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작구 상도15구역은 반지하 주택이 밀집해 상습 침수 구역 중 한 곳으로 꼽힌다. 문희철 기자
서울시 동작구에서 추진하는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이 소방서 때문에 제동이 걸렸다. 일부 주민이 부동산 가격 하락 우려 등을 이유로 재개발 추진 지역에 공공기관 설치를 기피하면서 발생한 일이다. 신통기획은 신속하게 재개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서울시가 기존 정비계획 수립 절차를 축소한 공공지원계획이다.
18일 서울시에 따르면 동작구 상도동 상도15구역 신통기획 가이드라인 수립 과정에서 서울시는 관계 부서를 대상으로 수요조사를 했다. 해당 지역을 재개발하는 과정에서 어떠한 공공시설이 필요한지를 조사하는 과정이다.
상도15구역 주민 “집값 떨어진다” 민원
상도119안전센터의 현위치와 관할 지역. 그래픽=김경진 기자
이 과정에서 서울소방재난본부는 해당 부지에 119안전센터 설립을 제안했다. 상도15구역을 포함해 상도2·3·4동을 관할하는 상도119안전센터가 관할지 최서쪽 끝에 위치해서다. 관할지 동쪽에 자리한 상도2·4동에서 출동 신고를 접수하면 자동차 정체 등으로 출동이 상습 지연하는 문제가 있다.
이번에 재개발을 추진하는 상도15구역은 상도2·3·4동 가운데 자리한다. 지형이나 출동 시간, 신고 건수를 고려하면 상도119안전센터를 여기로 이전할 필요가 있다는 게 서울소방재난본부 의견이다.
서울시는 이와 같은 검토 결과를 상도15구역 주민들에게 전달했다. 이후 일부 주민은 서울시·동작구·소방서에 반대한다는 민원을 제기하고 있다.
119안전센터 이전을 반대하는 서울 동작구 상도15구역 주민들. [사진 네이버 캡쳐]
상도15구역 주민이 119안전센터 설립을 반대하는 이유는 크게 3가지다. 우선 소방서가 향후 집값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한 주민은 “소방서가 필요하다는 건 인정하지만, 이 넓은 서울 땅 중에서 꼭 우리 재개발 지역에 그걸 짓느냐”며 “소방서 설치를 재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방차·구급차가 통행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소음을 걱정하는 주민도 있다. 긴급한 상황에서 출동하면서 사이렌을 울리면 야간 수면에 지장을 받거나 놀랄 수 있다고 한다. 또 자녀가 있는 학부모는 소방차가 신호를 무시하고 비상 출동하는 과정에서 자녀가 다칠 수 있다고 걱정한다. 상도119안전센터 설립 대상 예정 부지에서 약 300m 거리에 상도초등학교가 위치한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일부 주민들은 상가 대신 소방서가 들어서면 유동인구가 감소해 인근 상권이 침체될 걸로 보는 것듯 하다”면서 “재개발 지분을 가진 자영업자는 유동인구에 더 민감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市 “주민 반대해도 필요하면 소방서 설치”
서울소방재난본부는 이런 주장이 오해라고 한다. 우선 서울에서 소방서나 119안전센터가 위치한 지역 부동산 가격이 인근 지역보다 유독 낮은 사례는 거의 없다고 서울소방재난본부는 설명했다. 또 주택가 인근에서 소방차·구급차가 출동할 때는 가급적 사이렌을 켜지 않고 출동하며, 통학하는 학생이 소방차 때문에 위험하다는 주장도 통계적으로 보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서울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119소방안전센터가 근처에 있으면 오히려 화재나 긴급한 질병으로 인한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다”며 “상도15구역 일부 주민이 반복적으로 항의 전화를 하면서 업무에도 지장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신속통합기획과 관계자는 “일부 지역 주민이 반대하더라도, 관계부서 회의를 통해 지역에 꼭 필요한 시설인지 검토한다”며 “주민 반대도 참고하겠지만, 검토 결과 필요하다면 119안전센터를 설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 동작구 상도15구역 재개발 예상 구역도. [사진 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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