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라면업계 2위 오뚜기가 'K라면의 전성기'에도 웃지 못하고 있다. 농심과 삼양식품 등 경쟁 업체들이 해외 매출 비중을 늘리며 글로벌 무대에서 도약하고 있는 반면 오뚜기는 침체된 내수 시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라면 누적 수출액은 지난달 기준 6억 9730만달러(한화 약 9455억원)로 전년(5억 6810만달러) 동기 대비 22.7% 늘어났다. 지난해 라면 수출액(7억 6541만달러) 돌파는 물론 연간 수출액 10억달러 달성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다. 이는 K라면이 해외 시장에서 ‘K푸드의 선봉장’ 역할을 하며 인기를 구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 ‘라면업계 2위’ 오뚜기는 K라면의 인기에 편승하지 못하는 모양새다. 오뚜기의 상반기 해외 매출은 1617억원으로 오히려 전년 동기 대비 6.2% 감소했다. 오뚜기는 지난해 11월 방탄소년단(BTS)의 멤버 진을 진라면 모델로 발탁하면서 해외 시장을 정조준했지만 다소 아쉬운 성과를 거둔 셈이다.
오뚜기도 미국, 뉴질랜드, 중국, 베트남 등 해외에 법인을 설립하고 현지 공장을 건립하는 등 해외사업 확장에 공을 들였지만 빛을 보진 못했다. 특히 2007년 진출한 베트남 법인(OTTOGI VIETMNAM)은 2017년 273억원에서 지난해 646억으로 3배 가까운 성장세를 보이며 회사의 핵심 해외 법인으로 성장했다. 이 과정에서 2018년 베트남 하노이 인근에 진라면과 열라면 등 오뚜기 주요 라면 제품을 생산하는 박닌 공장도 설립했다. 하지만 오뚜기 베트남 법인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331억원으로 전년(389억원) 대비 14.8% 줄어들었다. 세계라면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베트남의 1인당 라면 소비량은 85개로 2년 연속 세계 1위를 기록했다. 총 소비량(84억개)만 따져도 중국(405억개), 인도네시아(142억개)에 이은 세계 3위다. 하지만 주요 라면업체들이 베트남 진출에 가속을 붙이자 오뚜기는 시장에서 점차 밀려나는 형국이다.
오뚜기가 K라면의 부흥기에 제대로 편승하지 못하는 이유는 사업 구조의 영향이 크다. 오뚜기는 국내서 라면 시장의 25%를 점유하고 있지만 사업 포트폴리오는 △라면 △소스 △유지 △건조식품 △기타로 다양해 라면 사업의 비중이 전체 30%에 그친다. 이에 식품의 원재료 부담이 크다. 실제로 오뚜기의 올해 상반기 매출 원가율은 82.4%에 이른다. 반면 농심과 삼양식품의 라면 사업 비중은 각각 80~90%에 이르며 올해 상반기 매출 원가율도 각각 68.6%, 67.7%에 그쳐 오뚜기와 비교해 낮은편이다.
결국 오뚜기는 제품 홍보와 마케팅에 쓰이는 판매비와관리비(판관비)를 낮추는 방법으로 수익성을 유지할 수 밖에 없다. 오뚜기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1조 7109억원에 이르지만 판관비는 매출의 9.9% 수준인 1709억원에 그쳤다. 농심이 1조 6979억원의 매출에 판관비를 4147억원(전체 매출의 24.4%), 삼양식품이 5309억원의 매출에 판관비를 1032억원(19.4%) 사용하는 것과 비교되는 지점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내수 시장은 침체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오뚜기가 ‘착한 기업’이미지로 내수에선 아직까지 잘나가고 있지만 K푸드의 해외 진출 러쉬에 합류하지 못한다면 향후 수익성을 보장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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