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의정부의 한 초등학교에서 6개월 사이 두명의 초임교사가 잇따라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유가족들은 이런 비극이 다시는 반복돼서는 안 된다면서 두 교사의 얼굴과 이름을 공개했다.
8일 MBC 등에 따르면 의정부의 한 초등학교에서 2021년 5학년 3반 담임을 맡았던 여성 교사 김은지(당시 23세)씨가 같은 해 6월 목숨을 끊은 이후 5학년 4반 담임이었던 남성 교사 이영승(당시 25세)씨도 12월 극단 선택을 했다. 두 사람 모두 4~5년차 초임교사였다.
김 교사는 발령 한 달 만에 우울증 진단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 교사의 부모는 “학생들이 서로 뺨 때리면서 막 치고받고 싸우는 걸 보고 애가 충격을 받았다”며 “그 뒤로 집에 와서 자기 침대에 앉아서 계속 ‘그러면 안 돼. 그러면 안 돼’(라고 혼잣말을 했다)”고 매체에 전했다.
김 교사는 사직서를 냈지만 학교가 만류하며 음악 전담 교사로 발령했다. 하지만 1년 뒤 다시 담임을 맡아야 했다. 김 교사의 아버지는 “퇴근해서도 학부형들한테 전화받는 걸 수시로 봤다”며 “애가 어쩔 줄 몰라서 ‘죄송합니다’(만 했다). 굉장히 전화받는 걸 두려워했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김 교사의 2019~2020년 일기에는 학급 문제로 힘들어했던 정황이 담겼다. ‘애들이 내 머리 위에 있어’ ‘내 탓이 아니야’ ‘긴급회의가 있으니 학교로 오라는 문자를 받고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체육 전담이라도 상관없다’ 등의 내용이었다. 이후 정신과 치료를 받고 몇 차례 병가를 냈던 김 교사는 2021년 5학년 담임을 맡은 지 4개월째 끝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이 교사 역시 교사 생활을 시작했을 때부터 학부모 항의에 시달리며 괴로워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부임 첫 해 담임을 맡은 반에서 페트병 자르기를 하던 아이가 손을 다치는 사고가 났는데, 이 학부모는 아이가 성형수술을 해야 한다며 치료비 보상 요구를 해왔다.
이듬해 이 교사가 휴직하고 군 입대를 한 뒤에도 군대에까지 전화를 하는 등 학부모 항의는 계속됐다. 유족은 학교 측이 이 교사에게만 책임을 미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 교사의 아버지는 “학교에서는 우리 애한테 (학부모와) 연락해서 해결을 하라고, 돈을 주든가 해서 전화 안 오게 하라고 했다”고 전했다.
이 교사가 다시 5학년 담임을 맡은 2021년에는 학급에서 따돌림이 발생하고, 반 학생 한 명이 장기결석을 하는 등 잇따라 문제가 생겼고, 학부모와 400건에 달하는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았다.
특히 따돌림을 받은 학생의 학부모는 이 교사에게 “아이들끼리 조를 짜게 하지 마라” “익명채팅창으로 공격을 받는다” 등 세세한 요구와 불만 제기를 했다. 해당 학부모는 직접 교실을 찾아가 민원을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학부모는 “제가 요구한 건 단 하나였다. ‘왜 얘만 이렇게 당해야 되냐. 선생님은 그거 아시면서도 왜 맨날 그렇게 처리를 하셨냐’ 공개 사과해 달라고 했다”면서 “제가 욕은 안 했지만 엄청 화를 내고 있었을 거다. ‘선생님은 그럼 그 아이들의 선생님이기만 하고 우리 아이를 버리셨냐고’ 했는데 그 말에 조금 상처를 받으신 것 같기는 했다”고 매체에 말했다.
이 교사는 해당 민원 직후인 다음 날 새벽 ‘이 일이랑 안 맞는 거 같다. 하루하루가 힘들었다’는 마지막 글을 남기고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이 교사의 아버지는 “(학교 측은) 문제 있는 학부모라는 걸 알면서도 그냥 ‘담임과 해결하라’는 말만 했다”고 말했다.
한편 경기도교육청은 최근까지 이 같은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학교가 교육청에 보고한 사망 원인은 두 교사 모두 ‘단순 추락사’였다고 한다. 유가족들은 이런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두 교사의 얼굴과 이름을 공개해 달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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