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갈수록 몸집 키우는 유튜브 광고... 영화계 "마케팅 효과 있는지 의문도"
▲ 유튜브 웹 예능 <피식쇼>의 한 장면 |
ⓒ 피식대학 |
최근 영화 홍보를 위해 유튜브를 찾는 배우들이 늘어나고 있다. 과거에는 영화 개봉 전 배우들이 TV 예능 프로그램을 찾는 게 당연했다면, 이제는 유튜브 인기 채널에 줄을 서는 것이다.
지난 7일 개봉한 영화 <도그데이즈>의 배우 윤여정은 유튜브 채널십오야의 인기 콘텐츠 <나영석의 나불나불>에 출연했으며, 배우 유해진과 김덕민 감독은 장항준 감독의 유튜브 <넌 감독이었어>에 출연해 영화를 홍보했다.
같은날 개봉한 영화 <데드맨>의 배우 김희애와 조진웅은 유튜브 테오(TEO) 채널의 콘텐츠 <살롱드립2>에 출연해 재치있는 입담으로 화제를 모았으며, 지난 5일에는 조진웅이 MBC의 유튜브 채널 <14에프>에서 김대호 아나운서와 담소를 나누는 영상이 공개되기도 했다.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이 아니라, 지상파의 유튜브 채널에 배우들이 출연해 영화를 홍보하는 것도 이제는 더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다. 이외에도 지난 1월 개봉한 영화 <시민덕희>, <외계+인> 등 많은 영화들이 유튜브를 통한 홍보에 나섰다.
"유튜브 출연에 수천만 원"
배우들이 TV 예능에 출연해 영화를 홍보하던 때와 달라진 점은 또 있다. 바로 출연료 지급 여부인데 국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유튜브 콘텐츠 중 상당수는 출연자에게 출연료를 지급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유튜브가 출연자를 홍보해주는 셈이니 오히려 홍보비를 받는 곳도 적지 않다.
과거에는 TV 프로그램에 배우가 영화 홍보를 위해 출연했다고 해도 (방송사가) 출연료를 지급하는 것이 당연했다면 이제는 영화 배급사가 유튜브 채널에 홍보를 부탁하며 오히려 홍보비를 지급하는 식이다.
최근 영화를 개봉한 한 관계자 A씨는 2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해당 채널에 영화 배우가 출연하는 것만으로도 수천만 원, 1억 원 가까이를 호가하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현재 전 국민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유튜브이니,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모바일 빅데이터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 인덱스 데이터에 따르면, 구글 유튜브는 지난해 12월 기준 안드로이드와 iOS(애플 운영체제)의 데이터를 합한 월간 활성 이용자수에서 처음으로 '국민 메신저'인 카카오톡을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
이에 따라 유튜브의 광고 수익 역시 몸집을 키우고 있다. 지난 1월 30일 디지털 마케팅 시장조사기관 리서치애드가 발표한 2023년 12월 국내 동영상 광고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동영상 광고 시장 규모는 12월 기준 1500억 원을 넘겼다. SNS와 포털 사이트, OTT, 동영상 플랫폼, 방송국 등을 모두 합친 수치인데, 이 중 60%에 달하는 900억 원은 모두 유튜브에서 집행된 광고비다. 해마다 동영상 광고 시장 규모는 점점 커지고 있으며 유튜브의 비중 역시 증가하는 추세다.
유튜브 출연해 영화 홍보, 효과는?
▲ 유튜브 웹예능 <나영석의 지글지글>의 한 장면(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는 무관합니다). |
ⓒ 에그이즈커밍 |
물론 영화계 내부에서는 유튜브를 통한 홍보에 비용 만큼의 이득이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도 적지 않다. 배우들이 홍보를 위해 출연하는 유튜브 채널은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는 토크쇼 형태인 경우가 많은데, 전체 영상의 러닝 타임 중에서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은 10%도 채 되지 않기 때문이다.
A씨는 "요즘 젊은 세대들은 TV를 잘 보지 않는다. 젊은 세대들은 물론이고, 어른들까지 유튜브를 시청하는 비중이 더 크다. 홍보 노선을 유튜브 위주로 잡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A씨는 이어 "(하지만 얼마나) 영화 마케팅에 도움이 될까 싶다. 이 배우가 이 영화에 나온다는 걸 알릴 수는 있겠지만 (콘텐츠에서) 영화를 밀도 있게 다뤄주지는 않는다. 영화 얘기는 5분, 10분 하면 다행인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단가가 비싼 유튜브를 통한 홍보가 늘어나면, 오히려 다른 플랫폼을 통한 홍보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영화의 예산은 이미 정해져 있기에, 유튜브에 쓰는 홍보비가 늘어난다면 다른 곳에 쓸 비용을 줄여서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광고 시장의 수익을 그야말로 유튜브가 모두 빨아들이고 있는 형국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극장 관계자 B씨는 1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영화 PNA(Print and Advertisement: 홍보 마케팅에 드는 비용)는 제작단계에서 순 제작비나 타깃 시장의 사이즈에 영향을 받는 편"이라며 "유튜브 단가가 높다고 해서 영화 예산이 늘어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비싼 유튜브 채널에 나가고 싶으면 그만큼 다른 곳 예산을 줄여야 한다. 전체 광고예산 중에서 배분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물론 유튜브를 통한 영화 홍보가 늘어나면서, 홍보 방식이 다변화 된 것에 대한 장점도 있다. 채널이나 콘텐츠별로 타깃 시청자가 다르므로 이를 적확하게 겨냥할 수 있다는 것이다. B씨는 "유튜브에도 정말 채널이 다양하지 않나. 저희 영화를 소개할 수 있을 만큼 콘셉트가 잘 맞는지를 따지고, 그에 맞춰서 홍보 단가나 여러 조건들을 고려해서 출연을 결정한다"고 말했다.
"영화 홍보를 소구하는 타깃층이 좀더 세밀화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저희가 유튜브 광고를 할 때 예고편이든, 콘텐츠든 어떤 타깃층에게 이걸 전달할지에 대해 세그먼테이션(세분화)을 하게 된다. 어떤 영화에 대한 광고를 2030 젊은 관객들에게 전달하고 싶다면, 해당 콘텐츠를 보는 주요 구독자들이 누구인지 고려할 수밖에 없다. 광고홍보적인 시각에서 봤을 때는 영화를 알리고 싶어하는 타깃층한테 가장 근사하게 전달할 수 있다는 이점이 유튜브에 있다고 본다." (극장 관계자 B씨)
https://n.news.naver.com/entertain/article/047/00024218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