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기사/뉴스 뮤지컬을 '시체처럼 가만히' 보라고?...너무 예민한 관객들이 바꾼 공연장 풍경
41,288 318
2023.12.14 13:21
41,288 318

뮤지컬 '리진' 관람 매너 항의 소동
온라인 매체 필기 못하게 한 여성 관객 비난 칼럼 게재 
엄격한 관극 강요 분위기 비판 목소리 커져

 

 

'뮤지컬 '리진'을 볼 필요가 없는 이유.' 지난 9일 한 온라인 매체에 게재된 이 같은 제목의 칼럼이 격렬한 논쟁을 불렀다. 공연 내용 메모를 위해 필기를 하려다가 "거슬린다"는 옆자리 관객에게 제지당한 기자가 쓴 칼럼이었다.

 

개인적으로 겪은 일을 칼럼으로 쓴 것이 온당했는지에 대한 논란과는 별개로, '관객이 공연을 얼마나 조용히 관람해야 하는가'에 대한 격론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벌어졌다. '시체관극(공연을 볼 때는 시체처럼 미동 없이 극에 집중해야 한다는 뜻의 자조 섞인 표현)'과 '필기진동(필기하는 소리를 지진 진동처럼 느낄 만큼 예민한 관객을 가리키는 표현)'이 엑스(X·옛 트위터) 인기 검색어에 오를 정도였다.

 

"나도 당했다"… 업계까지 침투한 '시체관극' 강요

 

 

이번 논란과 관련해 뮤지컬 프로듀서 A씨는 자신이 겪은 일화를 털어놨다. 그는 심장판막 수술 후 뮤지컬을 관람하러 서울의 한 소극장을 찾았다가 "시계 소리가 시끄럽다"는 옆자리 관객의 지적을 받았다. 인공판막 소리를 초침 소리로 오해한 것이었다. A씨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난처했다"며 "누구나 온전히 공연을 즐길 권리가 있지만 한국처럼 숨소리 하나 내지 못하며 관람하는 분위기는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마니아 관객이 주도하는 국내 공연계엔 엄숙주의 관람 예절 강요가 유난하다. 기자들의 필기도 자주 뜨거운 눈총을 받는다. 박병성 칼럼니스트는 "필기하는 소리가 누군가에게는 방해가 될 수 있다는 데 공감해 지금은 자제한다"면서도 "관객과 배우가 함께 호흡하는 공연 특성상 다양한 관객에게 일방적 관람 방식을 강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한 공연을 여러 번 관람하는 '엔(n)차 관람' 비중이 높은 500석 미만 중소극장의 '회전문' 공연에선 '시체관극' 압박이 유독 강하다. 모든 관객이 처음부터 끝까지 박수를 치지 않고 숨죽이고 보는 경우도 많다. 김아형 서울예술단 홍보과장은 "최근 소극장 뮤지컬을 보면서 첫 곡이 끝나고 감격에 겨워 박수를 치고 싶었는데 엄숙한 분위기 때문에 내면의 박수로 끝내야 했다"고 말했다. 박병성 칼럼니스트는 "코미디조차 소리 내어 웃지 못하고 봐야 했던 1, 2년 전에 비해 그나마 요즘은 유연해진 편"이라고 말했다.

 

 

"꼼짝도 하지 마라"… 삼엄해진 공연장


"휴대전화를 꺼라. 허용되지 않는 한 촬영은 안 된다"는 것은 만국 공통의 공연 관람 에티켓. 한국에선 '관람 중 자세'도 공연장의 지침을 따라야 한다. "등받이에 등을 붙이고 공연을 관람해 주시기 바랍니다"는 국내 공연장에서만 들을 수 있는 사전 안내 방송 멘트다. 허리를 수그리고 앉아 뒷좌석 관객의 시야를 가리지 말라는 뜻이다. 패딩 옷감이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관객 때문에 "부피가 큰 옷은 미리 정리하라"는 멘트를 하기도 한다.

 

뮤지컬 프로듀서 A씨는 "어떤 외국 극장에서도 의자에 똑바로 앉으라고 방송하는 경우를 본 적이 없다"며 "공연은 마음을 열고 봐야 하는데 공연장이 앞장서서 딱딱한 분위기를 이끄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연장이 아무리 애써도 예민한 관객들의 불만은 점점 더 다양해지고 있다. 서울 한 공연장의 하우스 매니저에 따르면 "뜬금없는 타이밍에 일부 관객이 웃는 소리가 관람에 방해가 된다"거나 "주변 관객이 머리를 계속 만져서 거슬리니 방송을 해달라"고 항의하는 경우가 최근 부쩍 늘었다.

 

 

마니아조차 걱정하는 시장 위축

 

반복되는 '시체관극 논쟁'이 결국 공연계 위축을 부를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연간 최대 70회 이상 공연을 관람한다는 13년 차 공연 마니아 김모씨는 "공연을 자주 접하지 않은 친구와 공연장을 찾았다가 부스럭거렸다는 이유로 주변 관객에게 욕을 들은 경험이 있다"며 "매너를 잘 지키자는 좋은 취지로 시작된 엄숙주의가 새 관객 유입을 막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역시 공연 시장 저변 확대를 위해 포용적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 됐다고 입을 모았다. 

 

 

-후략-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469/0000775237?sid=103

목록 스크랩 (1)
댓글 318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바이오던스🖤] #강력진정 #근본톤업 NEW 마스크팩 2종 체험 이벤트 411 10.16 36,822
공지 ▀▄▀▄▀【필독】 비밀번호 변경 권장 공지 ▀▄▀▄▀ 04.09 3,127,263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6,873,474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핫게 중계 공지 주의] 20.04.29 24,904,056
공지 ◤성별 관련 공지◢ [언금단어 사용 시 📢무📢통📢보📢차📢단📢] 16.05.21 26,252,050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52 21.08.23 4,953,450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30 20.09.29 3,966,521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443 20.05.17 4,541,923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3978 20.04.30 4,997,620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18번 특정 모 커뮤니티 출처 자극적인 주작(어그로)글 무통보 삭제] 1236 18.08.31 9,713,793
모든 공지 확인하기()
2529651 이슈 '용과' 하면 생각나는 아이돌.ytb 12:56 49
2529650 이슈 팬미팅차 일본으로 출국하는 정해인 12:54 153
2529649 이슈 한강 작가가 노벨상을 받은 직후 미국 서점으로 달려갔더니… (🇺🇸 미국 현지 반응) 4 12:54 1,146
2529648 이슈 망무새가 아니라 진짜 망해가는 한국 영화계 1 12:53 451
2529647 이슈 삼성이 너 누군데? 입장이라 사과하기도 애매해져버린 보넥도 갤럭시아이폰 사건 8 12:53 769
2529646 이슈 너무 귀여운 오늘자 음중미팬 키오프 쥴리 12:53 60
2529645 이슈 신이 내린 하관 1 12:53 319
2529644 유머 그때 그 고독한 김생민방.jpg 12:53 219
2529643 이슈 이경규가 강민경을 처음 봤을 때 한 말 12:53 315
2529642 이슈 28년차 직원의 통찰력.twt 1 12:53 317
2529641 이슈 실시간 유튜브 인기 급상승 동영상 1위 11 12:52 1,134
2529640 기사/뉴스 '연인 살인미수 혐의' 40대 1심 무죄 판결에 검찰 항소 12:51 118
2529639 이슈 길건너친구들 ㅈㄴ 잘하는 아이돌 12:47 808
2529638 이슈 교보(도매)가 동네 서점에 한강 작가 책을 풀기 시작했나 봄. 19 12:46 2,413
2529637 유머 김지원 생일 선물 직접 주고 왔다는 윤하...jpg 7 12:46 980
2529636 이슈 입문 장벽 낮다 vs 높다 말 갈리는 운동 59 12:45 1,839
2529635 이슈 솔로곡 'UP'으로 1위한 에스파(aespa), '위플래쉬'도 대박 날 수 있나? [컬처콕 플러스] 1 12:44 171
2529634 이슈 무례했다고 말나온 나는솔로 사계 5기 정수 40 12:40 1,952
2529633 기사/뉴스 "영화 티켓 끊는 대신 넷플릭스 구독"...4000억 쓴 '조커'까지 망했다 5 12:39 496
2529632 이슈 카톡 선물하기 위시리스트를 쓰는 3가지 타입 56 12:37 2,5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