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요금이 인상된 이후에도 택시회사들의 경영 악화가 좀처럼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폐업과 휴업이 속출하는 가운데 최근 서울의 한 택시업체 대표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인대출까지 끌어 쓰다 버틸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것으로 전해졌다. 택시기사 구인난 속에 요금 인상 후 승객까지 줄어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다. ‘택시 대란’과 ‘택시회사 경영난’ 개선을 내세워 요금을 대폭 올린 정책이 실패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택시업계와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S택시 대표가 적자를 감당하지 못해 지난 13일 극단적 선택을 했다. 대표는 회사 적자를 막기 위해 개인대출까지 끌어다 쓴 것으로 알려졌다. S택시가 보유한 차량은 83대인데 운행하는 택시는 절반이 채 되지 않았다. 한 택시업체 대표 A씨는 “S택시 기사 대부분이 회사 운영이 가능할 정도의 실적을 내지 못했을 것”이라며 “차고지마저 임차해 쓰고 있어 한 달 적자만 최소 수천만원에 달했다”고 했다.
서울택시운송사업조합에 따르면 지난 4월 마카롱택시 T1·2가 경영 악화로 파산한 이후 카카오모빌리티가 직영으로 운영하는 진화택시와 KM2 등 두 곳도 7월 휴업에 들어갔다. 조합 관계자는 “기사 부족으로 서울 254개 법인택시 가동률이 역대 최저인 30%대에 머물고 있다”고 했다.
진화택시와 KM2를 포함해 택시회사 아홉 곳을 운영하는 최모 대표는 사업을 시작한 2019년 이후 매년 적자를 보고 있다. 누적 적자만 150억원에 달한다. 휴업한 두 업체의 연간 적자는 20억원에 이르렀다. 가동률은 40%로 10대 중 6대는 차고지에 머물고 있다.
기사 절반은 회사에 내는 기준금도 채우지 못하는 상황이다. 기준금은 월 430만원(주간) 또는 480만원(야간)으로 택시기사가 한 달에 벌어와야 하는 최소 금액이다. 최 대표는 “회사 유지를 위해선 한 달에 최소 기준금만큼은 매출을 올려야 한다”며 “최소 금액을 채우지 못하는 기사에게도 똑같이 월급을 주는 전액관리제에선 회사가 수익을 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법인택시 위기는 기사들이 코로나19 이후 수입이 좋은 택배와 배달 업계로 떠나면서 시작됐다. 최 대표가 소유한 9개 업체 기사는 680명으로 2020년(1450명) 이후 50% 이상 줄었다. 택시조합에 따르면 올 8월 기준 전국 법인택시 운전기사는 7만126명으로 2020년(8만9650명) 대비 21.7% 감소했다.
택시 요금 인상 이후 택시 이용자는 크게 줄었다. 올해(1~7월) 서울시 택시 이용 건수는 1억5622만 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억6628만 건) 대비 6% 감소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1~7월)과 비교하면 감소폭이 29%에 달한다. 올해 7월까지 서울지하철 이용은 15억2870만 건으로 지난해보다 14% 증가했다.
서울시는 택시대란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 2월 기본요금을 3800원에서 4800원으로 인상하고 기본 주행거리는 2㎞에서 1.6㎞로 줄였다. 심야 할증 시작은 밤 12시에서 오후 10시로 앞당겼고 할증률은 20%에서 최대 40%로 높였다.
그럼에도 주말 심야시간 번화가의 택시대란은 여전하다. 주말 운행 대부분을 차지하는 법인택시 가동률이 떨어져 혼잡시간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개인택시 대부분은 주중에 운행해 부제 해제 이후 주중 쏠림 현상은 더 심해졌다. 대학생 최모씨는 “주말 밤 12시께 강남에서 한 시간 동안 택시가 잡히지 않았다”며 “요금은 크게 올랐는데 택시는 여전히 잡히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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