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한 번화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일본풍 간판들.
직장인 정모(28)씨는 추석을 맞아 고향인 울산으로 내려갔다가 깜짝 놀랐다. ‘맛집’이 모여있는 번화가에 일본어로 표기된 음식점 간판이 우후죽순 몰려있었기 때문이다. 일부 음식점은 한글을 찾아볼 수 없어 어떤 음식을 파는지 짐작하지 못할 정도였다. 정씨는 “최근 새로 생긴 음식점에서 일본풍 느낌을 내는 게 ‘트렌드’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이국적인 느낌을 줘 특별하다고 생각하지만 어떤 음식을 파는지 잘 모르겠다. 한국어도 병기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씨가 본 음식점 간판은 엄연히 따지면 불법이다. 옥외물광고법에 따르면, 간판 등 옥외광고물 문자는 원칙적으로 ‘한글’로 표시해야 하고, 외국 문자로 표시할 경우에도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한글과 병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옥외물광고법 상 4층 이하에 설치되는 면적 5㎡ 이하 간판은 신고를 하지 않아도 된다. 허가나 신고 절차가 없으니 사실상 단속을 할 수 없는 셈이다.
수도권 번화가에서도 일본어로 된 간판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경기도 한 번화가에서는 새로 개장한 음식점 중 일본어로 된 간판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지난 2019년 ‘노 재팬’ 열풍이 불 당시 이자카야 간판을 떼고 한국식 메뉴를 대체한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일본식 선술집에서 만난 시민은 “최근 엔화가 저렴해져 일본 여행을 가는 친구들이 많아졌다”며 “여행 후 일본 감성을 느끼고 싶어 선술집을 찾았다. 요즘 일본풍이 유행인듯 하다”고 했다.
최근에는 서울 한 번화가에 일본풍 술집에서 일제강점기 시절 표어인 ‘내선일체’와 비슷한 간판이 등장이 논란이 된 바 있다. 광진구에 위치한 이 술집 대형 간판은 두 사람이 어깨동무를 한 채 달리는 모습을 담았다. 일본 오사카 도톤보리의 유명 관광 명소 ‘글리코상’과 유사한 패러디 간판이지만, 일부는 “내선일체 포스터 같아서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누리꾼은 “아무리 일본 분위를 내고 싶어도 선을 넘은 것 같다”고 지적했고, 다른 누리꾼은 “일본에도 한국 거리가 있고 포차컨셉을 그대로 가져다 놓은 가게 많지 않느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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