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궁 없이 태어난 30대 여성에게 뇌사자의 자궁이 성공적으로 이식됐다. 국내 첫 사례다.
16일 삼성서울병원에 따르면 지난 1월 이 병원 산부인과·이식외과·성형외과·감염내과·병리과·영상의학과 등의 진료과로 이뤄진 다학제 자궁이식팀은 ‘MRKH(Mayer-Rokitansky-Küster-Hauser) 증후군’을 가진 35세 여성에게 뇌사자의 자궁을 이식하는 데 성공했다. 병원은 “환자가 이식 10개월째 별다른 거부반응 없이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라며 “최종 목표인 임신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이 환자는 태어날 때부터 자궁과 질이 없거나 발달하지 않은 MRKH 증후군을 진단받았다. 결혼 후 임신을 계획하면서 자궁이식을 시도하게 됐다. MRKH 증후군은 여성 5000명당 1명꼴로 발병하는 희귀질환이다. 삼성병원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전국에서 이 증후군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90명 정도로 집계된다. 통상 청소년기 생리가 시작하지 않아 병원을 찾았다가 우연히 발견한다고 한다. 난소 기능은 정상적이라 호르몬 등의 영향은 없으며 배란도 가능하다. 이론적으로 자궁을 이식받으면 임신·출산할 수 있다.
쉬운 도전은 아니었다. 지난해 7월 59세 생체 기증자의 자궁으로 처음 이식을 시도했지만 2주 만에 떼어내야 했다. 수술 후 가장 중요한 게 혈액순환과 거부반응인데 이식한 자궁에서 동맥과 정맥의 혈류가 원활하지 않았다. 6개월 만인 올 1월 재도전 기회가 찾아왔다. 40대로 상대적으로 젊으면서 출산한 이력이 있고, 혈액형까지 맞는 뇌사 기증자와 연결됐다. 유족이 어려운 결심을 해줬고 환자와 의료진은 재이식을 시도했다. 의사만 10명이 달라붙어 8시간의 긴 수술을 성공적으로 끝냈다.
의료진은 첫 실패를 교훈삼아 자궁 적출부터 이식까지 전 과정을 더 세심히 챙겼다. 이유영 산부인과 교수는 “부인암 환자에선 자궁을 제거하는 것에서 끝나는데, 다시 환자 몸에 이식해야 하다 보니 구득(이식할 장기를 가져오는 것)할 때 다른 장기보다 상대적으로 작은 혈관을 잘 확인하는 데 신경썼다”고 말했다. 박재범 이식외과 교수는 “작고 긴 혈관을 잘 보존한 뒤 수혜자 몸에서 다시 혈관을 꼼꼼하게 연결한 게 이식 성공의 포인트”라고 전했다.
환자는 이식 29일 만에 생애 첫 월경을 경험했다. 현재까지 규칙적으로 생리하고 있다. 병원은 “이식한 자궁이 환자 몸에 완전히 자리 잡았다는 신호”라고 밝혔다. 다른 사람의 신체를 이식하면 면역반응에 이상이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이식 2·4·6주, 4·6개월째 조직검사에서 거부반응 징후가 나타나지 않았다. 남은 과제는 새 아기 집에 생명이 찾아오는 것. 환자는 이식 전 채취한 난자와 남편의 정자로 수정한 배아로 착상을 유도하고 있다.
이식을 주도한 박재범 교수는 30년간 3000건 넘는 신장 이식에 참여한 이 분야 전문가다. 그런 그에게도 자궁은 어렵고 생소한 장기였다. 박 교수는 “환자와 함께 모든 과정에서 새 길을 만들어간다는 심정으로 신중에 신중을 거듭했다”라며 “환자 의지가 커 함께 극복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박 교수는 17일 열리는 대한이식학회 추계 국제학술대회에서 이 사례를 발표한다. 같은 환자에게 자궁을 두 번 이식한 경우는 학계에 보고된 적이 없어 더 주목을 받고 있다고 한다. 병원은 이번 성공을 계기로 두 번째 환자의 자궁이식도 준비하고 있다. 장기이식법상 자궁은 이식 가능한 장기가 아니라, 병원은 법적 자문과 보건복지부 검토를 받고 기관생명윤리위원회(IRB) 심사를 거쳐 임상연구 형태로 이식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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