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구 초등학교 ‘연필사건’ 학부모는 현직 경찰, 검찰수사관
22일 경찰과 유족 설명을 종합하면, 지난달 18일 서초구 초등학교에서 2년차 교사 ㄱ씨가 숨지기 직전에 연락을 주고받은 이른바 ‘연필 사건’의 가해 학생 어머니와 아버지가 각각 경찰청 소속 현직 경찰관(경위)과 검찰 수사관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필 사건’은 지난달 12일 ㄱ씨 반 학생이 다른 학생의 이마를 긁으면서 발생한 다툼이다. ㄱ씨는 숨지기 전 학교에 10차례 업무 상담을 요청한 바 있는데, 상담을 요청한 기록에 ‘연필 사건’이 언급돼있다. 상담 요청 내용을 보면 ‘연필 사건이 잘 해결되었다고 안도했으나, 연필 사건 관련 학부모가 개인번호로 여러 번 전화해서 놀랐고 소름 끼쳤다고 말했다’고 적혀 있다. 동료교사가 이 사건을 언급하며, 이때 겪은 학부모 민원이 고인의 사망에 영향을 끼쳤을 수 있다고 제보하면서 경찰 수사로 확대됐다.
경찰 조사 결과, 가해 학생의 어머니인 경찰관은 ㄱ교사가 숨지기 6일 전인 지난 12일 오후 업무용 휴대전화로 ㄱ씨와 통화를 주고받고, 문자메시지를 남겼다. 가해 학생 아버지인 검찰 수사관도 이튿날 학교에 방문해 ㄱ씨와 면담을 했다고 유족 쪽은 밝혔다.
‘갑질 의혹’의 당사자가 경찰관으로 확인되면서 경찰이 사건 초기 고인의 죽음 원인을 ‘개인사’로 사실상 단정하며 기자들에게 보도 자제를 요청했던 행태도 의심받고 있다. 당시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학부모 갑질 사망 원인’이라는 주장이 퍼지고 있던 중이었음에도 경찰 관계자는 ‘고인의 일기장 및 동료교사 진술 등을 들어봤을 때 업무와는 무관하며 개인사가 원인이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유족 쪽은 경찰이 수사 과정에서도 경찰관인 ‘갑질 학부모’를 보호하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실제 경찰은 “고인의 통화내역과 학부모 휴대전화를 조사한 결과 사건과 관련된 학부모 중 고인에게 먼저 개인 전화를 건 사람은 없었다”며 “현재까지 범죄 혐의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한 바 있다. 경찰은 ‘수사를 더 해봐야 한다’는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유족 쪽은 경찰 수사를 두고 “신뢰할 수 없다”고 반발 중이다. ㄱ씨 유족 쪽은 한겨레에 “이렇게 수사가 지지부진한 상황이 가해 학생 부모 직업과 관련돼 있어서 그런 건지 의심이 간다. 유족 입장에선 경찰 수사 맡겨도 될 것인지 고민이 든다”고 말했다.
‘제 식구 감싸기’ 의혹과 관련해 경찰 관계자는 “학부모와 고인이 수차례 연락했다는 보도가 나갔을 땐 학부모 쪽 항의도 거셌다”며 “학부모가 수사에 압력을 줄 위치에 있지도 않고 사회적 논란이 큰 만큼 ‘봐주기 수사’도 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박지영 기자 jy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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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경찰 기사만 있었는데 엄마는 경찰, 아빠는 검찰수사관 기사 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