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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전새날 기자] “띵동”. 피자를 배달 받던 초인종 소리는 에어프라이어 조리 완료 소리로 바뀌었다. “피자는 식으면 맛이 없다!”고 외치며 빠른 배달을 강조하던 피자 광고도 이제 옛 이야기가 됐다. 치즈가 굳기 전 따끈하게 도착하기까지 기다리던 배달 피자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집에서도 5분이면 누구나 따뜻하고 맛있는 냉동 피자를 즐길 수 있게 돼서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프랜차이즈 피자집은 영업이익이 악화하면서 고전하고 있다. 국내 시장 점유율이 높은 피자 프랜차이즈 5곳 중 3곳은 지난해 적자를 기록했다. 나머지 2곳도 영업이익이 2021년 대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보면 지난해 한국피자헛과 피자알볼로는 각각 약 2억6000만원, 12억9000만원의 적자를 냈다. 물적분할 전 미스터피자를 운영하는 엠피대산은 약 54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도미노피자를 운영하는 청오디피케이의 영업이익은 약 11억5000만원으로, 2021년(159억4000만원) 대비 92.8% 급감했다. 적자는 아니지만 영업이익 감소 폭이 가파르다. 파파존스의 지난해 영업이익도 48억원으로, 2021년(63억원) 대비 23.8% 줄었다.
영업이익 감소 이유는 복합적이다. 먼저 진입 장벽을 높이고 있는 것은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이다. 각 프랜차이즈업체는 정가 기준 피자 1판에 3만~4만원대를 형성하고 있다. 최근 외식 물가가 오르면서 소비자 부담은 더 커진 상태다.
실제로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9월 외식물가 물가 상승률은 4.9%로 전체 평균보다 1.2%포인트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물가 상승률이 가장 높은 외식 품목은 피자로 12.3% 상승했다.
코로나19를 거치며 배달 문화가 발전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배달 메뉴가 다양해지면서 소비자 선택 폭이 넓어지자 피자 수요는 자연스레 줄어들었다.
1인 가구 증가 역시 피자 업계에 악재로 작용했다. 피자는 주로 여러 명이 함께 먹는 음식이라는 점에서 선호도가 떨어진다.
업계 관계자는 “배달피자 가격이 상승하다 보니 합리적인 가격에 제품을 찾으려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며 “냉동피자 등 소비자 요구가 다양해지자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여러 제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이는 전략을 쓰고 있다”고 했다.
줄어든 배달피자 수요는 냉동피자로 몰리고 있다. 냉동피자 시장은 제품의 맛과 종류의 질이 크게 향상되면서 매년 꾸준히 커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냉동피자 시장 규모는 ▷2019년 900억원 ▷2020년 1255억원 ▷2021년 1430억원 ▷2022년 1590억원 ▷2023년 1685억원(예상)으로, 5년 새 약 87% 성장했다.
업계 관계자는 “냉동피자 제품의 품질이 지속적으로 개선되면서 외식에서만 만나볼 수 있었던 시카고, 디트로이트 피자 등 차별화된 제형·새로운 메뉴의 제품이 출시되고 있다”며 “냉동피자의 소비자 불만 포인트였던 도우의 식감을 개선한 다양한 엣지 형태의 피자 제품도 출시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배달피자의 한계는 냉동피자가 대체하고 있다. 배달 피자와 비교했을 때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좋고, 조리와 취식의 편의성도 좋아 소비자 선호도가 높다는 점도 인기 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코로나19를 거치며 가정 내 에어프라이어 보급이 확대돼 간편히 고품질의 조리가 가능해졌다. 한 번에 먹기도 적당한 크기라 1인 가구에도 비교적 부담이 적다는 특징이 있다.
냉동피자 인기에 힘입어 냉동피자 사업에 뛰어든 식품업체도 전년에 비해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오뚜기는 올해 1~9월 기준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약 5% 증가했다. 오뚜기에 따르면 냉동피자 제품은 올해 1억개 판매를 돌파했고, 3분기 누적 매출액만 약 370억원에 이른다.
풀무원도 동기간 판매량이 전년 대비 11.1% 급증했다. 풀무원 관계자는 “냉동피자 선진국에서 노하우를 듣고 설비도 많이 들여오면서 다양한 제품을 선보일 수 있는 여건을 갖추고자 했다”며 “소비자가 만족할 수 있는 제품을 꾸준히 출시해 만족도를 끌어올리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CJ제일제당은 같은 기간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3% 증가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도우 식감 개선 등 소비자 눈높이와 요구에 맞춘 차별화된 제품 꾸준히 선보일 예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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