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가족 불화’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하던 명절 차례의 전통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특히 올해 추석엔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는 가정이 차례를 지내는 가정보다 더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코로나 팬데믹(대유행) 등을 거치며 사회적 분위기가 점차 바뀌어가는 것으로 분석된다.
17일 롯데멤버스가 20~50대 소비자 4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올 추석에 차례를 지낸다는 응답자는 43.7%로, 지내지 않겠다는 응답자(56.4%)에 못 미쳤다. 오히려 차례를 지내는 가정이 소수가 된 것이다. 농촌진흥청 조사도 비슷하다. 지난해 설 명절에 차례를 지낸다고 응답한 비중은 39%로, 코로나 이전인 2018년(65.9%)보다 26.9%포인트나 감소했다. 2020년(44.5%)과 비교해도 5%포인트 넘게 떨어졌다.
원인은 복합적이다. 우선 세대가 바뀌면서 전통과 관습에 덜 얽매이는 분위기가 전 사회적으로 퍼진 것이 일차적이다. 직장인 구모(32)씨는 “지난해 본가에서 차례가 없어졌다”며 “할아버지는 처음에 반대하셨지만, 10년에 걸친 설득 끝에 문화가 바뀌었음을 받아들이셨다”고 말했다. 자녀의 결혼을 계기로 새 며느리에게 부담을 지어주지 않기 위해 차례를 폐지하는 경우도 있었다.
코로나19 시기를 거치면서 명절에 고향을 찾아가는 문화 자체가 옅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직장인 한모(30)씨는 “코로나가 한창일 때 가족들이 모이지 못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차례를 지내지 않게 됐다”며 “지금은 명절 전주에 모여서 식사하고, 연휴 기간엔 각자 쉬는 방식으로 정착했다”고 말했다.
과거보다 여성 취업자가 증가하는 등 여성의 경제 활동이 늘어났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8월 여성의 고용률은 54.7%로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역대 최고치(8월 기준)를 기록했다. 남성과의 고용률 격차는 17.2%포인트로 역대 최저다. 주로 여성이 가족 음식 등을 준비해야 했던 과거와 같은 제사 방식에 이의를 제기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커졌다는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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