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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아내의 음식이 먹고 싶습니다. 도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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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28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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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pann.nate.com/talk/333852568



안녕하세요. 저는 35살 결혼한지 1년 조금 넘은 평범한 회사원입니다.
아내는 31살입니다.

제가 지금 아내에게 원하는게 있는데 여자입장에서 어떤지 의견을 묻고 싶어서 글을 올립니다.

아이디는 아내의 것입니다.


현재 저희는 맞벌이입니다. 아이 생각은 없습니다.
저는 9시 출근 ~ 6시 퇴근이지만 삼십분 일찍 출퇴근 및 통근거리가 있어서 실제로 출퇴근은 7시 반 ~ 8시라고 보면 되고
아내는 거리가 가깝고 칼퇴인 직장이라서 8시에 집에 나와서 6시반에 집에 도착합니다.
둘 다 야근은 많지 않고요.
특이한 것은 저희는 월수금 장을 보고 식사 준비만 해주시는 아주머니를 고용하고 있어요.
낮에 오셔서 일하시면서 밥, 국, 반찬을 해주세요.
밥과 국은 소량씩 담아서 냉동실에 넣고 반찬은 락앤락에 담아서 냉장실에 넣어놓으면 저희가 아침밥, 저녁밥으로 꺼내먹습니다.
설거지는 교대로 합니다.

저희는 3년 연애 후 결혼을 했는데 처음에 어느정도 서로 호감을 가지고 만나다가 정식으로 사귀기 전 아내가 말했습니다.
자기는 결혼 생각이 없다. 이유는 별거아니고 단순한데 자기한테는 정말 중요한 일이다.
자신은 식사준비를 하는 것이 싫다. 밥 짓고 국 끓이고 반찬하고 뭐할지 고민하고 밥차리고 치우고 설거지하는게 싫다.
그게 싫어서 혼자 사는 것이다.
배우자가 이해해줄 수 있으면 좋지만 그럴 사람이 많지 않다는 걸 알고 있다.
처음에는 들어주는 척하다가 말을 바꾸면 자신은 바로 이혼할 것이고 그 정도로 싫은 것이다.

그렇다고 아내가 게으른 사람인 건 아닙니다.부지런하고 깔끔하고 돈도 잘 모으고 가계부도 과할 정도로 꼼꼼하게 씁니다.
어쩌다가 사귀면서 아내가 엑셀로 만들어놓은 가계부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수입과 정기적으로 나가는 공과금을 물론이고 사소한 지출이랑
전기세와 도시가스의 검침일을 체크해놓고 이번달은 지침이 몇이고 그게 얼마고 카드사용은 무슨 무슨 항목인지 다 체크해놓더라고요.

그런 꼼꼼한 경제관념과 합리적인 성격이 마음에 들어서 끈질기게 설득했고 결국 결혼했습니다.

1년이 지난 지금도 가정부 아주머니는 계속 고용중이고 앞으로도 그럴거에요.

다 만족하고 있었는데 문제는 아내가 음식을 몇번 해주면서 제가 마음이 조금씩 흔들리고 있어요.

어느 날 퇴근해서 봤더니 싱크대에 산더미같은 상추가 쌓여있는 겁니다.
뭐냐고 물었더니 회사 동료가 시골에 갔다가 따온 상추를 나눠줬는데 그게 한명분이랍니다.
상추가 너무 좋았고 힘들게 가져온 정성이 있어서 받아왔다고 합니다.

쌈으로 먹는 것도 한도가 있고 이거 다 어쩔거냐고 물었더니 자기가 알아서 하겠다고 합니다.
알아서 하겠지라고 생각하고 씻고 정리하고 컴퓨터 좀 하다 나왔더니 아직도 상추를 씻고 있습니다.
힘들 것 같아서 도와주냐 물었더니 됐다고 혼자하는게 편하다고 해서 또 그냥 책을 읽었습니다.
두시간쯤 지나서 나갔더니 아직도 주방에 있는데 큰 통에 상추 한장 넣고 뭘 뿌리고 한장 넣고 뿌리고를 무한 반복하는 겁니다.
그게 뭐냐고 물었더니 상추를 재우는 거라며 매일 식사 때마다 살짝 무쳐서 먹는 건 귀찮아서 싫으니
싹 다 재워놓고 조금씩 꺼내먹으면 된다고 하더라고요.
그 후로도 1시간 조금 더 넘게 하더니 끝났습니다.

다음 날 아침에 반찬으로 꺼내주길래 먹었는데 엄청 맛있는 겁니다.
상추무침이랑은 좀 다르고 깻잎이랑도 다른데 뭔가 은근히 달고 매콤 짭쪼름한 맛.
그 날 아침은 그걸로만 먹은 거 같아요. 그 이후로도 그랬는데 금방 없어지더라고요.

그리고 식사준비해주시는 아주머니가 집에 일이 있어서 한번 못 오셨는데 그 때 바지락수제비를 해줬어요.
이번엔 거실 쇼파에 앉아서 티비보는 척 지켜봤는데
뭔가 엄청 빠르고 익숙하게 하는데 대충대충 하는 것 같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파나 고추같은 건 대충 가위로 냄비 위에서 잘라서 넣고 마늘이나 소금같은 것도 숫갈로 대충 팍팍 넣고
수제비도 퍽퍽 반죽해서 순식간에 뚝뚝 떼어서 넣고 뭔가 성의없는 느낌...
근데 오랜만에 요리를 하는 것 같은데 망설임없이 와다다다 하는게 연륜이 느껴질 정도 였습니다.
그리고 역시나 맛은 끝내줬습니다. 담백하고 순진하다고 해야하나 군더더기없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근데 아내는 내 음식은 딱 먹고 살기위해 하는 음식이니까 뛰어난 맛은 기대하지 말라고 하더군요.
아니라고 맛있다고 이렇게 잘하는데 왜 싫어하는지 물어봤어요. 정말 궁금했거든요.

아내가 말하길
뭐 알다시피 자기는 아버지만 계셨고 10살 때부터 주방에 들어가서 12살 때는 거의 식사준비는 다 자기가 했다.
그렇게 독립하기 전인 27살 때까지 계속 집안일을 했다.
학생 때는 일어나서 아침 준비하고 설거지하고 학교 갔다가 집에 오면 식사준비해서 상차리고 먹고 설거지했다.
성인이 되서 직장 다닐 때는 아침 설거지는 퇴근해서 하고 저녁식사 또 똑같이 반복했다.
회식일 때는 아니었지만, 야근을 하고 집에 오면 아버지가 식사 안하고 기다리고 있었고 밤 10시에 식사 챙겨드렸답니다.
제일 최악은 주말인데 하루 삼시세끼를 챙기고 청소하고 하다보면 하루가 끝이었다.
기억나는 건 식사준비하고 상차리고 상치우고 설거지한 것 뿐이라고
눈 뜨면 일을 시작해서 눈 감기전까지 일을 하는 건데 미쳐버릴 것 같았다고
특히 아버지가 "밥먹자" 혹은 "배고파" 라고 하는 말을 들으면 자기도 모르게 마구 짜증이 났답니다.

독립해서는 제대로 식사를 챙겨먹은 적 없이 아침밥은 안 먹고 저녁 때 냉동볶음밥 하나 돌려서 김치랑만 먹었다고 합니다.
다행히 저희 집도 제사가 없고 명절 차례도 안 지냅니다. 명절 때는 밖에서 외식하거나 집에서 간단히 식사만 하고 옵니다.
아내 쪽도 똑같고요.
그래도 혹시 명절 차례나 제사 지내는 집이면 어떻게 하려고 했냐하니까
평소에 식사준비를 아주머니 통해서 하는 거라면 일년에 몇번정도는 참을 수 있으니 상관없었다고 하더라고요.

그 후 저는 가끔 불현듯이 아내가 해준 음식이 먹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했어요.
이번 추석 전에 티비에서 명절음식 꼬치가 나와서 제가 어 저거 맛있겠다 먹어본지 오래되었다 라고 그냥 말했는데
아내가 해주더라고요. 다른 것 없이 꼬치만요.
근데 꼬치에 버섯 + 햄 + 맛살 + 단무지 + 청양고추 반쪽? 이렇게 해줬는데 진짜 장난 아닌겁니다.
어릴 때에도 파는 좀 역하고 식감이 안 좋아서 빼고 먹었는데 청양고추가 들어가니까 매콤하고 깔끔하니 최고였어요.

그리고 은근히 설에 떡국은 얼마나 맛있을까 기대되고 그랬습니다.
그 후 며칠 자꾸 이상한 마음이 들어서 고민하고 생각하고 결국 제가 확신을 가지게 된 것은
저는 아내의 음식을 계속 먹고 싶습니다.
무심하지만 깔끔하고 과하지 않은 그 맛이 너무 좋습니다.

하지만 아내에게 말을 하지는 못하겠습니다.
아내가 일을 다니지 않아도 되고 아주머니는 계속 일하시면서 하루에 음식 딱 하나씩만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아내의 음식을 바라는 느낌은 꼭 여름휴가를 기다리는 마음이랑 비슷하네요.

저에게 도움을 주세요. 어떻게 하면 좋을지 어떻게 말하면 좋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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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시피 알려달라고해서 해먹으면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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