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가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2023.8.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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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9월 3일 늦은 밤 남성 A씨는 서울 강남역 버스정류장에서 버스에 올랐다. 그는 20대 여성 B씨 뒷좌석에 앉았다. B씨가 하계역 버스정류장에 내리자, A씨도 뒤따라 내렸다. B씨는 집인 인근 아파트로 향했고, A씨가 뒤쫓았다. B씨가 공동현관문을 열고 아파트를 들어섰다. 그때 A씨가 B를 따라 아파트에 침입하더니, 강제로 B씨를 껴안으려고 했다. B씨가 뒤로 넘어지며 소리를 지르자, A씨는 도망쳤다.
A씨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주거칩입 강제추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2020년 5월 1심 재판부는 그에게 징역 1년 3개월 실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그에게 유리한 양형사유로 초범, 범행 인정, 미수를 언급했다.
하지만 4개월 뒤 서울고등법원 항소심 재판부는 1심 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1년 3개월과 함께 집행유예 3년을 붙였다. 피해자는 엄한 처벌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 재판의 재판장은 이균용 현 대법원장 후보자였다.
감형 이유 "성실하게 회사생활... 노력하여 대학 입학"
항소심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의 죄질이 가볍지 않고 피해자가 상당한 불안감을 느끼면서 생활하지 않을 수 없는 정신적 고통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재판부는 A씨에게 유리한 양형사유로 "피고인은 형사처분을 받은 전력이 없는 초범으로 술에 상당히 취하여 우발적으로 이 사건 범행에 이르게 되었고, 그 범행도 미수에 그쳐 법익침해의 정도가 비교적 중대하지 아니하다"라고 판시했다.
또한 회사생활, 대학 입학도 유리한 양형사유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결국 피해자의 엄벌 탄원이 아니라, 1심의 형이 무거워 부당하다는 A씨의 주장 쪽으로 기울었다.
국민참여재판 배심원 선고 형량도 무시하고 감형
"(성폭행) 피해자는 만 18세로 성년에 거의 근접한 나이였다"
항소심 '이균용 재판장'이 성범죄 피해자의 엄벌 탄원에도 감형한 판결을 찾기는 어려운 일이 아니다.
2018년 9월 20대 남성 C씨는 고3 수험생 D양이 이별을 요구하자, 주먹으로 온몸을 때리고 강간했다. 또한 부모에게 알리겠다는 협박도 했다. 2020년 7월 1심 재판부는 "피해자가 엄한 처벌을 원하고 있고 피고인에게 그 책임에 상응하는 엄한 처벌이 불가피하다"며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이 재판은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됐는데 선고 형량은 배심원 다수 의견에 따른 것이었다.
하지만 2021년 2월 서울고등법원 항소심 재판부(재판장 이균용)는 1심을 파기하고 징역 5년으로 낮췄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범죄를 부인하며 피해자에게 아무런 피해회복 조치도 하지 않고 피해자는 무거운 처벌을 원하고 있다"면서도, 1심의 형이 지나치게 무겁다는 피고인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피고인에게 유리한 양형사유로 "사건 강간상해 범행으로 피해자가 입은 상처는 2주간 치료를 요하는 손과 다리 등의 좌상으로, 그 정도가 중하지 않으며, 피해자는 당시 만 18세로 성년에 거의 근접한 나이였다"라고 판시했다.
피해자 상해진단서에는 '다발성 좌상으로 압통, 멍, 부종이 확인되고, 우측 수부 및 좌측 슬관절 부위는 심하여 정밀 검사가 필요하다'는 내용이 담겼고, 피해자는 "피고인으로부터 20여 차례 폭행을 당했다"라고 진술한 바 있다.
판결문에 담긴 피고인에게 유리한 양형사유는 짧지 않았다.
재판부는 또한 검찰의 전자발찌 부착명령 청구를 기각했다. "피고인은 대학교에 재학 중이고, 아르바이트 수입을 꾸준히 저축하는 등 장래를 준비하고 있으며, 피고인의 어머니가 지지적인 태도를 보이는 등 사회적 유대관계가 비교적 분명하다"는 이유를 들었다.
같은 재판부는 2020년 9월 강간치상·감금죄를 저지른 피고인에게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했다. 이 또한 1심 선고형량(징역 5년)을 감형한 것이었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엄벌 탄원을 언급하면서도 "피고인의 강간 범행은 미수에 그쳤고, 피해자가 입은 상해는 중하지 아니하다. 피고인은 이 사건 강간미수 범행을 인정하며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피고인은 동종 범행으로 처벌받은 전력이 없다"라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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