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수원지법 형사12부(황인성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A씨의 살인, 시체은닉 혐의 공판에는 A씨의 남편 B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B씨는 영아살해방조 혐의가 적용돼 피의자로 전환됐지만 '무혐의' 처분으로 불송치됐다.
변호인은 "피고인이 현재 임신 15주라는데, 이 사실을 알고 있냐"고 묻자 B씨는 "접견해서 들었다"고 답했다. A씨의 임신 기간을 고려하면 수사 기관에 범행이 발각되기 전 임신한 것으로 추정된다.
A씨와 B씨에게는 12세 딸, 10세 아들, 8세 딸 등 자녀 3명이 있었다. A씨는 2017년 B씨와 합의하고 아이 한 명을 낙태했다. 2018년 11월에는 경기 군포시의 한 병원에서 여자아이를, 2019년 11월에는 경기 수원시의 한 병원에서 남자아이를 출산한 뒤 모두 목 졸라 살해했다.
이후 A씨는 숨진 두 아이의 시신을 수원시 장안구 소재 자신의 아파트 냉장고에 보관한 혐의로 기소됐다.
B씨는 재판 과정에서 2018년 살해된 아이의 임신과 출산을 몰랐다는 입장이다. 2019년 살해된 아이에 대해서는 "임신한 건 알았지만 아내가 출산하러 간 게 아니라 낙태하러 간 줄 알았다"고 주장했다.
검찰 측은 B씨에게 "증인은 수사 기관에 '2017년 A씨가 양육하는 걸 힘들어해 낙태를 결정했다'고 말한 것이 맞냐"고 물었다. B씨는 "저는 무능하고, 아내 혼자 양육하다 보니 스트레스가 심했던 것 같다"고 답했다.
검찰은 A씨가 살해한 아이들을 출산하자마자 B씨와 나눈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공개했다. A씨는 2018년 11월3일 첫 번째 살해한 아이를 출산한 지 4시간 뒤 B씨와 "저녁 먹었냐" 등 대화를 나눴다.
검찰은 A씨가 두 번째 살해한 아이를 출산하러 간 날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제시하며 "A씨가 '둘째 때도 못 한 자연분만을 했네'라고 말했다. 상식적으로 낙태에 대해 자연분만이란 말을 안 쓰지 않냐"고 지적했다.
그러자 B씨는 "상식적인 것에 대해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고 몰랐다"고 주장했다. 냉동칸에 보관된 시신을 발견하지 못했던 이유에 대해서는 "스스로 밥을 차려 먹을 생각을 안 한다. 주방에 들어가서 냉장고 문을 열면 A씨가 나와서 밥을 해줬다"며 "냉동실 안까지 살펴볼 이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A씨의 변호인은 임신과 출산을 반복한 아내에 대한 B씨의 무관심을 질책했다. 변호인은 "피고인은 아이 3명을 제왕절개로 낳은 뒤 산부인과에서 위험하다고 말리는 방법으로 피해 영아를 출산했다"며 "남편에게 알리지도 못하고, 돈이 없어 이 방법을 택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아내가 임신과 출산을 반복하는데, 어떻게 남편이 무책임하게 피임도 신경 쓰지 않았을까 싶어 변호인으로서 화가 난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B씨는 "제가 똑바로 행동했다면 (아내가 아이들을 살해하지) 않았을 거라 생각한다"고 했다.
A씨의 범행은 지난 5월 감사원이 보건복지부 감사 결과 출산 기록은 있지만, 출생 신고가 되지 않은 아이들의 사례를 발견하면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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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인은 이후에도 질문을 통해 B씨가 A씨에게 거듭 무관심했던 점을 지적했다. B씨의 무관심과 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A씨가 산후우울증과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으며 이 같은 범행을 한 것이라는 취지의 주장이다.
변호인은 이어 "피고인은 세 차례 제왕절개로 아이를 낳아 브이백(제왕절개 후 자연분만을 하는 것)을 하는 게 위험함에도 2018년과 2019년 모두 브이백으로 아이를 낳았다. 이걸 알았느냐"고 물었고, B씨는 "몰랐다"고 답했다.
이어 '(피고인이) 이렇게 위험한 분만 방법을 택한 이유는 제왕절개 수술을 할 경우 비용이 많이 들고, 반드시 보호자 동의가 필요해 증인에게 알려야했기 때문이라고 얘기했는데 이를 아느냐'는 질문에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들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