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youtu.be/LZLzMLDCHZY?si=DUAmxiSiywn_G0DH
싱글 'Do or Die'를 듣고 '미스터 트롯 출신'이라는 수식은 어쩌면 가수 임영웅에겐 예술적 딜레마로 작용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지난 인터뷰들을 통해 세대와 장르, 심지어 국경까지 넘나들겠다는 음악적 의지를 꾸준히 피력해왔다. 하지만 그를 지지하는 세대는 적게는 40대, 많게는 60대 이상 한국의 중노년층에 집중돼 있는 게 현실이고 때문에 임영웅이 당장 블랙핑크나 BTS처럼 '글로벌 스타'라는 고지에 오르는 건 무리인 게 사실이다. 국경, 세대, 장르에서 종횡무진을 꿈꾸는 임영웅의 바람은 현재로선 그저 바람일 따름이다.
케이팝 전문 사이트 '비어스 리스트'의 필자 닉(Nick)이 썼듯 'Do or Die'는 오늘날 트렌드와는 거리가 먼, 이를테면 "거대하고 반짝이는 멜로디와 드라마틱 악기가 주를 이루는 맥시멀리즘"을 앞세운 2010년대 초반 스타일 EDM 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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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웅의 신곡을 두고 매체들은 하나같이 "180도 변했다"고 했다. 하지만 그 퀄리티는? 그가 정말 국경과 세대를 넘나들 수 있을 만큼 장르 변신을 성공적으로 해낸 것일까. 나는 조금 회의적이다.
일단 뮤직비디오에서 보여준 그의 춤 솜씨부터 여타 아이돌들에 비하면 정말 평범한 수준이다. 창법도 그가 트로트, 발라드를 부를 때와 비교했을 때 감동의 화력은 급감하고 있다는 게 내 판단이다. 잘 할 수 있는 것과 하고 싶은 것은 다른 법. 80년대 세계 팝록계를 주름잡은 존 본 조비는 언젠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궁극적으로 결정을 내리는 건 팬들이다. 비평가들이 아니다. 음반 회사 직원들은 음반이 얼마나 좋은지 알려주기 위해 돈을 받고 비평가들은 음반이 얼마나 나쁜지 알려주기 위해 돈을 받는다. 둘 다 공짜로 음반을 얻지. 음반을 사서 듣는 건 결국 팬들이다."
애초에 임영웅은 팬의 의미, 팬의 본질을 잘 알고 있는 가수였다. 신곡에 "오직 너만의 영웅이 되어 모든 걱정을 다 막아줄게"나 "나만 믿고 따라와 따라와 너를 위해 난 노래할 거야"라는 가사가 괜히 있는 게 아니다. 'Do or Die'는 그래서 임영웅이 만들어 낸 것이라면 따지지 않고 좋아하는 팬덤 '영웅시대'를 위한 노래와 영상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처럼 나에겐 들렸다. 임영웅이 아티스트로서 갈 길은 아직 멀어 보인다.
김성대(대중음악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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