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이 주력 럭셔리 브랜드인 설화수의 대대적 리브랜딩을 단행한지 1년여가 넘어가는 시점에도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9월 설화수 리브랜딩을 시작한 이후 블랙핑크 로제와 배우 틸다 스윈튼을 글로벌 앰버서더로 발탁, 캠페인 전개 등을 통해 인지도를 높여왔지만 눈에 띄는 성장세를 만들어 내지 못하며 고심이 깊어지는 분위기다.
설화수는 그간 중장년층 사이에서나 인기 있는 브랜드로 꼽히면서 '한방 화장품', '엄마 화장품' 등의 인식이 강할 정도로 주된 소비층의 연령이 높았다. 이러한 이미지를 탈피하고자 아모레퍼시픽은 비주얼 아이덴티티 변경이라는 큰 변화를 내세웠다.
다만 이러한 변화만으로 소비자들의 기존 브랜드 인식을 바꾸기엔 부족했다. 20대 직장인 류모씨는 "대표하는 모델 연령층이 낮아졌다고 해서 어머니 생신선물로 드리던 화장품을 내가 사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의구심이 들었다"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 측은 "설화수 리브랜딩 이후 북촌 설화수의 집 방문 고객이 늘고 있는 추세"라며 "이외에도 브랜드 버즈량이 두 자릿수 증가한 것은 물론 공식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팔로워 수 역시 50% 이상 늘었다"고 설명했다.
물론 설화수 리브랜딩 효과가 단기간 내 실적 증가로 연결되기엔 어려움이 있다. 그러나 아모레퍼시픽이 그동안 마케팅을 위해 쏟아 부었던 비용들에 비하면 아쉬울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중국 내 'K뷰티'의 입지가 꺾인 탓에 부침을 겪고 있는 아모레퍼시픽이 어려운 경영 환경 속에서도 글로벌 스타를 앰버서더로 선정하는 등 과감한 투자를 단행했기 때문이다.
다만 긍정적인 부분도 존재한다. 중국 정부가 지난 2017년 3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사태 이후 6년 5개월 만에 한국행 단체여행을 허용하며 이른바 '큰 손'으로 불리는 유커(중국인 단체 관광객)가 대거 유입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중국 단체 관광객이 주로 방문하는 면세 채널, 명동과 홍대 상권 주요 매장, 유통 채널 등에 설화수 브랜드의 대표 제품을 진열하고 다양한 프로모션을 준비할 계획"이라며 "유의미한 단체 관광객 수 증가는 오는 10월 이후로 예상되는 만큼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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