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어린이대공원의 얼룩말 '세로'(왼쪽)와 '코코'. 사진=서울어린이대공원
부모를 잃고 홀로 지내다 지난 3월 탈출까지 했던 서울어린이대공원 얼룩말 '세로'가 여자친구 '코코'마저 하늘나라로 떠나보냈다. 세로는 그간 정들었던 여자친구의 죽음에 소리를 내며 찾는 행동을 했다는 후문이다.
25일 서울어린이대공원에 따르면 얼룩말 코코가 16일 새벽 폐사했다. 지난 6월 세로와 합사한 뒤 4개월 만이다.
코코의 폐사 원인은 '산통에 의한 소결장 폐색'이다. 산통은 말의 배앓이를 뜻하는 말로, 과식 혹은 모래 섭취 등 다양한 원인으로 말의 배에 가스가 차는 것을 뜻한다. 산통은 전체 말의 4~10%에서 발생하며, 산통이 발생한 말 중 6~28%가 폐사한다. 대개 하루 정도 굶기고 가벼운 운동을 시키면 낫지만 심하면 수술이 필요하며, 코코처럼 생명을 잃기도 한다.
코코는 지난 11일 오전 산통이 나타났다. 사육사들이 가벼운 운동과 처치 등을 병행했지만, 16일 새벽 상태가 급격히 나빠져 경기도 이천의 말 전문병원으로 개복 수술을 위해 이송됐지만,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폐사했다.
어린이대공원 관계자는 "얼룩말의 경우 일반 말과 달리 야생동물이기 때문에 사람의 손을 거부해 치료에 어려움이 있었다"며 "산통은 통상 전체 말의 10%가 발병하며, 그중 10%가 수술이 필요하다. 11일부터 사육사들이 밤을 새워가며 코코를 돌봤지만 결국 수술 직전에 폐사했다"고 말했다.
세로도 코코를 지극정성으로 돌봤다는 후문이다. 말 산통의 경우 가벼운 산책과 운동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어린이대공원 측은 폐장 후 코코와 세로를 방목하는 형식으로 운동을 유도했다. 세로는 쓰러져 있는 코코를 코로 밀면서 운동을 유도하거나, 코코 주변을 계속 맴돌았다고 사육사들은 전했다.
어린이대공원 관계자는 "16일 새벽 수술을 위해 병원으로 떠났던 코코가 사육사들과 함께 돌아오지 않자, 세로가 코코의 폐사 사실을 알고 사육사들 앞에서 소리를 내기도 했다"며 "코코의 폐사 후 한동안 세로도 힘들어했지만, 지금은 많이 안정된 상태"라고 말했다.
2019년생인 세로보다 3살 어린 코코는 지난 6월 21일 광주광역시 우치공원에서 어린이대공원으로 옮겨져 합사됐다. 세로는 지난해와 재작년 연이어 부모가 숨진 뒤 지난 3월 23일 어린이대공원 우리의 나무 데크를 파손하고 탈출해 주택가 등을 달리는 모습이 목격되면서 화제가 됐다.
어린이대공원 관계자는 "얼룩말은 야생성이 강하고 무리 지어 생활한다"며 "세로를 위해 추가 합사를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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