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블라인드 채용을 해도 뽑고 보면 합격자들의 출신 대학이 1~2곳에 몰려 있어요. 풀이 워낙 좁다 보니 방법이 없죠.” "
18일 강원도의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지역인재 채용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지방 혁신도시로 이전한 공공기관은 해당 소재지 대학·고등학교 졸업자를 전체의 30% 이상 채용해야 한다. 당초 목적은 지방의 우수한 인재를 활용하겠다는 의도였다. 하지만 고졸 채용은 소수인 데다, 지역에 있는 대학이 한정적이다 보니 특정 대학 쏠림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500인 이상 공공기관 68.4%, 지역인재 절반이 특정 대학 출신
중앙일보가 박대수 국민의힘 의원실과 함께 지방으로 이전한 임직원 500인 이상 공공기관 19곳(지역인재 채용 의무 없는 곳 제외)의 ‘2020~2023년 이전지역 인재 합격자 출신학교(대졸자 한정) 현황’을 조사한 결과 특정 대학 비율이 전체 지역인재 합격자의 절반을 넘어선 곳이 3분의 2를 넘었다.(13개 기관)
-중략-
“초·중·고 지방에서 졸업해도 인서울 대졸자면 지원 못 해”
수도권 대학 출신자들 사이에선 폐쇄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전 지역인재’ 채용 제도는 졸업 대학을 기준으로 삼고 있다. 초·중·고를 해당 지역에서 졸업하더라도 서울에 있는 대학을 다닌 이들에게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한때 공공기관 취업을 준비했던 최모(32)씨는 “광주에서 20년 살았는데 인서울 대신 전남대를 갔어야 하는 생각이 든다”라고 말했다.
지역인재 채용 비율이 계속 높아지고 있는 점도 취준생들 사이에선 반발이 크다. 정부는 ‘혁신도시 조성 및 발전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2018년 18%로 시작해 지난해 30%에 이를 때까지 매년 3%포인트씩 지역인재 채용 비율을 높여 왔다. 해당 기관 전체에서 특정 대학 출신이 차지하는 비율이 더 커지면서 파벌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지방 소멸 막으려면 필수불가결”
하지만 “지방 소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지역 인재 채용이 불가피하다”는 반론이 만만찮다. 익명을 요청한 한 행정학과 교수는 “고령화와 지방소멸 위기를 목전에 두고 지역 대학 출신을 30% 뽑는 건 불가피한 상황이다. 최선은 아니지만 차차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취준생들이 모인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능력주의 관점에선 문제가 있지만 이런 제동을 걸어주지 않으면 지방 소멸은 막을 수 없다”는 주장이 올라오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제도의 취지는 살리되 대상을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박진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지금보다 조금 더 범위를 넓혀서 광역화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지역 인재 기준이 시·도 단위 중심이지만 호남권·영남권·충청권 등 권역 단위로 확대돼야 한다"며 "해당 지역에서 초·중·고교를 나온 이들에게도 기회를 확대해 다시 고향으로 돌아올 생각이 있는 학생들에게도 문을 열어놔야 한다"고 설명했다.
후략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5/0003308787?sid=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