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5000만을 지키자
(38) '출생률 10년째 2명' 롯데의 비결은
한국 0.8명 vs 롯데 2명
자동육아휴직 10년의 힘
육아휴직, 여성은 결재 없이 2년
남성 직원도 한 달 이상 꼭 써야
경제적 부담에 못 쓰는 일 없게
첫 달 통상임금 전액 보전해줘
서울 잠실 롯데월드에 있는 '맘(mom)편한 어린이집'에서 어린이들이 지도 선생님의 설명을 듣고 있다. /롯데지주 제공
2.05명. 지난해 롯데그룹 임직원과 배우자를 합친 인원(8만7000명)의 100명당 출생아 수(롯데 출생률)다. 한국 성인(20~60세, 3046만 명) 100명당 출생아 수(0.81명)의 두 배를 훌쩍 넘는다.
한국의 성인 100명당 출생아 수가 2019년 1명 밑으로 떨어지는 등 저출산이 심화하는 와중에도 롯데는 10년 넘게 2명대를 유지하고 있다. 2012년 국내 대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여성 자동 육아휴직 제도(출산휴가 사용 3개월 후 별도 신청 없이 육아휴직에 들어가는 제도)를 도입하는 등 10여 년간 육아문제 해결을 위해 전력을 기울인 결과다.
롯데그룹은 임직원 100명당 출생아 수를 의미하는 ‘롯데 출생률’이 여성 자동 육아휴직 제도 시행 이듬해인 2013년 2.5명에서 10년 넘게 2명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고 16일 밝혔다. 롯데는 2013년부터 이 데이터를 매년 집계해 경영에 활용하고 있다.
같은 기간에 동일 조건을 적용해 산출한 한국의 출생률이 1.42명에서 0.81명으로 급락한 것과 대조된다. 롯데는 2017년부터 남성도 1개월 이상 의무적으로 육아휴직을 쓰도록 했다. 작년까지 8000여 명의 남성 직원이 육아휴직을 썼다.
이 기간 국내 남성 육아휴직자(14만6000여 명·고용노동부 집계) 100명 중 다섯 명이 롯데 직원일 정도로 남성 육아휴직 문화가 자리 잡았다. 경제적 이유로 휴직을 꺼리는 남자 직원이 많다는 점을 고려해 휴직 첫 달 통상임금의 100%를 보전해준다.
롯데가 이처럼 육아 지원에 역량을 쏟아부을 수 있었던 데에는 “일·육아를 병행하는 직원이 가장 소중한 인재”라는 신동빈 회장의 지론이 핵심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게 경제계의 시각이다.
롯데, 남성 육아휴직 90% 넘었다…신동빈 "일·육아 병행돼야 성장"
국가 차원의 저출산 극복 노력,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바람 등의 영향으로 최근 국내 주요 대기업 사이에선 핵심 인재들이 일·육아를 병행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게 화두로 떠올랐다. 다른 대기업에 앞서 10년 넘게 다양한 출산·양육 지원 제도를 시행한 롯데의 성과는 경제계에 상당한 시사점을 준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저출산 극복은 백약이 무효’라고 체념하기보다 리더가 확신을 갖고 꾸준히 밀어붙이면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입증한 사례란 얘기다.
남성 육아휴직 이용률 90% 넘어
롯데는 2012년 자동 육아휴직을 도입해 출산한 여성 직원은 누구나 의무적으로 눈치 보지 않고 사용하고 있다. 말 그대로 자동이기 때문에 상사 결재가 필요 없다.
2017년에는 육아휴직 기간을 종전의 1년에서 2년으로 늘렸고 남성 육아휴직도 의무화했다. 현재까지 육아휴직을 사용한 남자 직원은 총 8000여 명. 휴직 대상자의 90%가량에 해당하는 비율이다.
대표적인 남초(男超) 계열사인 롯데건설의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도 90%를 웃돈다. 롯데 관계자는 “다른 대형 건설사들과 비교해 많게는 10배 이상 높은 비율”이라고 설명했다. 세 자녀 출산 시기에 맞춰 세 차례 육아휴직을 쓴 김준성 롯데면세점 매니저는 “자녀가 없는 부부가 사내 제도 때문에 출산을 결심하기란 쉽지 않겠지만, 둘째나 셋째를 고민하는 부부에게는 상당한 메리트”라며 “미혼 직원들도 양육 걱정을 조금은 덜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롯데는 자녀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해에 ‘자녀 돌봄 휴직’도 추가로 1년 제공한다. 육아기 선택적 근로시간제도 운용한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정해진 의무 근로시간 외에는 자유롭게 근무시간을 선택하면 된다.
직원들이 출산·육아 지원 제도를 활용하는 분위기가 확산하면서 롯데 출생률(임직원 100명당 출생아 수)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의 성인(20~60세 기준) 100명당 출생아 수가 2017년 1.16명에서 지난해 0.81명으로 떨어진 데 비해 같은 기간 롯데지주의 가족 친화 제도 평가에서 상위 30% 안에 든 계열사 출생률은 0.07명 늘었다.
신동빈 “유리천장 없애야”
저출산 극복이 국가적 화두로 떠오른 만큼 삼성 SK 현대자동차 LG 등 다른 대기업들도 일·육아 병행을 돕기 위한 다양한 제도를 앞다퉈 도입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육아휴직을 사용한 남자 직원 수가 1310명으로 처음 1000명을 넘기도 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남성 직원 가운데 휴직을 사용한 비율을 따져보면 삼성전자, SK이노베이션, KB금융지주 등 굴지의 대기업·금융회사조차 한 자릿수에 머무는 게 실상이다. 대체 인력이 풍부한 대기업도 이 정도인데 중소·중견기업은 말할 것도 없다.
후략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15/0004902818?sid=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