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일본의 한 지방의회에서 일제강점기 한국에 대한 식민지배 사실을 통째로 부정하는 발언이 나왔던 사실이 의회 관계자의 폭로로 뒤늦게 드러났다. 한일관계 개선 분위기 속에서도 일본 일각에서는 과거의 식민지배 사실조차 인정하지 않아 문제로 지적된다.
14일 도쿄도 네리마구 의회의 이케지리 세이지 의원(무소속)에 따르면, 문제의 발언들은 지난달 17일 열린 네리마구의회 기획총무위원회 회의에서 나왔다. 당시 회의에서는 영주권을 가진 외국인에게 지방선거권을 주는 방안을 두고 구의원들이 지역 선거관리위원회 사무국장과 질의응답을 진행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선관위 사무국장은 특별영주권자에 대해 “일본이 한반도나 대만을 식민지배하던 시기에 일본에 건너와 생활기반을 세운 분들 및 그 자손”이라 설명했다. 하지만 이를 두고 한 의원이 바로 “(일본이) 식민지배를 한 적은 없다”고 받아친 것으로 전해졌다. 한일병합 조약은 한국 측도 승인한 국제조약이기에 불법이 아니었으며, 이에 식민지배라는 가해 사실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주장이었다.
이 의원은 “베를린올림픽 남자 마라톤에서 금메달을 딴 이는 일본 국적의 손기정 선수였다”며 “식민지로 지배하는 나라에서 노예로 여겨지던 사람들이 올림픽에 나오는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일본이 한국인들을 자국민으로 보고 권리를 보장했기에 식민지배로 볼 수 없다는 주장이었다. 선관위 측은 “설명에 있어 부적절한 부분이 있어 대단히 죄송하다”며 ‘식민지배’ 발언을 취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케지리 의원은 이와 관련해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문제의) 의원이 의회에서 가진 비중을 생각해도 심각한데, 행정기관의 책임있는 자까지 공개석상에서 식민지배 사실을 부정하니 위기감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그는 “(이같은 인식은) 전후의 한일관계 뿐만 아니라, 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 등으로 형성된 전후의 국제관계 근간과도 관련된 문제”라며 “향후 이번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지 의회 안팎에서 논의될 것”이라고 전했다.
네리마구 의회의 사례는 식민지배 가해 사실을 여전히 인정하지 않는 일본 일각의 인식을 보여준다. 일본은 1995년 ‘무라야마 담화’ 등에서 식민지배를 일부 사과하는 입장을 보였으나, 정권마다 일관적이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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