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밥, 떡볶이 가격을 1인분에 1000원씩이나 올렸는데도, 재료 값이 너무 올라 온종일 일해도 남는 게 없네요.”
서울 마포구에서 어머니에게 물려받은 작은 분식집을 8년째 운영하는 윤모(46) 씨는 연말까지만 장사하기로 결정하고 최근 가게를 내놨다고 했다. 윤 씨는 “주변에 편의점, 빵집이 많이 생겨나면서 손님이 예전보다 크게 줄었다”며 “떡볶이나 튀김, 어묵에 들어가는 재료를 일일이 사다가 만드는 것도 이제는 벅차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골목상권에서 서민, 학생들의 든든한 한 끼를 책임지던 동네 분식집이 고물가에 자취를 감추고 있다. 밀가루, 식용유, 설탕 등 분식집에서 쓰는 식재료 값이 치솟으면서 경영이 악화한 탓이다. 편의점, 제과점 등 분식집을 대신하는 프랜차이즈 점포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는 것도 폐업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자영업 전반이 시장 포화로 생존 기한이 점점 짧아지고 있다.
24일 국세청 국세통계포털을 보면 지난 7월 기준, 전국 분식점은 5만3564개로 지난해 같은 달(5만5312개) 대비 2000개 가까이 줄었다. 분식점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은 지난해부터 불어닥친 식자재·공과금 인상 여파가 폐업을 부추기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 용산구 경리단길에서 분식점을 운영하는 최모(51) 씨는 “분식 메뉴는 대부분 5000원 안팎이라 가격을 올리면 불쾌해하는 손님들이 많다”고 토로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분식집에서 많이 쓰는 식용유(65%), 부침가루(49%), 설탕(41%), 밀가루(37%), 어묵(33%), 라면(22%), 고추장(21%) 등의 가격이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대비 20∼60%가량 치솟았다. 번화가, 골목상권을 가리지 않고 흔하게 볼 수 있었던 분식 프랜차이즈도 규모가 쪼그라들고 있다. 떡볶이 프랜차이즈인 ‘죠스떡볶이’의 경우 2017년 전국 매장이 288개였지만, 지난해에는 206개로 줄었다. 부산에서 시작한 ‘고봉민김밥’은 2017년 662개에서 2021년 562개로 100개 줄었다.
반면, 7월 기준 전국 편의점은 5만3185개로, 1년 만에 2400여 개가 늘었다. 커피전문점도 신규 점포가 1년 만에 5000개나 늘어나 10만 개에 육박했고, 제과점도 같은 기간 700개가 늘었다. 국세청에 따르면 커피·음료점의 평균 사업 존속 연수는 3년 2개월에 그쳤다. 패스트푸드점(4년 5개월), 편의점(5년 3개월), 제과점(5년 4개월) 등도 5년 안팎의 존속 연수에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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