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년을 맞은 <포커스뉴스>에 바라는 기사가 있다면?
▲ 김태리: 요즘에는 뉴스에서 항상 즐거운 일들만 보고 싶은 마음입니다.
하지만 그럴 수는 없겠죠? 언제나 깊고 정직한 기사들을 만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포커스뉴스> 1년에 보내는 축하의 말, 한 마디.
▲ 김태리: 미디어 홍수의 세상에서 굳게 뿌리를 내리고 1주년을 맞은 <포커스뉴스>에게
진심 어린 축하의 인사를 드립니다. 앞으로도 언제까지나 모든 이들에게 세상을 다르게
볼 수 있게 하는 새로운 눈이 되어주세요.
-노출연기에 관한 인터뷰
▲"노출이나 베드신 장면이 과연 타당한가를 저 스스로 많이 검열하면서 봤어요.
그렇게 의심 서린 눈으로 봤음에도 불구하고 너무 좋게 읽혔고, 또 설득력 있다고 생각이 됐고.."
▲" 당연하다고 생각은 안했어요. 스토리에 설득력을 높이기 위해 필요한 지점이었고,
그 부분이 없으면 스토리가 제대로 아름답게 흘러가지 않아요.
이야기에 도움이 되는 흐름 중 하나라고 봤어요. "
▲"아가씨와의 섹스 신이 왜 필요한가에 대해 충분한 함의를 가지고 작업했다.
그 신을 찍을 때 가장 중요했던 건 숙희가 가진 감정을 세밀하게 표현하는 것이었다.
다행스럽게도 감독님과 선배 배우들이 잘 이끌어주셔서 섹스 신이 큰 문제가 되진 않았다.
섹스 신은 이야기에 꼭 필요했던 부분이고, 그 신이 없으면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퀴어적 표현은… 이건 그냥 사랑이지 않나."
-동성애 연기 관련
▲"다들 아는 감정이잖아요. 한번쯤은 겪어봤던 감정들이고, 다들 공감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원래 편견은 없었어요. 세상에 얼마나 많고, 다양한 사람들이 있는데
그것은 옳지 않다, 그것은 맞지 않다. 그렇게 규정지을 수가 없다고 생각해요."
▲"나 역시 시나리오를 읽을 때 ‘이건 동성애잖아?’라고 생각 안 했다. 그게 우리 영화의 미덕인 것 같다.
사회적인 억압과 성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우리 영화에는 없다. 그래도 이야기는 힘 있게 흘러간다.
우리 영화처럼 동성애를 터부시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는 영화가 있다는 것도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숙희가 성 정체성을 고민하지 않는 것이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다고 얘기하는 것이
개인적으론 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사람마다 다른 입장이 있고, 다른 생각을 하면서 사는데
자신의 시선으로만 세상을 바라보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 인간 군상들이 있는데,
히데코와 숙희처럼 사랑하는 사람들이 없었을까."
▲"어느 시대에나 엘지비티(LGBT·성소수자)는 있었을 테고, 숙희는 그런 걸 들어본 적 없어도 사랑이라는 것에
끌렸을 거예요. 저도 시나리오 읽으면서 감정만 따라갔어요."
-나이에 대한 질문
▲"오디션 보러 다닐 때 다들 제 나이를 두고 많다고 하는거예요. 몰랐는데
연기 시작하는 친구들 나이가 굉장히 어리더라고요. 제가 지금 스물일곱인데
성격이나 생각이 바로잡힌 상태라서 더 좋은 거 같아요. 물론 아직 흔들리긴 하지만
훨씬 중심 있는 나이라고 생각해요. 이왕 늦은거 잘됐죠 뭐 하하."
-아가씨 관련 인터뷰
▲"백작의 결말에 대해 많이 생각했다. 백작이 지은 죄에 비해서 너무 큰 벌을 받는게 아닐까 각색 때부터 생각했다.
영화를 보고 다시 생각해봤는데 백작이 지은 가장 큰 죄는 히데코의 고통을 모르고,
그를 구원하려고 노력하지 않은 거다. 히데코를 사랑했지만 결국 돈이었던 거다"
▲"숙희가 코우즈키의 서재를 부수는 장면에서 히데코가 숙희에게 경외감을 느끼는 듯한 표정이 좋았다.
두 사람이 큰 신분 격차를 뛰어넘고 서로에게 빠지는 지점이라고 생각한다.
숙희가 히데코의 억압된 삶을 깊이 공감해주고, 어두운 과거를 아예 뿌리를 뽑아버리지 않나.
과거를 덮어두고 도망간다고 상처가 사라지는 것은 아닌데, 숙희는 히데코의 상처를 완벽하게 치유해준다.
구원자를 만난 히데코가 처음에는 뭔가 홀린 듯한 표정을 짓다가 이내 서재를 망가트리는 것에 동참하고.
이후에 히데코가 숙희를 두고 “내 인생을 망치러 온 나의 구원자”라고 말하는 것도 비슷한 이유라고 생각한다.
그 장면이 아름답게 보였다."
-갑작스러운 스포트라이트, 부담스럽진 않나.
▲"근데 이거 금방 사그라질 것 같아요. 정말로(웃음)."
▲"최근에 든 생각은 괴리감을 좀 해소해야 할 것 같아요. 나는 내 삶이 있고, 하던대로 하고 다닐거야.
이렇게만 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어쨌든 관심을 받게 된 것이 있으니 인정하고, 맞춰서 적응하는 것도 필요하죠.
지금은 아직 막 알아봐주시거나 그러지는 않아요. 그러나 분명히 그런 날이 올 수도 있으니 잘 적응하려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어요.
앞으로 꾸준히 연기를 할 거니까 정신을 단련하려고요."
▲"칭찬을 들으면 마음에 헬륨 풍선이 하나 둘씩 생긴다. 붕 뜨려고 한다. 그러면 난 그 풍선을 하나 둘씩 터트린다.
칭찬을 좋아하지만 지금은 받아들일 때가 아니다."
▲"내 연기 인생에서 이제 막 첫 번째 계단에 올라온 거다. ‘아가씨’는 평범한 옷을 입는 김태리에게
누군가 다가와 좋은 신발을 신겨주고, 예쁜 귀걸이를 걸어주고, 멋진 외투를 입혀준 것으로 생각한다.
나를 그럴 듯하게 꾸며준 거다. 그렇기 때문에 다음 작품에서 ‘김태리 다시 보니 별거 없더라’는
이야기를 들을 수도 있다. 만약 그런 얘기를 진짜로 듣게 되더라도 크게 개의치 않을 거다.
그때 내가 가진 능력을 객관적으로 말해준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기 때문이다.
혹평을 듣는 것도 배움의 연속이라고 생각한다. 그다음에 더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면 되니까.
얼른 남들이 입혀주고, 신겨줬던 걸 스스로 할 수 있는 날이 얼른 왔으면 좋겠다."
▲"저는 닥쳤을 때 고민하는 스타일이에요. 그나마 '아가씨' 이전엔 이 정도 고민도 안 했어요.(웃음)
제가 만에 하나 다음 작품에서 실망스러운 연기를 보여준다면, 또 그다음 작품으로 다시 만회하면 되지 않을까요.
요즘 가장 큰 고민은 제가 이 뜨거운 관심 속에서 어떤 지점에 서있는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조금은 헷갈린다는 거예요.
휩쓸리고 싶지 않아요. 단단히 중심을 잡으려 부단히 애쓰고 있는 요즘이에요."
-어떤 배우가 되고싶나
▲"오래 꾸준히 느리게 했으면 좋겠어요. 지금은 너무 큰 걸 빠른 시간 안에 하고 있는 같아요.
제 중심을 가지고 좀 천천히 하나하나 밟아갔으면 좋겠어요."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지는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냥 '좋은 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 뿐이었죠.
저희 집 가훈이 '좋은 사람이 되자'였거든요. 그래서 그랬나봐요(웃음).
좋은 배우가 되자. 여기에 정말 많은 것이 포함돼 있잖아요."
'아가씨'로 화려하게 데뷔했지만 김태리는 처음 배우를 꿈꿨던 때처럼
"좋은 배우가 되기 위해 꾸준히 잘 해나가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
지금 우리는 또 한 사람의 좋은 배우가 성장하는 걸 지켜보고 있다.
▲"흥미 본위로 산 것도 있었고 연극작업이 너무 즐거웠어요. 배우라는 직업을 선택하게 된 계기가 됐고요.
무대에 서면서 이 직업을 허투루 생각하지 않고, 존경하게 된 거 같아요.
칸영화제 참석 이후 요즘 드는 생각은 ‘재미 위주가 아닌 다른 이유가 있어야하지 않나’예요.
영화의 영향력이 굉장히 크기에 단순히 나만의 재미를 위해 연기한다면 언젠가 큰 위기를 맞을 거 같아요.
일단은 닥치는 대로 열심히 해보려고요."
말간 눈동자로 덧붙였다. "다른 욕심이 있는 게 아니라 좋은 배우가 되고 싶은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