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법 형사5부(장기석 부장판사)는 강간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국민참여재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고 22일 밝혔다.
검찰은 지난해 3월9일 부산 북구 소재 A씨의 집에서 태국인 아내 B씨의 거부 의사에도 강간한 혐의로 A씨를 기소했다.
A씨는 국제결혼업체를 통해 B씨를 소개받고 연락하며 지내다 2021년 9월 혼인신고를 한 뒤 같은해 11월 태국에서 처음 만나게 됐다. 그러다 비자발급 문제에 이어 코로나19로 인해 장기간 떨어진 채 지냈고, 지난해 3월8일 B씨가 한국에 처음 입국하면서 다시 만나게 됐다.
문제는 그다음 날 발생했다. 이들은 A씨의 집에서 성관계를 맺었는데, B씨는 당일 강간을 당했다며 신고했고, A씨는 합의에 의한 성관계라고 주장했다.
A씨는 사흘 뒤인 3월12일에도 강간미수 혐의를 받았는데, 이때는 B씨에게 성관계를 설득하는 과정에서 신체적 접촉이 있었을 뿐 강압적인 행동은 하지 않았다고 맞섰다.
또 A씨는 B씨가 한국 체류비자 발급을 위해 자신에게 접근해 왔고, 비자 발급 직후 자신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반면 B씨는 A씨가 옷을 강제로 벗겼고 폭언뿐만 아니라 협박도 행사했다고 피해를 호소했다.
사건 이후 B씨는 이주여성센터에 사건 당시 녹취록을 전달했고, 센터 상담원이 경찰에 신고했다.
검찰은 A씨에게 징역 3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돈을 줘 한국에 데려왔으므로 성관계를 할 의무가 있다는 '그릇된 부부관'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판단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피해자는 성관계를 강하게 저항할 경우 신고를 당해 강제출국될 수 있고 자가격리 중이라 도망칠 곳도 없는 상황이어서 강하게 저항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피해자가 사력을 다해 저항한 것은 아니지만 명확하게 말로 밝힌 피해자의 거부 의사를 무시해선 안 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설령 피해자가 한국 체류자격을 노렸다고 해도 양형에 반영할 사정일 뿐 범죄의 성립에 영향을 미쳐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A씨는 최후 진술을 통해 "저는 평범한 대한민국의 신랑이다. 아내를 폭행하거나 욕한 적이 없다"며 "피해자가 성관계를 거부한 날에는 스스로 그만뒀고 강제력을 행사하지 않았다"고 무죄를 호소했다.
재판부의 판단은 무죄였다. 배심원 7명도 만장일치로 무죄를 평결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다소 강압적인 방법으로 성관계를 강요한 사실은 어느 정도 인정되지만, 욕설을 하거나 항거 불능한 상태로 폭행 및 협박을 이용해 강간했다는 피해자의 진술은 믿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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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강압적인 방법에 의해 성관계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대법원에서 판단하고 있는 바와 같이 배우자의 성적 자기 결정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