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ven(세븐)》은 여러모로 흠잡을 데 없는 완벽한 팝 트랙이다. 말랑한 기타 리프에 이어 간결하게 치고 들어가는 오프닝 시퀀스에 흐르는 정국의 목소리는 조금의 주저함이나 망설임 없이 정확한 음을 때려낸다. 상쾌하고 명징하다.
3분이 조금 넘을 뿐인 이 짧은 곡은 (당연하게도) 조금의 지루한 순간도 허용하지 않은 채 핵심적인 멜로디만을 반복적으로 제시하는데, 반복적이라는 느낌을 주지 않으면서도 듣는 이를 감질나게 만들어 여지없이 또 한 번의 플레이로 이끄는 데 성공한다.
발매 직후 빌보드 HOT 100 차트 정상 올라
촌스럽고 뻔한 반복으로 귀에 불쾌한 잔여감을 남기는 후크송들의 중독과는 그 질이 다르다. 이 곡만큼은 훈련된 귀를 가진 평단과 일반 음악 대중의 반응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발매 직후 빌보드 HOT 100 차트의 정상으로 데뷔해 3주 연속 차트 상위권에 랭크됐는가 하면, 동시에 국내 음원 사이트에서도 1~2위권에 꾸준히 머물러 있다. 아이돌, 그것도 남자 아이돌의 음악이 히트할 때 태그처럼 따라오던 '팬덤 인기'와는 또 다른 의미의 대중적 히트곡이다.
사실 이 심플하고도 직관적인 매력을 뿜어내는 비트와 멜로디는 우리에게도 익숙한 저스틴 비버의 히트곡 《Peaches》를 비롯해 마일리 사이러스, 포스트 말론, 두아 리파 등 최고 팝 스타들의 곡을 작업했고, 그래미 '올해의 프로듀서'에 빛나는 앤드루 와트와 여러 작곡가가 함께 빚어낸 것이다. 그간 방탄소년단(BTS)의 메인보컬로 최정상의 팝 아티스트들과 경쟁하며 이제 솔로 가수로 미국 주류 시장의 반응을 엿보고 있는 정국에게는 더없이 어울리는 파트너들이다.
최고의 팀이 빚어낸 《Seven》은 기본적으로 팝 가수의 대중성과 센스를 가장 쉽고 직관적으로 검증받을 수 있는 '여름 팝'이다. 대중음악에서 가장 치열한 격전장이자 가장 대중적인 감수성이 요구되는, 어떤 의미에서는 가장 단순하지만 가장 어려운 미션이라 말할 수 있는 '쉽고 즐거운 팝'을 선보여야 하는 부담감 앞에서 정국은 이렇듯 깔끔한 첫발을 내딛고 있다. 최근 대중음악에서 유행하고 있는 UK Garage 장르 기반의 경쾌한 리듬과 속도감 있는 멜로디 라인은 트렌디한 보컬리스트로서의 기량을 검증받을 수 있는 좋은 기회인데, 모국어가 아닌 영어를 사용하면서도 한국어 가사 못지않은 깔끔한 전달력과 감칠맛을 내는 데 성공하고 있다.
사실 나는 꽤 오랫동안 그룹 커리어를 넘어 솔로 팝 가수로서 정국의 가능성을 주시해 왔다. 2018년 발표된 방탄소년단 앨범 속 정국의 솔로 곡인 《Euphoria》를 기억하는 사람들이라면 그 이유를 장황히 설명하지 않아도 납득할 수 있을 것이다. 상큼하면서 세련된 바이브, 현대 팝 가수들의 어떤 노래들과 뒤섞어 들어도 큰 위화감을 느끼지 않을 현대적인 창법과 톤은 분명 이 가수에게 조금 더 많은 노래를 기대했던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같은 기대감은 그간 《시차》(MAP OF THE SOUL: 7 수록곡)와 《Still With You》 등으로 조금씩 더 구체적으로 무르익고 있었다. 팝적이면서 동시에 가요적인 매력을 겸비한, 감정의 과잉이나 과장 없이도 곡이 가진 감정선과 스토리를 세련되게 이끌어내는 그의 보컬은 확실히 동시대 그 어느 아이돌 가수들보다 세련된 매력을 갖고 있다. 그리고 어쩌면 그 같은 목소리를 가장 잘 살려낼 수 있는 가장 컨템퍼러리한 장르에서 솔로 정국의 본격적인 첫 발걸음은 대단히 자연스럽고 가볍게 느껴진다.
《Seven》의 성공은 단순한 히트곡 그 이상
솔로 팝 가수로서 정국의 성공은 K팝 산업 전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방탄소년단의 그룹 활동 중단과 멤버들의 군 입대 이후 그 공백에 대한 우려가 컸고, 심지어 이는 K팝의 위기로까지 여겨지기도 했다. 하지만 제이홉의 역사적인 롤라팔루자 피날레 공연, 올해 초 빌보드 정상을 밟은 지민의 솔로 앨범 'FACE', 이제 막 한 곡이 공개됐을 뿐이지만 큰 반응을 얻고 있는 뷔의 솔로 앨범 등은 방탄소년단이 그룹 이후의 솔로 활동으로도 여전히 글로벌 시장에서 막강한 화제성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에서 미국 주류 팝의 가장 대중적인 장르로 정면도전하고 있는 정국의 서머 팝 《Seven》이 미국 시장을 비롯한 해외에서 좋은 반응을 얻어내면서 당분간 방탄소년단 현상은 그 형태를 달리할 뿐 여전히 유효하며 오히려 더 확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그룹 활동의 1막을 마무리한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각기 다른 방식으로 자신들의 예술성과 취향을 뽐내고 있는 지금, 현대적이면서 대중적인 감수성을 겸비한 정국의 목소리는 영미 주류 팝 시장에서의 향후 활약을 더 기대하게 만든다. 싱글을 넘어선 솔로작이 기다려지는 이유도 다르지 않다.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되겠지만 정국의 《Seven》은 단순한 히트곡 그 이상의 의미로 기억될 것이다. 방탄소년단 그리고 정국의 팬들에게 《Seven》은 그토록 고대해 마지않던 솔로 아티스트 정국의 새로운 챕터의 시작을 알렸을 뿐 아니라 그룹 공백기의 아쉬움을 잠시나마 달래줄 처방일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방탄소년단의 음악을 잘 알지 못하거나 아이돌 음악에 관심이 없던 이들에게 《Seven》은 방탄소년단 정국의 신곡이 아닌 그저 신나고 기분 좋은 팝 음악으로 환영받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방탄소년단의 메인보컬 정국이 아니라 많은 이에게, 그것도 글로벌 시장에서 보편적인 즐거움을 선사할 수 있는 팝 보컬리스트로 새롭게 각인되기 시작하는 순간을 목격하는 중인지 모른다. 물론 이제 그 작은 실마리가 드러났을 뿐이지만 말이다.
(시사저널=김영대 음악 평론가)
https://v.daum.net/v/202308121508029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