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쿠팡 리뷰 크롤링 분석
“별점 높아 구매… 써보니 속은 기분”
공짜 제품 받은 체험단, 평점 후해
직장인 구건희(30)씨는 최근 쿠팡에서 ‘체험단 리뷰’를 보고 압박 스타킹을 샀다가 낭패를 봤다. 기존에 쓰던 제품과 달리 모든 부위에서 압박감이 심해 발가락이 새파랗게 될 정도였다. 구씨는 “후기가 칭찬일색이라 산 건데 다시 보니 대부분 체험단 리뷰라 속은 기분이었다”며 “그 뒤로는 후기를 볼 때 최신순으로 정렬 방식을 바꾸거나 체험단 리뷰는 걸러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구씨 사례처럼 쿠팡의 체험단 리뷰를 보고 물건을 샀는데 실제 물건은 후기와 달랐다는 소비자 불만이 나오고 있다. 21일 국민일보가 쿠팡에서 판매 중인 식품·전자기기·화장품·생활용품 등 13개 상품의 리뷰를 크롤링(웹페이지 데이터 추출)해 분석한 결과 체험단 리뷰의 평점이 일반 리뷰 평점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체험단과 일반인 리뷰 평점 차이는 5점 만점에서 적게는 0.2점, 많게는 0.6점까지 벌어졌다. 분석 대상이 된 체험단 리뷰 중 최하점은 3점으로, 353건의 리뷰 가운데 3건에 불과했다. 나머지 350건의 체험단 리뷰는 모두 4·5점에 분포해 있었다. 리뷰 내용은 부정적이지만 별점은 만점을 주는 경우도 있었다. 한 소파 제품에 대한 체험단 리뷰는 “원치 않을 때도 방석이 소파에서 분리돼 스트레스다. 소파 틈 사이로 물건이 떨어져 불편하다”고 적혔으나, 별점은 최고점(5점)이 찍혔다.
쿠팡 체험단은 상품 후기를 작성하는 조건으로 제품을 무상 제공받는다. 체험단은 평소 양질의 리뷰를 작성한 이용자 중에서 쿠팡이 선별한다. 리뷰 작성 자체에 대한 대가는 없다.
제품 무상 제공 자체가 공정성을 담보하지 못한다는 증언도 나온다. 쿠팡 체험단인 최모(48)씨는 “깐깐하게 평가했다면 3점인 제품에 4점을 준 적이 있다”며 “최대한 솔직하게 평가하려고 해도 ‘내돈내산’보다 호의적으로 쓰게 되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평균 별점에서 체험단 점수와 일반 점수를 따로 분리해 확인할 방법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통합한 평균 별점 정보만 제공되기 때문이다. 리뷰 수가 적은 상품일수록 체험단이 평점에 미치는 영향은 더 커진다. 쿠팡은 “체험단의 경우 본문에 ‘체험단 리뷰’라는 사실을 꼭 기재하게 돼있다. 이를 통해 체험단 리뷰는 쉽게 구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쿠팡 체험단 제도가 사실상 유상광고에 가깝다는 지적도 나온다. 쿠팡은 입점업체로부터 체험단 리뷰 10건당 100만원의 비용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 측은 “체험단은 소비자의 선택을 돕기 위해 운영하는 제도”며 “입접업체에게는 고객 분석, 제품 발송 등 운영에 필요한 최소한의 비용을 받고 있다”는 입장이다.
쿠팡 외에도 체험단을 운영하는 유통업체들은 있다. 일부는 리뷰에 대한 대가를 제공하기도 한다. 하지만 제품 제공 비용, 배송비 외에 입점업체로부터 비용을 받는 경우는 드물다.
국민일보가 안희곤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받은 답변에 따르면 개인의 사용 경험에 근거해 상품 구매를 권장하는 것은 ‘추천·보증 형식의 표시·광고’에 해당한다. 정당하게 운영한다면 법적 문제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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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5/0001632427?sid=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