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천만 감독이 또 무너졌다. 지난해 여름 '외계+인 1부' 최동훈 감독에 이어 올해 여름엔 '더 문' 김용화 감독이 흥행에 실패했다. 두 사람보다 사정이 낫긴 하지만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한 '영웅'의 윤제균 감독을 포함하면 코로나 사태 이전에 탄생한 쌍천만 감독 4명(최동훈·김용화·윤제균·봉준호) 중 3명이 고꾸라진 게 된다.
국내 투자·배급사 관계자는 "이 상황을 매우 충격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작년 '외계+인 1부'에 이어 '더 문'의 스코어를 보면서 한국영화계 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뀌었다는 판단을 확신하게 됐다"고 했다.
지난 2일 공개된 '더 문'은 믿고 싶지 않은 성적을 기록 중이다. 7일까지 누적 관객수는 38만명. 현재 추세로 보면 100만 관객은커녕 50만명을 넘기는 것도 쉽지 않아 보인다. 이 작품 손익분기점은 600만명이다.
'더 문'은 김용화 감독이 연출했다. 김 감독은 '신과 함께-죄와 벌'(1441만명) '신과 함께-인과 연'(1227만명)을 1000만 영화로 만들었다. 이 외에도 김 감독 필모그래피엔 '국가대표'(839만명) '미녀는 괴로워'(608만명) 등이 포진해 있다. 그는 한국영화 흥행 귀재 중 한 명이자 한국 상업영화를 대표하는 감독이다.
영화 홍보사 관계자는 "언론 시사 후 '더 문'에 대한 평가가 좋지 않았고 경쟁작도 많아 흥행하기가 쉽지 않을 거라고 내다보긴 했지만, 이 정도 수치가 나올 거라곤 상상하지 못 했다"고 했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이런 일은 지난해에도 있었다. 손익분기점이 750만명이었던 최동훈 감독의 '외계+인 1부'는 153만명이 보는 데 그쳤고(이 영화는 2부도 남아 있다), 아무리 적게 잡아도 350만명은 봐야 수지가 맞았던 윤제균 감독의 '영웅'은 327만명에서 멈춰 섰다.
국내 대형 투자·배급사 관계자는 관객이 영화를 안 본다는 것도 변명이라고 했다. 좋은 영화가 없어서 관객이 극장을 찾지 않는 것이지 관객이 극장에 오지 않아서 흥행이 안 되는 게 아니라는 지적이다.
이 관계자는 "'범죄도시' 2·3편은 1000만명을 넘겼고, '엘리멘탈' '스즈메의 문단속' '더 퍼스트 슬램덩크'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같은 영화는 흥행에 성공하지 않았냐"며 "관객은 영화만 좋다면 돈과 시간을 쓸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영화계 관계자는 "쌍천만 감독들도 무너진 상황에서 이제 영화계에서 안정적인 기획이라는 건 존재하지 않는다"며 "국내 대형 제작·투자·배급사들이 이제는 좀 더 과감한 시도를 할 때"라고 했다. 그러면서 "'외계+인 1부' '영웅' '더 문'이 모두 CJ ENM 영화라는 건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