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개인 병원이 1년에 1000만~2000만개의 마약류 의약품을 처방하는 것으로 24일 나타났다. 최근 서울 강남 지역에서 발생한 ‘롤스로이스 차량 사고’ 등은 모두 병원에서 마약류를 처방받은 사람들이 저지른 일이었다. 일부 병원이 마취제, 최면진정제 등의 처방을 남용하면서 사실상 마약 공급책 역할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이날 국민의힘 백종헌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에서 마약류 의약품을 가장 많이 처방한 1차 병원(병상 30개 미만)은 대구 달서구의 A 병원이었다. A 병원은 작년 한 해 3만1000명의 환자에게 2216만개의 마약류를 처방했다. 1인당 700여 개 가까운 수치로, 환자 한 명당 하루에 두 개가량 처방을 내린 셈이다. 이 병원은 다이어트 전문 병원으로 마약류인 펜타민 등을 주로 처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의 유명세로 일대 환자가 몰린다고 한다. 다음으로는 서울 송파구(1390만개), 서대문구(1339만개), 종로구(1325만개), 충남 보령시(1288만개) 병원순으로 마약류를 처방했다.
환자별로 보면, 가장 많은 마약류 처방을 받은 환자는 30대 남성 B씨였다. B씨는 병원 한 곳에서 245차례에 걸쳐 총 18만2000개의 마약류를 처방받았다. 15만9000개의 마약류 처방을 받은 60대 남성, 4만5000개의 처방을 받은 30대 남성도 있었다.
마약류 처방 전국 병원 상위 30곳 중엔 서울 강남 지역 병원 4곳이 포함됐다. 경찰은 최근 롤스로이스 차량 사고를 계기로 강남 지역 병원의 마약류 처방에 문제가 있었는지 수사하고 있다.
서울시의사회 박명하 회장은 “환자 상태나 의약품목에 따라 필요한 양이 다르겠지만, 한 병원에서 1년 동안 2000만개가 넘는 마약류를 처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수치”라며 “또 혼자서 10여만개의 마약류를 처방받은 환자는 2차적으로 이득을 얻기 위해 재판매했을 가능성도 보인다”고 했다.
마약류 의약품 오남용은 청소년들의 마약 중독 증가로 이어진다는 지적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작년 마약 중독 관련 진료를 받은 10대 청소년들은 497명으로 지난 2018년 370명보다 34% 증가했다. 환각·환청 부작용이 있는 의료용 마약 처방 환자도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작년 의료용 마약류 처방 환자 수는 1946만명으로 국민 2.6명 중 1명이 사용한 셈이다. 이는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으로 관련 자료를 수집한 2018년 이후 최다 수치다.
백종헌 의원은 “의료용 마약류에 중독되면 또 다른 마약 입문 창구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국가가 관리해야 한다”며 “일부 병원은 상업적 목적으로 환자에게 중독성을 알리지 않고 과도하게 처방하는 경우가 있어 환자가 원치 않더라도 중독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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