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미디어=정석희의 TV 돋보기] 세대 간의 갈등이 심해지면서 소통 또한 점점 더 어려워진다. 한자어를 섞어 쓰는 세대와 한문을 모르고 그 대신 신조어와 줄임말을 즐겨 쓰는 세대, 이러다 이방인 모양으로 서로 말을 못 알아듣는 때가 올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가운데 우리 핏줄이면서, 이 나라 이 땅에서 20년 안팎으로 경제 활동을 해오면서 여전히 우리말과 글에 서툰 사람들이 있다. 게다가 무례함은 덤이다. 유튜브를 비롯해 방송이 아닌 곳에서야 그러든 말든 누가 토를 달겠나. 그걸 지상파 방송에서 봐야 하니 괴롭다.
올해만 해도 가수 제시가 MBC <놀면 뭐하니?>에, god 리더 박준형은 MBC <라디오스타>와 SBS <돌싱포맨>에 출연했다. 둘 다 재미교포라는데 미국보다 우리나라에서 보낸 시간이 더 길거나 얼추 비슷하지 않을까?
<라디오스타>에서 유노윤호가 박준형에게 실체가 뭐냐, 어떤 게 진짜냐 물었다. 얘기인즉 평소 SNS에 올리는 글을 보면 맞춤법이 엉망인데 자신에게 보내는 문자는 맞춤법은 물론이고 기승전결까지 깔끔하다는 거다. 그 말에 박준형이 답하길 유노윤호에게는 아내의 도움을 받아 잘 정리해서 보낸다고 한다. 대중에게 공개되는, 그것도 온 세상 사람들이 다 보는 인스타그램에는 무슨 소리인지 알 수 없게 매번 써놓으면서 누군가에게는 또 정중한 거다. 다시 말해 개선의 여지가 얼마든지 있는데 그럴 생각이 없는 거다.
아니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도 하는 한글 공부를 어른이 왜 못 하나. 마음잡고 몇 달만 꾸준히 해도 그 정도로 엉망은 아닐 텐데. 뿐만 아니라 자유를 앞세운 무례함이 절정이었다. 얘기를 하던 중에 갑자기 덥다면서 웃옷을 벗는다. 옷에 마이크 달려 있는 거 방송 생활이 얼만데 아직도 모르는지. 어쩔 수 없이 중간에 다시 마이크를 착용해야 했다. 가장 큰 문제는 그래 놓고도 미안해할 줄 모른다는 거. 어이없을 만치 당당했다.
그리고 제시가 두 주에 걸쳐서 <놀면 뭐하니?>에 출연했다. 다른 날도 아닌 한복 곱게 차려 입은 설날 특집이었건만 그 역시 고삐 풀린 망아지와 다를 바 없었다. 데뷔한 지 열여덟 해가 지났다는데 평소 우리말을 통 안 쓰는지 여전히 어눌하다. 하도 안 느니까 일각에서는 콘셉트라는 소리까지 나온다. 실제로 ‘슈가’ 멤버였던 아유미의 경우 일부러 우리말을 못하는 척을 했다고 하지 않나. 어눌한 말투를 대중이 귀여워해서 그랬다나. 제시의 우리말 수준으로 봐서는 한글은 박준형보다 훨씬 엉망이지 싶다.
게다가 미국식인지 스킨십이 왜 그리 자유로운지 모르겠다. 왼쪽의 유재석을 덥석 껴안더니 오른 쪽의 하하를 쓰담쓰담하다가 또 와락 껴안는다. 오죽이나 민망했으면 하하가 우리 아내가 유일하게 인정한 사이라고 변명을 하겠나. 뭐 그거야 자기들끼리 알아서 처신할 문제고 제시, 박준형, 두 분. ‘어떻게 JTBC <톡파원 25시>에 나오는 외국인들보다 우리말과 글을 더 못하고 더 모르나요.
가뜩이나 소통이 문제인 세상인데 마음먹으면 잘 할 수 있으면서 그러지 말자고요. 특히 한글 파괴, 제발 하지 맙시다’. 더도 덜도 말고 지상파 방송에서만큼은 우리말과 글을 제대로 쓰면 좋겠다. 지상파 방송이 뭐가 달라도 달라야 하지 않나.
https://youtu.be/gRktqXC7iw0
정석희 TV 칼럼니스트 soyow59@hanmail.net
http://www.entermedia.co.kr/news/articleView.html?idxno=313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