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비밀보호법 제16조는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한 사람이나 이를 누설한 사람은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화의 비밀 자체가 보호법익이기 때문에 대화자와 신분관계가 있거나 대화 내용에 이해관계가 있는 제3자라도 일반적인 금지규정의 적용을 받는다.
이처럼 제3자의 대화를 몰래 녹음한 행위는 현행법상 위법의 소지가 다분하지만 아동학대 사건과 관련해선 증거 능력은 비교적 폭넓게 인정돼 왔다.
2019년 6월 유죄가 확정된 아동학대 돌보미 사건이 대표적인 사례다. 생후 10개월 된 아기에게 큰 소리로 욕설을 한 혐의로 돌보미가 기소돼 1심은 통비법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녹음이 피고인의 인격권을 현저하게 침해하지 않았다"며 녹음파일의 증거 능력을 인정한 바 있다.
서울동부지법은 2020년 학부모가 담임교사를 아동학대로 신고하면서 몰래 녹음한 파일의 증거 능력을 인정했고, 수원지법 역시 유사한 사례에서 녹음기를 증거로 채택했다. 몰래 녹음하는 방법 이외에 다른 증거 수집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점을 고려한 현실적인 판단으로 보인다. 실제 주씨 역시 입장문에서 "초등학교 2학년 발달장애 아동 특성상 정확한 의사소통이 불가능했다"며 "확인이 필요했다"고 주장했다.
다만 대법원이 아동학대 사건에서 몰래 녹음의 증거 능력을 명시적으로 제시한 적은 없다.
곽준호 변호사(법무법인 청)는 "형사 사건의 경우 절차적 정의보다는 실체적 진실을 따진다"며 "아동학대 사건의 경우 성인과 아이 사이에서 발생한 문제라는 점을 감안한다. 아이는 피해를 당했을 때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능력이 미약한데, 아이가 입을 닫으면 가해자의 진술에 의존하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에 증거능력을 폭넓게 인정하는 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