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https://pann.nate.com/talk/371542006
지난번에 아내가 저희 부모님을 자신의 부모님처럼
생각 해줬으면 좋겠다는 글을 쓴 사람입니다.
남겨주신 댓글 하나하나 다 읽으면서 반성도 많이
했습니다. 저희 부모님이 아내의 부모님이 될 수
없다는 부분을 받아들이기 위해 노력 많이 했습니다.
다만 제가 여전히 아내에게 바라는 부분은 아내가
하루빨리 처가로부터 벗어났으면 한다는 점입니다.
아내의 주장은 자신은 친정을 좋아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제 소견으로는 장모님과 장인어른이 정말
아내에게 부모로서의 역할을 다하지 못하였고
아내 역시 그런 부모에게 실제로는 깊은 불만이
쌓여있는데 가스라이팅을 당한건지 부모에게 정있고
애틋한 마음이 있다고 착각하는 것 같습니다.
저희 부모님만 해도 아들과 며느리를 너무
사랑하십니다. 부모로서 아들과 며느리가 잘
지내는지 따뜻하게 살피시려고 하고 통화도 자주
하고 지냅니다. 또 저희가 방문할 때마다 너무
반가워하고 따뜻한 진수성찬으로 맞이해 주십니다.
저희가 방문했을 때 잠자리 불편할까봐 좋은
침대도 구입해 주셨습니다. 오해하지 말아줬으면
하는게, 자고 가라고 강요하기 위해 산건 절대
아닙니다. 또 저는 단순히 부모라는 존재들에게
한없는 희생을 바라는 것이 아닙니다. 아들과
며느리를 너무 보고싶어 하고 부모로서 하나라도
더 해주고 싶어하는 그런 마음을 요구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아내의 부모님은 아내가 결혼하고 어떻게
지내는지 별로 궁금하지 않은가 봅니다. 저는
장모님과 장인어른이 아내에게 먼저 전화하거나
친정에 방문하라고 요구하는걸 단 한번도 보지
못했습니다. 아내가 장모님과 장인어른과 통화할
때는 모두 아내가 먼저 전화를 건 경우이고,
친정에 갈때도 모두 아내가 원할 때 갑니다.
오랜만에 딸이 집에 찾아갔는데 자고 가라는 말도
한마디 없습니다. 반찬 가져올때도 아내가
먼저 달라고 한 경우가 아니면 먼저 반찬을
건네주는 모습을 전혀 보지 못했습니다.
저희 부모님은 자식 사랑이 많으신 훌륭하신
분들입니다. 저는 미국 명문대 유학했을 시절
부모님께서 등록금과 생활비를 전부 지원해
주셨습니다. 덕분에 편한 마음으로 공부할 수
있었고 제 졸업의 지분 절반은 저희 부모님께 있다고
자부합니다. 그런데 아내의 경우 유학은 커녕
한국 대학인데도 부모로부터 등록금과 자취방
밖에 지원받지 못했고, 생활비는 대학교 내내
과외하면서 벌었다고 합니다.
저는 개인 사업을 준비 중입니다. 오해하실까봐
말씀드리는데 백수 아닙니다. 예전부터 사업으로
돈을 벌어왔고 지금 사업을 키우기 위해 준비중인
겁니다. 이런 와중에도 저희 부모님은 저를
하나하나 세심하게 케어해 주십니다. 반면 아내는
부모 도움없이 스스로의 힘으로 공기업에 들어
갔습니다. 아내 말로는 자기는 등록금과 자취방
지원만으로도 공기업 합격에 큰 도움이 되었고
부모님께도 감사하다는데, 부모로서 당연히 해줘야
할것들만 받아놓고 뭐가 그렇게 감사한지 모르겠습니다.
양가 부모님들의 차이는 결혼 준비할 때도
나타났습니다. 저희가 혼수를 구비할 때 저희
부모님은 하나하나 세심히 따져보시면서 무엇이
좋고 무엇이 안좋은지 꼼꼼하게 의견을 주셨습니다.
반면 아내 부모님은 결혼자금을 지원해줄 때
"자취방에 있는 전세 보증금을 빼서 너희 결혼
자금에 보태라"고만 하고 아무 도움도 주지
않았습니다. 아내 혼자서 집 알아보고 이사
준비하고 하는 모습이 참 안쓰러워 보였습니다.
아 오해하실까봐 말씀드리는데 저희는 반반결혼
입니다. 다만 혼수는 저희 쪽에서, 집은 아내
쪽에서 알아보기로 한 것뿐입니다.
사실 아내의 말투 속에서도 아내가 시댁과 친정 중
어디를 더 좋아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저희
어머니와 통화할때는 "네, 어머님~ 잘 지내셨어요?
ㅎㅎ"하면서 웃음이 끊이질 않았고 장모님과
통화할때는 "어 엄마 요즘 별일 없지?"하며
무표정으로 통화합니다.
결혼하고 자기가 어떻게 지내는지 전혀 궁금해하지
않는 부모에게 정과 애틋함이 있겠습니까?
제 소견으로는 아내는 마음 깊숙히 친정을 싫어
하는데 친정을 좋아한다고 착각하고 사는 것 같습니다.
예전 글의 의견에서 시부모는 부모가 될 수
없다는 점은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다만 아내는
자신의 부모가 부모의 역할을 다하지 못하였다는
점을 받아들여줬으면 좋겠습니다. 더이상 부모
같지도 않은 존재들에게 감사함을 그만 느끼고
아내는 스스로 이만큼 성장했다는 점에 자부심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이래도 제가 아내에게 많은
것을 원하는 겁니까?
ㄷㄷ진심인거 같아서 무서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