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발표된 야구대표팀 최종 엔트리 24인에 포함된 채 시즌을 치러온 이의리는 대표팀 소집 하루 전인 지난 22일 전격 제외됐다. 이의리는 지난 10일 손가락에 물집이 잡혀 엔트리에서 제외돼 열흘을 쉰 뒤 21일 한화전에서 복귀했지만 1.1이닝 2안타 3사사구 5실점(4자책)으로 부진했다. 엔트리 수정을 염두에 두고 이의리를 주목하고 있던 대표팀에서는 류중일 감독과 조계현 전력강화위원장, 김동수 배터리 코치가 특별히 대전구장을 직접 찾아 이 경기를 지켜봤다. 오로지 이의리의 투구만 보러 온듯 이의리가 부진해 조기강판되자 바로 현장을 떠나는 모습이 중계화면에 모두 잡히기도 했다.
최종엔트리를 확정해 제출한 이후로는 부상 이외의 사유로는 임의로 선수를 교체할 수 없게 돼 있다. 그러나 대표팀은 그 이튿날인 22일 오전 이의리의 물집을 이유로 “부상에서 회복중이지만 최상의 경기력을 보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이의리를 제외하고 외야수 윤동희(롯데)를 대체 선수로 선발했다.
이의리는 21일 한화전에서 부진했지만 이미 물집이 모두 나은 상태로 복귀해 있었고 대표팀 합류를 준비하며 투구 수를 40개 안팎으로 일부러 조절했다. 그러나 그 경기가 결정적 원인이 돼 부상이라며 탈락되자 KIA 구단 역시 “부상이 아니다. 손가락은 깨끗이 나았다”고 항변했다.
다른 부진한 선수들이 그동안 많았지만 이의리만 불투명한 사유로 최종엔트리에서 제외된 데 대해 공정성과 형평성 논란이 일었다. 이에 류중일 감독은 23일 대표팀 소집 첫 훈련에서 이의리를 제외한 사유를 설명했다. “이의리는 대만과 일본전 중 1경기 선발을 맡아줘야 할 최고 좌완 투수(라 판단해 선발했었)지만, 지금 물집 상태로는 80개 이상 공을 못 던진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선발 투수로 계산하고 뽑았는데 80개 이상을 던질 수 없다고 보이니 제외할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그 근거가 손가락 물집에서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다는 것이었고, 이에 이의리의 다음 등판은 큰 주목을 받았다.
이의리는 말 그대로 ‘보란듯이’ 호투를 펼쳤다. 80개까지 던질 필요도 없을 정도로 77개로 7이닝을 무실점으로 소화했다. 당초 최종엔트리에 선발된 투수 중 곽빈(두산)을 제외하면 유일한 10승 투수였던 이의리는 엔트리 제외 뒤 첫 등판에서 시즌 11승째를 거둬들였다.
모두의 주목 속에 등판했던 이의리는 경기 뒤 스포츠경향과 통화에서 “더블헤더 2차전이었기 때문에 야수들의 피로가 있을 것 같아 최대한 공격적으로 투구했다. 트레이너 파트에서 관리를 잘 해줘 좋은 컨디션으로 마운드에 올랐다”며 “손가락은 보시다시피 전혀 이상 없다”고 말했다.
탈락 이후 며칠간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담담하게 팀과 함께 하며 마음을 회복했다. 그러나 아직도 남아있는 서운함 한 가지는 숨기기 어려운 듯 보인다.
이의리는 “탈락도 탈락인데 그 소식을 대표팀이 아니라 다른 사람 (구단) 통해 들었다는 점이 가장 서운하다. 예비엔트리도 아니고 최종 엔트리에서, 그날밤 합류하기로 한 당일에 제외됐는데 직접 연락은 아무 데서도 받지 못했다. 그날 (KIA 심재학) 단장님에게서 처음으로 들었고 그 뒤에 지금까지도 진짜 아무 것도 없었다”고 말했다.
23일 첫 소집훈련을 앞두고 22일 밤 선수들이 모두 서울로 이동해 대표팀 숙소로 합류를 앞두고 있었다. 그 당일인 22일 오전에 엔트리 제외된 사실 자체부터 충격이지만, 제외 통보조차 선수가 아닌 KIA 구단에게만 간 것이다. 실망하고 당황했을 선수 본인에 대한 배려는 전혀 없었고 이 점이 선수에게는 가장 큰 상처로 남은 듯하다. 최종엔트리 24인에 선발해놓고 넉 달 만에, 소집 당일 갑자기 탈락했다는 소식을 대표팀이나 최소한 KBO 누구도 선수 본인에게 직접 하지 않고 구단을 통해서만 전달했다는 사실은 매우 실망스럽다.
이의리는 “시간이 지난다고 홀가분해질 것 같지는 않다. 내 야구인생에서 절대 잊혀지지 않을 일일 것 같지만, 그래도 넣어둬야 하는 게 프로라고 생각한다”고 지금 머릿속의 수많은 복잡한 감정을 마음 속으로 그대로 집어넣었다.
https://n.news.naver.com/sports/kbaseball/article/144/00009156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