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 수술, 유령 의사 수술같은 불법을 막기 위한 수술실 CCTV 설치가 25일부터 전격 시행된 가운데 수술실 CCTV 설치로 의사 두 명 중 한 명은 수술장 폐쇄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의사협회는 이날 오후 서울 이촌동 의협회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의협 회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의협 의료정책연구원이 지난 8일부터 18일까지 열흘 동안 진행한 설문조사에는 의협 회원 1267명이 참여했다.
응답자 10명 중 9명인 93.2%는 해당 법 자체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의사 본인이나 가족이 수술받더라도 CCTV 촬영에 동의하지 않겠다는 응답이 91.9%였다.
본인이 수술실을 운영하는 원장이라면 수술실 폐쇄 의향도 있느냐는 질문에 절반이 넘는 55.7%가 '그렇다'고 답했다.무엇보다 응답자 90.7%가 수술실 CCTV 설치로 외과 기피가 심화하고 필수의료가 붕괴할 수 있다고 답했다.
반대하는 이유로는 '의료진 감시 등 인권침해가 51.9%로 가장 컸으며, '의료진을 잠재적 범죄자로 인식한다(49.2%)'와 '진료 위축과 소극적 진료 야기(44.5%)'가 각각 뒤를 이었다.
응답자들은 CCTV 의무화법 대신 '대리수술 처벌 강화 추진(64%)'과 '수술실 입구에 CCTV 설치(39.8%)'를 대안으로 꼽았다.
의협 이필수 회장은 "이 법 시행으로 의료인들의 기본권 침해, 의료인과 환자 간의 신뢰관계 훼손, 외과 의사 기피 현상으로 인한 필수의료붕괴가 심각히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전 세계 어느 나라도 수술실 CCTV 설치를 강제로 의무화하는 국가는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법 시행으로 인한 의료진의 진료행위 위축은 생명이 위급한 환자에 대한 의료진의 최선의 의료 서비스 제공을 어렵게 할까 우려된다"며 "헌법 소원을 통해 수술실에 종사하는 의료인들의 인격권,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및 기본권을 일상적으로 침해하는 이 법안의 위헌성과 부당성 여부를 끝까지 법리적으로 다툴 것"이라고 말했다.
이달 초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법에 헌법소원을 제기한 의사협회는 법적 대응과 함께 계도 기간을 6개월 더 연장해 달라고 정부에 요구할 계획이다.
하지만 정부는 "이미 2년의 계도기간이 있었다"며 추가로 기간을 연장하는 데 사실상 반대 입장인 것으로 확인됐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의협의 추가 계도기간 요구에 검토하겠다"면서도 "법안이 시행되기까지 2년 동안 공식, 비공식적으로 안내를 했다"고 말했다.
이어 "관계단체의 협조 하에 현장 질의, 건의사항 접수 창구를 운영하면서 시행 이후 의료계와 환자단체의 의견수렴을 위한 협의체 회의도 조만간 개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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