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철 한국전력공사 사장이 신년사에서 “하루 이자만 90억원에 달하는 상황”이라며 “이탈리아 Enel사(社)처럼 완전히 달라지겠다. 공기업 틀을 벗어나겠다”고 선언했다. 에넬사는 1999년 민영화된 이탈리아의 전력회사다.
김 사장은 2일 발표한 신년사에서 “새해를 맞아 지난해 9월 취임 이후 100여일을 차분히 되돌아봤다. 어떻게 하면 이 난관을 타개할 수 있을지 숙고했다”며 이 같이 밝혔다.
김 사장은 “지난해 우리 회사는 법정 사채발행한도를 초과할 뻔한 초유의 상황에서 사상 최초의 자회사 중간배당을 실시해 위기를 모면했다”며 “긴박한 위기상황 속에서도 회사는 3조3000억원 규모의 재정건전화계획을 이행했고, 최근 2년간 전기요금을 45.3원 인상하여 경영정상화의 계기도 마련했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그러면서도 ‘완전한 변화’가 추가적으로 있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공기업의 틀을 벗어나 사업영역을 다각화한 KT와 포스코, 국영기업에서 벗어나 국민기업으로 탈바꿈해야 한다”며 “최근 10년 동안 매출액을 7배나 성장시킨 이탈리아 에넬처럼, 우리도 이제는 완전히 달라져야 한다”고 했다.
김 사장이 언급한 에넬(Enel)은 이탈리아 국가전력위원회의 약자로, 1962년 설립됐다. 당초 공공기관으로 설립됐지만 1999년 이탈리아 정부가 전력 시장을 자유화하며 민영화 길을 걷게 됐다.
민영화에 힘입어 에넬은 2022년 54억유로(약 7조7818억원)에 달하는 순이익을 냈지만, 그 대가는 혹독했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탈리아는 현재 유럽에서 전기료가 가장 비싼 나라로 기록됐다. 미국 폴리티코는 “전력시장 설계와 장기 기후전략, 불운 등이 겹쳐 빚어진 참사”라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