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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 여성 팬의 낮은 인권은 돈이 된다.

무명의 더쿠 | 12-19 | 조회 수 72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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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사건에 대해 K팝 팬들은 분명한 성희롱이며 법적 처벌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으나, 소속사는 성희롱은 없었다고 일축하며 보안을 이유로 시행된 ‘보디 체크(Body check)’이므로 정당했다는 식의 사과문 아닌 사과문을 발표했다. 성희롱이 ‘보디 체크’라면 멱살잡이는 ‘프리 허그(Free hug)’인가?

 

분명히 발생한 사건을 기분 탓으로, 강압적 몸수색을 당하며 느꼈을 팬들의 공포와 모욕감을 없던 일로 취급하는 것은 전형적 2차 가해 수법이다. K팝이 전도유망한 미래 산업으로 추앙받으며 기획사 건물이 바벨탑처럼 높아지는 동안, 팬들에 대한 처우는 아이돌 음악이 ‘댄스 가요’의 하위 장르로 업신여김을 당하던 시절에서 근본적으로 나아지기는커녕 더 쇠퇴했다.

 

1세대 아이돌 여성 팬은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저급 문화에나 빠진 계도해야 할 가부장제의 딸로서 차별받았다. 4세대 아이돌이 산업의 주류가 된 현재는 팬의 연령층이 전 세대로 넓어지고, 장르의 위상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높아졌음에도 차별당한다.

 

여성 팬의 낮은 인권이 돈이 되기 때문이다.

 

아이돌 팬사인회 속옷 검사 사건은 보안 때문에 일어난 해프닝이 아니다. K팝 산업이 극도로 자본화되고 비대해진 몸집만큼 더 많은 돈에 침을 흘리며, 팬과 가수의 인간적 교류에 속하던 영역까지 무차별 유료화되는 과정에서 발생한 폐단이다.

 

비슷한 사례로, 구독형 소통 서비스 버블·위버스DM 등이 일반화되고 있지만 구독료만 챙기고 내용은 책임지지 않아 팬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대면 행사인 콘서트와 팬미팅 가격은 팬데믹 이전의 1.5배가량으로 치솟아 ‘등골 브레이커’로 불리고 있다. 팬사인회는 음반을 많이 산 순서대로 당첨 커트라인을 정하는 판촉 방식으로, 더 많은 매출을 올리려는 소속사와 아이돌을 가까이에서 보고 싶은 팬의 이해가 일치하는 화기애애한 고객감동잔치였다. 그러나 팬데믹으로 오프라인 행사가 열리지 못하는 동안, 팬덤 간 초동(발매 후 1주일 동안의 판매량) 경쟁 부추기기가 판촉의 중심이 되며, 국가 기밀 취급에나 어울리는 ‘보안’을 이유로 속옷 검사까지 할 정도로 삼엄하고 일방적인 분위기에서 진행되고 있다.

 

K팝은 이렇게 돈을 번다. 정치적 발언권이 낮은 여성 팬들의 권리와 행복을 묵살하고, 주주들에게만 활짝 팔 벌린 채로.

 

1970년대 한 록밴드의 투어 여정을 다룬 영화 <올모스트 페이머스>(2000)에는 “로큰롤은 살아가는 방식이자 생각하는 방식이다”라며 음악의 가능성을 경탄하는 대목이 나온다. 장르는 다르지만, K팝 또한 팬들의 삶과 생각의 방식에 영향을 미친다. 때로 폭력의 트라우마로, 때로는 모멸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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