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에너지 대기업들에 ‘비축 의무’를 부과하는 대신 ‘제3자 판매’를 허용해 주는 법안이 국회 관련 상임위를 통과했다. 민간에 가스 도매 판매까지 열어주는 사실상 ‘가스 민영화’ 법안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민간 에너지 대기업의 제3자 판매가 현실화할 경우 난방비 폭탄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소매는 이미 민영화돼 민간기업이 지역별로 독점한 상태다. 삼천리, 서울가스, 대성홀딩스 등의 민간업체가 한국가스공사로부터 도시가스를 공급받아 소비자에게 판매하고 있다.
가스사업 중 유일하게 도매 영역만 한국가스공사가 전담해 민영화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때문에 그동안 재벌기업(SK, GS, 포스코 등)을 중심으로 한 민간LNG산업협회는 직수입 제도 확대에 더해 천연가스 도매의 완전 민영화를 요구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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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자부 장관의 판단과 자원안보협의회 심의에 대해서도 정부의 입김이 강력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경계했다. 구 실장은 “‘제3자 판매’를 법문에 명시화한 후엔 빠져나갈 구멍이 있는 하위법령, 시행령 등을 통해 현실화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면서 “특히 산자부 장관 판단이나 자원안보협의회 심의 역시 정부의 입맛대로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국회는 민간 에너지 대기업에 ‘LNG 비축의무’를 두되 국내 ‘제3자 판매’를 허용하는 자원안보특별법안을 통과시켰지만, 정작 민간 기업이 비축 의무 회피할 수 있는 조항도 만들었다.
자원안보특별법 제15조 1항에 따르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공급기관(민간 LNG 직수입자 포함)은 자원안보위기에 대비하고 핵심자원의 수급과 가격의 안정을 위해 핵심 자원을 비축해야 한다. 또 2항에서는 산자부 장관은 석유비축의무, 천연가스 비축의무 등 다른 법령에 따른 핵심자원의 비축의무에도 불구하고 자원안보위기 경보가 발령된 핵심자원의 수급 안정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면 공급기관의 장에게 한시적으로 핵심자원을 비축하거나 비축물량을 늘릴 것을 명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자원안보 특별법 제15조 5항에는 비축의무기관 중 민간공급기관은 공공공급기관과 합의한 경우 핵심자원 비축의무의 전부 또는 일부를 해당 공공공급기관에게 대행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 같은 조항을 추가한 이유에 대해 국회 관계자는 “저장 탱크 설비에 큰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민간 에너지 대기업들이 비축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선 저장 탱크 설비를 갖추는데 큰 비용이 발생해 예외성을 두지 않으면 자칫 불법을 양산하는 법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오로지 민간 에너지 대기업들의 수익 보존에만 몰두한 법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민들의 공공요금 부담과 가스공사의 경영위기가 커지는 상황에서도 민간 에너지 대기업들의 수익 보존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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