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대한한돈협회 등에 따르면, 전남 보성 웅치면에서 20년 넘게 양돈장을 운영해온 60대 농장주 A씨가 지난 7월 21일 농가 인근에서 극단 선택을 했다. 양돈업계는 A씨가 반복되는 악취 민원과 행정 단속에 심적 부담을 느껴 이 같은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대한한돈협회는 유족 측의 동의를 받아 유서 내용의 일부를 공개했다. A씨가 남긴 유서에는 ‘세상이 너무 너무 힘들다. 이제까지 열심히 살아왔는데 민원 제기로 너무 너무 힘들다’ ‘주변 주민분들 그동안 정말 죄송했습니다’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A씨는 올해 5월부터 지난달까지 4차례에 걸쳐 돼지 축사에 대한 악취 민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군은 농가에 나가 여러 차례 현장 점검을 실시했고, A씨에게 냄새 저감 방안을 요청했다고 한다. A씨는 숨진 당일에도 군청 관계자와 민원 관련 통화를 한 것으로 전해진다.
대한한돈협회는 성명을 내고 “한돈산업은 대한민국 국민에게 소중한 단백질을 공급하는 식량산업”이라며 " 그러나 늘어나는 냄새 민원과 행정 규제로 인해 축산업이 위협받고 있으며, 이를 견디지 못하고 생을 저버리는 상황에 전국 한돈 농가들은 깊은 좌절을 느낀다”고 했다.
협회 홈페이지 추모란에도 비슷한 사례들이 올라왔다. “3대가 돼지농가를 하는데 ‘냄새난다’ ‘기계 소리 시끄럽다’ 같은 민원이 들어와서 힘들다” “얼마 전까지 농장 존폐 기로의 위기를 겪었다. 이후 마을 주민들의 서늘한 시선을 담담히 넘기기 어렵다” “양돈 산업이 나라의 식량 지킴이라는 사명감이 있었는데 환경이 어려워지는 게 안타깝다” 등의 내용이다.
1999년부터 축산업을 시작한 A씨는 대한한돈협회 보성지부장을 역임했다. 그의 농장은 전남도 동물복지형 녹색축산농장, 농림축산식품부 깨끗한 축산농장 인증을 받는 등 지역 내에서 모범 농가로 꼽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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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은 농가에서 심한 악취는 나지 않는다고 판단했지만 반복된 민원을 고려해 A씨에게 냄새 저감 방안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민원이 제기된 지난달 21일 군청 관계자와 통화를 마치고 농가 인근에서 극단 선택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