 카트를 반납하면 되지 않냐'고 묻자 B씨는 "이제는 (카트 반출이) 거의 일상이 돼서 쇼핑몰에서 수거 트럭을 보내는데 굳이 (반납하러 갈) 필요가 있나"라고 답했다.
서울시 서초구의 한 아파트단지 인근에 방치된 쇼핑카트들.ⓒ데일리안 김인희 기자
쇼핑카트를 외부로 반출하지 말아달라는 백화점의 안내문이 부착돼있지만 무단 반출은 계속되고 있다.ⓒ데일리안 김인희 기자
카트 반출이 많이 일어나는 쇼핑몰을 찾아 관계자의 말을 들어봤다. 쇼핑몰 자산관리 담당자인 C씨는 이날 "하루 평균 250개 정도 카트가 반출되고 주말에는 두 배 이상"이라며 "몇 년 전 카트반출을 금지했다가 주민들이 불매운동을 벌인다고 해서 그냥 포기하고 아파트단지로 아예 수거 트럭을 보낸다"고 털어놨다.
C씨는 "카트의 바퀴는 실내 사용을 전제로 만들어진 것이라서 아스팔트 바닥에서 굴리면 금방 마모된다"며 "분실되는 것과 마모돼서 사용이 불가능해진 것 등을 합치면 매달 100대 정도 카트를 새로 구매하고 있다"고 전했다.
카트는 종류에 따라 8만~15만원 정도의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가장 저렴한 8만원짜리를 기준으로 잡아도 매달 800만원의 손실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일은 이 아파트단지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근처에 대형 쇼핑몰이 있는 주거지역이라면 전국 어디에서나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특히 더운 여름이나 추운 겨울에는 카트를 수거하는 쇼핑몰 직원들의 고생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경기도 성남시의 한 쇼핑몰 관계자는 "처음엔 카트 몇 개가 반출돼도 그냥 몸이 불편한 분이 그랬으려니 하고 직원들이 가서 회수해왔다"며 "이제는 '깨진 창문 효과'(누군가의 부적절한 행동이 제지당하지 않을 경우 그 행동이 급격히 확산되는 현상)처럼 번져서 쇼핑고객 10명 중 1명 정도는 당연하다는 듯이 카트를 가지고 나간다. 이제는 카트 회수 전담팀을 만들어야 할 지경"이라고 전했다. 이어 "방치된 카트를 수거하러 가면 쓰레기가 한가득 담겨 있는 경우도 많다"며 "쓰레기를 치우기 위해 미화팀까지 같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아파트 단지 내에 방치된 쇼핑카트ⓒ데일리안 김인희 기자
수거가 되면 그나마 다행이다. 일부 비양심적인 고객들은 카트를 아예 자기집 짐수레처럼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이는 사실상 도난된 카트인 것이다. 심한 경우 카트에 물건을 가득 싣고 지하철까지 탑승하며 다른 승객에게 민폐를 끼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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