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여간 준비 해온 '너와 나'의 제작 과정을 떠올린 조현철은 "2016년 처음 이야기에 대한 발상이 생겼고, 계속 시나리오를 혼자서 고쳤다. 2019년 쯤 독립영화 프로그램에서 PD님을 만나 함께 하게 됐고, 이후 투자를 받고 제작에 들어갈 수 있었다. 우여곡절이 많았던 영화였지만, 이 이야기를 쓸 때부터 세상에 나오게 될 영화라는 생각은 계속 들었다"고 말을 이었다.
2014년 발생했던 세월호 사건과 2016년 자신에게 있었던 개인적인 일들을 통해 삶과 죽음을 바라보는 관점이 바뀌었다고 말한 조현철은 "모든 창작자가 개인의 이야기로부터 출발해서 뭔가 주변의 이야기들로 자신을 엮어나가는 것이 대부분의 작업 방식일 것이다. 저 역시 자세히 설명 드리기는 어렵지만 2016년에 개인적인 일들이 있었고, 그러면서 삶과 죽음에 대한 관점이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일련의 여러 상황 속 "저희 영화는 특히나 더 스태프들과 배우들이 아픔을 안고 시작했다. 그래서 좀 더 끈끈하고 애정이 있지 않나 싶다"고 차분하게 전했다.
'너와 나'는 2021년 박혜수가 학교 폭력 가해 논란에 휘말리면서 지난 해 촬영 시작 후 개봉에 이르기까지 본의 아닌 우여곡절의 시간을 겪기도 했다.
조현철은 "영화는 상업적인 논리가 중요한데, 조금은 다른 논리를 갖고 있던 것 같다"며 "모든 스태프들이 서로를 사랑했다. 내부적으로도 회의를 하긴 했지만, 박혜수가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얘기했다.
이어 "저희가 본 박혜수가 있고, 인터넷에서 떠도는 소문은 과장되거나 왜곡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더이상 그런 일을 보고 싶지 않았다. 이 사람이 지금까지 한 행동과 보여진 모습들, 저희에게 눈물을 흘리면서 했던 '무고하다'는 주장을 믿고 싶었다. 그래서 함께 하기로 했고, 결정한 이후로는 두려움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박혜수를 '사랑스러운 사람'으로 표현한 조현철은 "(박)혜수 씨를 만나고 나서,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얼마나 존경할만하고 사랑스러운 사람인지, 업계에서 보여지는 청순하고 귀여운 이미지와 달리 얼마나 용기가 있고 강단 있는 사람인지도 알게 됐다"고 얘기했다.
이어 "영화 투자가 결정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박혜수 씨 이슈가 터졌던 것 같은데, 저조차도 흔들릴 수밖에 없었고 쏟아져 나오는 말들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 하지만 그냥 이 사람의 이야기를 눈 앞에서 듣고 있으니까 이 결말이 어떻게 될 지는 모르겠지만 '사랑'으로 이 작품을 함께 하기로 했기 때문에, 별다른 두려움은 없었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주인공 세미와 하은을 연기한 박혜수와 김시은에 대해 '최고'라고 칭찬한 조현철은 "혜수 씨는 연기적으로든 다른 것으로든, 모니터로 지켜본 연기자들 중에 연기를 가장 잘 하는 사람인 것 같다. 이 배역을 임하는데 있어서의 태도도 그렇고 혜수 씨는 본인이 납득이 안 되고 갑정적으로 뭔가 우러나오지 않으면 연기를 못하는 사람 같더라. 늘 어떤 진정성을 가지고 이 인물을 표현할 지 고민했다. 정말 대단했다"고 전했다.
김유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