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이슈 "작은 성기를 놀리는 손짓을 적대적인 비밀 세력의 상징이라 믿는 이들은 성기야말로 스스로의 존재와 권위를 증명하는 신성한 근거라고 외치고 있는 셈이다."
36,211 206
2023.11.26 17:10
36,211 206

[세상읽기] 페미니즘의 비밀 상징 / 한승훈

 

 

 



[세상읽기] 한승훈 ㅣ 종교학자·원광대 동북아시아인문사회연구소

인터넷 커뮤니티들에서는 현재까지도 “숨은 페미” 색출 작업이 한창이다. 지에스 계열사들의 과거 광고 이미지들은 물론, 여타 기업 광고물과 공공기관 홍보물에 이르기까지 조그맣게 벌어진 손가락 두 개가 보이는 모든 영역들이 **이 암약하는 근거지들로 지목되었다. 이 걷잡을 수 없이 과열된 현상을 비판하는 이들도 국내외 유명인사들의 사진과 해외 광고 이미지에서 해당 손 모양을 찾아내 “전세계의 이 많은 사람들이 모두 ‘**’이란 말이냐”고 되물었다. 사실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대단히 일상적이고 보편적인 이 손짓이 '****’의 표상으로 지목된 것은 그것이 한국 남성의 ‘작은 성기’를 조롱하는 맥락에서 이용된 전력 때문이다. 단기간에 구축된 이 전지구적인 데이터베이스가 오직 특정 국가 남성의 성기 크기에 대한 것이라는 사실이 잘 믿기지는 않는다.

이 사건은 여러모로 그간 몇 차례 논란이 되었던 ‘일베 인증’ 사례들을 떠올리게 한다. 이 대표적인 극우 인터넷 커뮤니티의 참여자들은 자신들을 상징하는 고유한 손짓을 공공 매체에 노출하고 이를 온라인상에 과시하면서 관심을 유도하는 행위를 해왔다. 그러나 두 사안은 몇 가지 지점에서 명백하게 다르다. ‘작음’을 뜻하는 두 손가락 손짓에 비하면, 일베 상징은 우연히 만들기에는 다소 복잡하다. 20세기 이후 나치의 하켄크로이츠는 마음먹고 그리지 않는 한 나타나기 어렵게 되었지만, 구 일본군의 욱일기와 닮은 무늬는 서로 다른 문화적 맥락 속에서도 비교적 쉽게 발견될 수 있는 것과 같다. 그리고 이 행위가 뭔가 의미를 가지는 것은 오직 위험을 감수하고 단행한 그 ‘성취’를 동료들에게 자랑하는 맥락에서뿐인데, 이른바 ‘미러링’ 사례 중에서마저도 기업이나 공공기관에 속해 있는 페미니스트들이 ‘** 인증’에 성공했다고 과시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빈약한 근거에도 불구하고, 사회 곳곳에 숨은 페미니스트들이 자신들의 비밀스러운 상징을 은밀히 노출하며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는 주장이 이렇게까지 쉽게 유포되는 것과 같은 현상은 종교사적으로 낯설지 않다. 그것은 각종 음모론에 등장하는 비밀결사들에 대한 상상과 대단히 닮았기 때문이다. 에릭 홉스봄에 의하면, 실제로 전근대의 반체제 조직들은 자신들의 강령과 야망을 표현하는 상징을 공유하며 서로를 확인하고 정서적 결집을 이끌어내었다. 여기에는 기호나 도상만이 아니라 인사 방법, 음성 구호, 암호, 손짓 등이 포함된다. 이런 이미지는 대중문화 속(“하일 하이드라!”)이나 ‘그림자 정부’에 관한 음모론(일루미나티의 눈동자 문양) 등에 여전히 남아 있다. 그러나 오늘날의 사회운동에서 이런 방식으로 상징을 사용하는 사례는 대개 배지나 깃발과 같은 ‘흔적’ 속에서나 찾을 수 있다. 은밀한 상징은 전문화되고 공개적인 근현대의 운동 환경에서는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으며, 정말로 비밀을 유지해야 할 활동일 경우에는 오히려 방해가 된다는 실용적인 이유 때문이다.

따라서 비밀 상징에 대한 도상학은 현실 속 반사회적 세력의 존재에 대해서는 어떤 증거도 되지 않지만, 강박적으로 그것을 색출해내려는 사람들의 집단적인 심성에 대해서는 많은 것을 말해준다. 전근대의 비밀결사들이 사용하였다고 믿어진 기호들은 흔히 주류 종교의 핵심 상징을 모독하고 있다는 혐의 때문에 공분의 대상이 되었다. 작은 성기를 놀리는 손짓을 적대적인 비밀 세력의 상징이라 믿는 이들은 성기야말로 스스로의 존재와 권위를 증명하는 신성한 근거라고 외치고 있는 셈이다. 한국 남성들의 시민적 역량이 고작 자신들의 ‘그것’이 그렇게까지 작지는 않다는 사실을 주장하는 데 집중되어서야 쓰겠는가.

 

https://www.hani.co.kr/arti/opinion/column/994500.html

목록 스크랩 (5)
댓글 206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아윤채X더쿠] #여름두피쿨링케어 ‘리밸런싱 스파클링 에센스’ 체험단 (100인) 473 04.29 44,836
공지 [공지] 언금 공지 해제 24.12.06 5,114,643
공지 📢📢【매우중요】 비밀번호 변경 권장 (현재 팝업 알림중) 24.04.09 12,312,358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13,095,883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 정치글은 정치 카테고리에] 20.04.29 35,614,923
공지 정치 [스퀘어게시판 정치 카테고리 추가 및 정치 제외 기능 추가] 25.07.22 1,108,699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85 21.08.23 8,559,897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70 20.09.29 7,464,962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617 20.05.17 8,676,820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4020 20.04.30 8,567,352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9. 스퀘어 저격판 사용 금지(무통보 차단임)] 1236 18.08.31 14,510,554
모든 공지 확인하기()
3058535 이슈 진짜정직하게닉값하는드라마 03:20 104
3058534 이슈 어제 올라온 인피니트 우현 셀카 한 장 03:17 40
3058533 이슈 너네 변비 땜에 쓰러졌었는데 담임이 중고등학생의변비실태에 대해 읊어주고 03:17 182
3058532 이슈 "전후 독일과 일본에 가해진 '거세(neutering)' 조치는 이제 되돌려져야 한다. 독일의 힘을 빼앗은 것은 과잉 교정이었으며, 현재 유럽은 그에 대해 가혹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 일본의 평화주의에 대한 유사하고도 매우 연극적인 집착 역시, 그것이 계속 유지된다면 아시아의 세력 균형을 위협하게 될 것이다." 03:16 139
3058531 이슈 자기 집착광공 주인공 시켜달라고 하고 잘 썻는지 맨날 검사하는데 03:09 418
3058530 이슈 신언니 문근영이 연기를 정말정말정말 잘함 3 03:08 411
3058529 이슈 아니근데 왜 다들 은시경이 죽엇다고 하시지?? 1 03:07 351
3058528 이슈 가족끼리 원주 놀러 갔는데, 아내 : “어머 여보~ 나 원주는 태어나서 처음 와봐~” 03:06 405
3058527 이슈 게임 진 사람이 기부하기로 했는데 이겨놓고 통 크게 기부하는 여자 어떡함... 03:05 299
3058526 유머 알바뽑는 아빠 가게에 장난 전화함 03:01 322
3058525 이슈 바비유죄 진영무죄 2 02:58 433
3058524 유머 사과문 어벤저스 02:58 423
3058523 이슈 엔시티위시 문상민, 아일릿 김재원 02:55 350
3058522 유머 이중구가 보일러를 찾으면 2 02:52 170
3058521 이슈 살목지 로 이종원 배우에게 관심이 가신다면 아는건별로없지만가족입니다 를 꼭 보시지요 1 02:51 588
3058520 이슈 돈이 가장 좋은 사람은 나랑 안 된다. 돈이 아무리 좋아 봐야 두 번째로 좋아야 하는 것이다. 3 02:49 671
3058519 이슈 왕소랑 연화 혼인하는거 보여주고 바로 혼자 혼례복 입어보는 해수 나오는거 4 02:47 770
3058518 이슈 영화 책 보고 후기 절대 안 쓴다는 민경한테 왜 안쓰냐고 물어보니까 2 02:45 864
3058517 이슈 team개백수 team앉아있었음청년 파이팅 3 02:43 603
3058516 이슈 지창욱 연하남 포지션일때 절대 말랑연하 느낌이 아니라 4 02:43 9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