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오염수 방류 후 첫 주말…인천 어시장 매출 90% 회복
주요 수산시장 큰 동요 없어
치솟았던 소금 가격도 안정세
日 "주변해역 삼중수소 미검출"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후 첫 주말인 27일 서울 노량진수산시장에서 시민들이 수산물을 살펴보고 있다. 상인들은 “우려와 달리 방문객 수가 평소와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고 입을 모았다. 최혁 기자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가 지난 24일 오염수(일본 정부 명칭 ‘처리수’) 방류를 시작한 뒤 첫 주말을 맞은 서울 인천 부산 등의 주요 수산시장은 큰 동요 없이 차분한 모습을 보였다. 야당 등에서 오염수의 위험성을 연일 부각한 탓에 ‘오염수 불황’을 우려했던 상인들은 평소처럼 손님 발길이 이어지자 안도하는 모습이었다.
한국경제신문이 26~27일 이틀 동안 서울 노량진수산시장과 인천 항동 종합어시장, 부산 남부민동 부산공동어시장 등을 돌아본 결과 방문객은 지난 주말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소폭 늘어난 곳도 있었다. 27일 만난 차덕호 노량진수산시장 상인회장(땅끝마을 대표)은 “전주보다 손님이 늘었고 오염수 논란 이전 당시와 비교해도 매출의 80~90% 정도를 회복했다”고 말했다.
전날 오후 방문한 인천 종합어시장은 180대 규모인 2공용 주차장에 빈자리를 찾기 어려워 20분가량 기다려야 했다. 꽃게를 파는 박모 사장은 “오염수가 수년 뒤에 한국에 온다는 걸 손님들도 잘 알고 있다”며 “국내산 여부를 묻는 손님이 늘어난 것 외에는 평소와 차이가 없다”고 전했다.
대형마트 수산물 판매는 소폭 늘었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가 25~26일 수산물 매출을 집계한 결과 1년 전 주말 대비 10% 증가했다. 사재기 우려가 있는 김(30%)과 멸치(120%) 등 건어물뿐 아니라 신선식품에 속하는 고등어 매출 역시 전년 동기 대비 8% 늘었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소금 매출 증가율이 전주 대비 크게 하락하는 등 사재기 현상도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6월 20㎏ 한 포대에 2만9000원까지 치솟았던 전남 신안 일대의 천일염 도매가격은 2만7000원 선으로 소폭 떨어졌다.
일본 정부는 25일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이후 주변 해역의 바닷물과 어류를 조사한 결과 트리튬(삼중수소)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27일 발표했다.
"과학적으로 괜찮다는데 무슨 문제냐"…노량진 시장 횟집도 북적
마트 수산물 매출 10% 늘고 천일염·건어물 사재기도 꺾여
27일 서울 노량진수산시장 2층 식당가. 이곳에 있는 22개 횟집은 절반 이상이 손님이 들어차 있었다. 지난 7월 초 주말에 방문했을 당시 22개의 가게 중 3곳에만 손님이 눈에 띄던 썰렁한 모습과 확연히 달랐다. 수원상회 대표 이모씨는 “지난달만 해도 ‘오염수 괴담’이 근거 없이 퍼진 데다 휴가 시즌까지 겹쳐 정말 힘들었다”며 “이번 주에는 손님이 더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는데 매출이 늘어 상인들이 안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님 발길 이어지자 상인들 안도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 방류를 계기로 더욱 얼어붙을 것으로 예상됐던 수산업계가 소비자들의 차분한 대응에 가슴을 쓸어내리는 모습이다. 오염수 방류 후 첫 주말에 우려했던 수산물 기피 현상이 현장에서 나타나지 않아서다. 업계는 오염수가 한반도 연안에 도달하는 데 시일이 걸린다는 정부 발표가 영향을 끼쳤다고 보고 있다. 휴가철이 끝난 데다 추석을 한 달여 앞두고 수산물 수요가 늘어난 것도 요인으로 꼽고 있다.
이날 노량진수산시장은 평소와 비슷하게 손님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횟집 땅끝마을을 운영하는 차덕호 노량진수산시장 회장은 “매출이 지난 주말 500만원에서 이번 주말엔 700만원으로 늘었다”며 “예년보단 부족하지만 정상화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시장을 방문한 손님들도 막연한 오염수 불안과 거리를 두는 모습이었다. 민어회를 먹기 위해 찾은 김현우 씨는 “오염수가 한국에 오는 데 30년이 걸린다는 정부 발표도 있지 않았냐”며 “과학적으로 문제없다는데 굳이 수산물을 안 먹을 이유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인천 항동 종합어시장도 손님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26일 오후 찾은 이곳 시장 전용 주차장에는 차들이 100m 정도 줄지어 늘어섰다. 상인들 역시 오염수 논란 이전과 비교해 90% 정도 손님이 회복됐다고 입을 모았다.
목포·제주산 갈치와 조기를 판매하는 M상가 김모 대표는 “국내산 갈치와 조기 등의 수요가 늘어 지난주에 비해 가격을 소폭 올려받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손님은 여전히 불안감을 나타냈다. 제사에 쓸 조기를 사러 왔다는 이모씨는 “국내산 여부를 꼼꼼히 확인하고 있다”며 “필요한 수산물만 구입하고 있다”고 했다. 이날 노량진수산시장과 인천종합어시장엔 ‘100% 국내산만 취급합니다’란 문구를 내건 식당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소금, 건어물 사재기도 진정세
소금과 일부 건어물 사재기 현상도 가라앉고 있다. 오염수 방류 첫날인 24일 소금 구매 행렬이 이어진 한 대형마트 점포에선 이날 이 같은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이곳에서 만난 50대 주부 임모씨는 “포장 뒷면의 제조일자와 정보를 꼼꼼히 확인하고 구매하면 문제없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활어 등을 파는 수산물 코너 앞 손님들도 비슷한 반응이었다. “생선을 아예 먹지 않고 살 순 없다”고 입을 연 박모씨(43)는 “대형마트에서 방사능 검사를 한다고 한 만큼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며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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