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사랑받을 것이라, 욕을 먹을 것이라 예상했냐는 질문에 송하윤은 "예상을 했다기보다 사랑받을 수 있게끔 잘하겠다고 했다"며 "근데 신기한 게 정수민 욕은 하는데 송하윤 욕은 안 하시더라. 그래서 많이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고 답했다.
송하윤은 "사실 연기자들은 크게 느끼지는 못하는 것 같은데 정수민을 준비하며 1년간 미치게 외로웠다고 해야 하나. 근데 그 외로웠던 걸 다 풀어주는 것 같은 느낌의 댓글이 많았다. 제가 정수민으로 살기 위해 지독하게 끊임없이 절 괴롭히고 계속 설득했다. 처음에 정수민이 잘 안 받아들여졌다. 전체 리딩 때까지도 전 대본을 잘 못 읽은 상태로 했다. 처음에는 수민이를 잘 받아들이지 못해 거부감이 들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정수민을 연기하기로 결심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송하윤은 "제 연기, 제 얼굴에 대한 권태도 있었고, 연기자 생활에 대한 어떤, 같은 패턴에 대한 권태가 있어 선택한 부분도 있었다. 대본을 읽었는데 수민이 주위에 아무도 없더라. 그냥 아무도 없었다. 그래서 나쁜 애라는 건 알지만 '얘는 누가 지켜주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정수민은 송하윤이 지켜줘야겠다, 품어야겠다는 마음으로 처음 대본을 읽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송하윤은 "수민이로 막상 살아 보니까 그때 느꼈던 권태는 권태가 아니었더라. 수민이 덕분에 제 마음의 시야, 넓이가 굉장히 넓어졌다. 그런 부분들이 좋아진 것 같다"며 "수민이의 행동에 대한 이해는.. 아직 전 이 캐릭터에 정의를 내리지 못한 것 같다. 어쨌든 악의 마음을 읽는 것, 제가 품어야 하는 것은 쉽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캐릭터를 100% 이해하지 못했지만 연기만큼은 100점 그 이상이었다. 송하윤은 "저도 모르겠다. 저도 기억이 안 난다. 신기한 게 연기할 때 보통 감독님이 '액션'이라고 하시면 시작하고 '컷' 하면 끝나는데 전 그 소리가 절 그냥 다른 세상으로 데려가는 느낌이었다. 그런 경험을 엄청나게 많이 하지는 않는데 이번에 수민이를 연기할 때는 다 찍고 나서 기억이 안 나는 경우도 있었다. 탈진해서 주저앉았던 기억도 있고 되게 신기한 경험을 많이 했다. 본 방송을 보며 저도 구경했다"고 밝혔다.
이어 "저도 정수민한테 뭔가 홀렸던 게 아닌가. 내가 날 설득하려고 했는데 정수민이 날 홀렸던 게 아닌가 싶다. 인스타그램에 올렸던 제 과거 사진도 정수민 연기를 시작하며 다 정리했다. 제 얼굴을 보면 정수민으로 못 살 것 같더라. 그리고 드라마 보시는 분들에게도 그 모습들로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송하윤은 "후유증은 있다. 지금 진행 중이다. 근데 건강하게 진행 중이다. 1년 동안 수민이로 살며 힘듦과 외로움 등 인간으로서 느끼는 감정들을 입 밖으로 내지 않았다. 진짜 힘들다고 하면 무너질까 봐 버티면서 찍었다. 끝나고 약간 힘들긴 힘들었구나 싶어 눈물이 나더라. 작년 한 해는 (사적으로) 눈물 자체를 안 흘렸다. 저도 어떻게 그렇게 했는지 잘 모르겠는데 진짜 굉장히 이성적으로 살았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이어 후반부 극 전개에 대해 "수민이 캐릭터를 교도소에 두고 오는 게 너무 마음이 아팠던 것 같다"며 눈물을 흘렸다. 송하윤은 이날 인터뷰 내내 붉은 눈시울로 답변을 이어갔다. 송하윤은 "교도소에서 연기할 때 진짜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세트에만 갔는데도 압박감이 너무 커서 여기서 수민이가 어떻게 살까 싶었다. 근데 그 안에서 왕언니들한테 잘 보여야 하고. 잘못하면 얻어맞을 수 있으니까. 그 안에서 얘는 또 자기만의 무엇인가를 꾸려 잘 살 것 같다"고 덧붙였다.
송하윤은 "힘든 건 하나도 없었다. 물론 절대 용서받으면 안 되고 절대 있어서도 안 되는 캐릭터인 건 알지만 연기한 저로서는 송하윤이 수민이의 목격자이지 않나. 그냥 열심히 산 것 같다. 너무 바빴다. 정신적으로도 뭔가 되게 바빴던 아이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정수민을 실감 나게 연기하기 위해 실제 인간관계 단절도 감행했다.
송하윤은 "지인들에게도 설명드리고 다 차단했다. 1년 동안 진짜 독하게 절 괴롭혔던 것 같다. 지금까지는 그렇지 않았다. 저도 악역이 처음이라 방법을 모르니까 일단 제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했다. 송하윤한테는 잔인하지만. 진짜 신기한 건 송하윤의 불행을 끌어다가 정수민의 행복으로 썼다는 명확한 결과는 있었던 것 같다"고 밝혔다.
촬영을 마무리한 이후에는 만나지 못했던 지인들을 만나며 회복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송하윤은 "지인들 연락을 다 차단했는데 촬영 끝나고 너무 많이 지켜줬다. 다 진짜 지켜줘서 감사했다. 덕분에 건강하게 지낼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드라마 끝나자마자 지원이 같은 애기 때부터 친하게 지낸 친구를 만났다. 만나서 너무 행복하다고 하니까 '진심이야?'라고 하더라. 진짜 진심으로 행복하다고 말했는데 이 친구한테도 아직 수민이가 후유증이구나 싶었다. 이젠 그렇게 표현 안 하고 천천히 다가가려고 한다. 진짜 신기한 경험이었다. 어떤 연기를 해도 그 친구가 그런 말을 하지 않았는데 진심이냐고, 눈이 약간 무서웠다고 하더라"며 웃었다.
정수민이 안쓰럽게 느껴진 순간도 있었냐는 질문에는 "수민이가 안쓰럽지는 않았다. 당연했던 거다. 그냥 안쓰러운 건 제가 그 역할로 살았기에 배우로서 캐릭터에 대한 마음이 안쓰러웠던 거지 캐릭터 자체는 사실 안쓰럽지 않다. 절대 만나고 싶지 않다"고 답했다.
송하윤은 "촬영 끝나고 돌아가는 길에 갑자기 그럴 때가 있었다. '난 누군가', '난 뭐 하고 있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정수민으로서의 삶이 하루 종일 꽉 채워졌는데 송하윤으로서의 삶은 없는 거니까. 근데 이런 생각이 들 때가 너무 무서웠다. 내가 정수민 캐릭터에서 빠져나와 있는 거니까. 그럴 때 대본을 외워 연기하기 시작하게 되는 거니까"라고 말했다.
(사진=킹콩by스타쉽 제공)
뉴스엔 황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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