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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3대 영재고 신입생 절반 대치동 `한 학원` 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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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21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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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 부추기는 영재선발

月학원비 평균 150만원에도
심화문제 대비 필수 코스로

◆ 영재교육의 민낯 ◆ 

중학교 3학년생 김지호 군(가명·경기도 거주)은 요즘 학교보다 학원에 머무르는 시간이 더 많다. 다음달 11일 영재학교 2단계 지필시험을 앞두고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매일 4시간 이상씩 학원에서 살다시피 하고 있다. 한 학원에 내는 비용만 매달 평균 150만원 선. 김군은 "지역에서 수재라고 꼽히는 중학생들이 영재학교 준비를 위해 다 모여 있어 이 학원을 다니게 됐다"고 말했다. 

2022학년도 고입 일정의 첫 단추인 '영재학교' 입시 일정이 시작되면서 학원가도 성수기에 돌입했다. 올해 영재학교는 서울·경기·대전·대구·광주 등 5개 과학고를 포함해 8개 학교에서 총 789명(정원 내)을 모집한다. 이달 7일까지 마감된 서류 지원자는 총 5109명으로 평균 경쟁률은 6.48대1이다. 올해부터 영재학교 입학시험은 선행문제 출제가 금지된다. 하지만 서울 강남구 대치동 등 학원가는 예년과 다름없이 '심화문제' 대비를 위해 몰려든 학생들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 

매년 영재학교 입시는 대치동 A학원 출신이 대거 합격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어 논란이 돼 왔다. 11일 사교육업계에 따르면 '2021학년도 영재학교' 입시에서도 서울과학고 정원 120명 중 절반이 넘는 66명(이하 전국 센터 총계 기준)이 A학원 출신이었다. 또한 경기과학고 정원 120명 가운데 61명, 한국과학영재학교 120명 중 64명도 모두 해당 학원에서 나왔다. 전국 3대 영재학교 신입생의 과반수가 A학원 출신인 셈이다. 이외 정원이 90명인 대전과학고 최종 합격자 41명도 이 학원을 다녔다. 

이 때문에 영재학교 진학을 목표로 한 학생과 학부모 사이에서는 학비가 비싸더라도 A학원이 필수 코스로 통하고 있다. 사교육업계 한 관계자는 "A학원을 포함해 대치동 B학원·C학원 등까지 고려하면 영재학교 합격자 가운데 사교육 도움을 안 받은 학생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라고 전했다. 영재학교 합격자는 기본적으로 두뇌가 우수한 학생들이지만 기출·심화문제 분석 등은 학원에서 정보를 구하는 게 절대적으로 유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교육 전문가들은 국내 영재 양성 시스템이 '교육'이 아닌 '선발'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어 사교육 조장과 지역·가정 환경에 따른 기회 격차까지 발생하고 있다고 우려한다. 정현철 KAIST 과학영재교육연구원장은 "영재를 단기간 시험을 통해 선발하다 보니 사교육으로 준비가 가능하고 경제적 여유가 있는 집안의 학생들이 뽑힐 확률이 높다"면서 "영재교육의 질적인 면에서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지'에 대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진단했다. 

 

 

영재·과학고 가려면 최소 6천만원…상위1% 사교육 판친다


대부분 초등 5~6학년때 시작
고교 진학에 필요한 사교육비
각종 대회까지 준비땐 1억 '훌쩍'

공교육서 운영하는 영재학급
담당교사 바뀌면 수업 질 '뚝'
영재교육 위한 정부지원 절실

한국형 '영재'로 선발되려면
학원서 선행·심화학습 받아야

 

 

"학원에서 개설하는 수업 프로모션(판촉 활동) 문자를 계속 보내와요. 영재 사고력 수학 특강이라든가 창의과학교실 등 수업 종류도 다양하고, 인기 있는 곳은 금세 마감되기 때문에 자주 확인하는 편입니다." 초등학교 6학년 자녀를 서울의 한 대학교 부설 영재교육원에 보내고 있는 학부모 A씨. 

A씨는 서울 강남 일대 학원가에서 이뤄지고 있는 상위 1% 영재 사교육 시장에 대해 "공교육에서 영재교육을 충족시켜주지 못하기 때문에 자녀를 학원에 보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초등학교 방과 후에 수강하는 영재학급도 한두 번 과정을 밟으면 내용이 반복돼 결국 학원을 찾게 된다"며 "공교육에서 영재교육 대상자가 되기 위해 학원을 다니고, 대상자가 된 이후에도 수업이 만족스럽지 않아 다시 학원을 다니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전했다. 

국내 영재 육성 과정이 사교육으로 도배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국가 주도하에 운영되고 있는 교육청·대학 부설 영재교육원과 초·중·고등학교 단위의 영재학급은 물론 정규 교육과정인 과학고·영재학교 역시 철저히 사교육의 도움을 받아야만 진학할 수 있는 사례가 일반화된 분위기다. 
 

사진설명

 

11일 영재교육종합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영재교육을 받고 있는 학생은 총 8만2012명(2020년 기준)이다. 기관별로 일부 초·중·고 단위에서 선별적으로 방과 후(혹은 주말반)에 운영되는 영재학급이 40.0%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 뒤를 이어 지역 교육청이 운영하는 영재교육원(38.4%), 대학 부설 영재교육원(13.2%), 고등학교 정규 교육과정인 영재학교·과학고(8.4%) 순이다. 학교급별로는 초등학생이 전체 영재교육 대상자의 48.2%로 가장 많고, 중학생 31.6%, 고등학생 20.2%다. 연도별 추이로 보면 최근 몇 년 새 공교육 현장에서의 영재교육 '공급'은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20년 전 2만명 안팎이던 영재교육 대상자 수는 해마다 줄며 2013년 12만명대로 정점을 찍었다. 이후 줄곧 감소하는 양상을 보이는데, 이는 초·중·고에서 영재학급 운영을 중단하는 학교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2015년 6만1528명 규모였던 영재학급은 지난해 기준 3만2811명으로 반 토막 났다. 

 

공교육에서 영재학급 운영을 꺼리는 데는 교사들의 업무 부담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교사가 영재교육에 참여해도 평소 업무는 줄어들지 않고, 영재교육 업무가 '플러스알파'로 더해지고 있는 탓이다. 교사들의 '사명감'만으로 영재학급을 운영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서울의 B초등학교는 작년까지 수년째 영재학급을 운영해오다 올해부터 영재교육을 그만뒀다. 담당 교사가 다른 학교로 전근을 간 것과 동시에 새로 영재교육을 총괄·담당할 교사의 지원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 학교 교감은 "현재 영재학급은 학생 모집 단계부터 수업 커리큘럼까지 모두 학교가 도맡아 해야 하는 구조"라며 "교사 입장에선 본업과 동시에 영재학급도 맡을 경우 수업 준비에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투여돼 선뜻 나서는 사람이 드물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맡고자 하는 교사가 없으면 단위학교에서 영재교육을 실시하기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교육 전문가들은 영재교육의 질적 성장을 이루려는 국가 차원의 노력이 부족하다고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정현철 KAIST 과학영재교육연구원장은 "국내 영재교육 시스템에선 학생에게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지에 대한 고민을 전적으로 교사에게 떠맡겨놓다 보니 현장 교사들도 답답하고, 학부모 만족도도 떨어지는 악순환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그는 "시도별·학교별로 제공하는 영재교육의 질 차이가 발생해 소위 '서울 영재와 지방 영재 수준이 차이가 난다'는 얘기까지 나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교육 시스템 내에서의 영재교육에 만족하지 못한 학부모 수요는 자연히 사교육으로 집중되고 있는 분위기다. 심지어 학년 단위가 낮아질수록 초·중등학생 대상 영재교육에선 학원에서 선행학습을 많이 한 아이, 공부 잘하는 아이가 영재로 둔갑하는 기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자녀가 교육청·대학 등에서 지정하는 영재교육 대상자이거나 영재학교에 다니고 있는 학부모들 사이에서 "돈이 없으면 영재도 키우기 힘들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영재학교 준비는 보통 초등 5·6학년 때 시작하는데, 4~5년 기간 한국수학올림피아드(KMO) 등 대회를 제외하고도 총 6000만~7000만원의 사교육비가 기본적으로 들어간다는 게 사교육을 경험한 영재학교 학부모들 얘기다. 여기에 학원에서 대회 특별대비반 등까지 챙겨 수강한다면 비용은 최대 1억원 안팎까지도 불어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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