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상하이서 제주로 입도한 30대 중국인
함께 온 9세 아들 유기·방임 혐의로 구속 기소
제주에 관광목적으로 입도해 ‘좋은 곳에서 자라달라’는 편지를 남기고 아들을 유기한 중국 국적 남성이 구속돼 재판받게 됐다.
제주경찰청은 아동복지법상 아동유기·방임 혐의로 30대 A씨를 지난 1일 구속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8일 밝혔다. 검찰은 지난 7일 A씨를 구속 기소했다.
#자고 일어나니 편지 두고 사라진 아빠...하루 만에 긴급체포
[제주의소리]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달 25일 오전 8시께 서귀포시 서호동의 한 공원에서 만 9세(2014년생) B군과 편지만 남긴 채 A씨가 사라졌다는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다.
신고자는 서귀포시청 관계자로, 공원 화장실 인근에서 아이가 아빠를 찾는 모습을 보고 112에 전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어를 전혀 할 줄 모르는 B군은 A씨와 공원에서 밤을 보내고 일어나보니 A씨가 사라져 있었다고 진술했다.
A씨가 아들에게 남긴 편지에는 영어로 ‘아이에게 미안하다. 중국보다 환경이 나은 한국에서 제대로 된 교육을 받고 좋은 시설에서 생활하기를 바란다’는 취지의 내용이 적힌 것으로 확인됐다.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CCTV 등을 통해 아이의 아버지인 A씨를 추적, 다음 날인 26일 서귀포시의 한 도로에서 긴급체포했다. A씨는 관광목적으로 입도해 미등록 신분은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처음부터 아이를 유기할 목적으로 입도했다”며 혐의를 모두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까지 와 유기한 이유 “한국이 중국보다 나을 거라 생각”
경찰에 따르면 중국 산둥성의 한 시골 마을에 살던 A씨는 아내 없이 B군을 돌보다 경제적인 여건 등으로 키울 사정이 되지 않았다고 범행 동기를 밝혔다.
자신은 어렵게 자라고 생활이 변변치 않지만, 아들만큼은 좋은 환경에서 자라길 바랐다는 것이다.
A씨는 과거 청도에서 일할 당시 한국인 동료를 보며 한국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키워왔다고 한다. 이 때문에 B군이 자국의 아동보호시설보단 한국에 보내지는 게 더 나을 거라 판단했다.
A씨는 입도 전 중국에서부터 B군에게 자초지종을 이야기했다고 한다. B군은 “굶어 죽더라도 아빠와 함께 살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지만, 그럼에도 A씨는 지난 8월14일 B군을 데리고 상하이 푸둥공항을 통해 제주에 왔다.
3박4일 동안 제주시 내 한 호텔에서 묵었던 이들은 경비가 떨어지자, 서귀포시로 넘어와 공원을 떠돌았다. 17일부터 25일까지 노숙하는 동안 하루 한 끼를 먹으며 버텼다. 그마저도 빵이나 국수가 전부였다.
그리고 노숙 생활을 한 지 8일 차가 되던 8월25일. A씨는 공원에서 짐가방과 편지, 잠이든 B군을 두고 사라졌다.
잠에서 깬 B군은 하룻밤 사이 아버지가 없어진 것을 확인하곤 대성통곡했다. 이전부터 아빠가 자신을 버리고 갈 것이라고 말했지만, 믿지 않았다고 했다.
결국, A씨는 범행 하루 만에 아동유기·방임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A씨는 경찰에 붙잡히기 전 제주시 지역에서 일자리를 알아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20여 년간 경찰 생활을 하면서도 이런 사건은 처음 접했다”며 “같은 부모로서 자식이 좋은 환경에서 자랐으면 하는 A씨의 마음을 이해하지만 방법이 잘못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도내 한 아동보호시설에 맡겨진 B군은 주제주 중국총영사관과 서귀포시청, 경찰 등의 도움으로 중국에 있는 가족에게 인계돼 지난 7일 출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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