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다섯 이영승, 스물셋 김은지.
교대를 갓 졸업한 두 청년은 같은 학교에 발령받았습니다.
4~5년차가 된 2021년엔 5학년 3반과 4반 담임을 나란히 맡았습니다.
그해 6월, 김은지 선생님은 목숨을 끊었습니다.
12월엔 이영승 선생님도 스스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두 초임교사는 첫 학교에서 무슨 일을 겪었던 걸까.
김은지 선생님은 발령 한 달 만에 우울증 진단을 받았습니다.
[고 김은지 부모]
"학생들이 서로 뺨 때리면서 막 치고받고 싸우는 걸 보고 애가 충격을 먹어서... 그 뒤로 집에 와서 자기 침대에 앉아서 계속 '그러면 안 돼. 그러면 안 돼.'"
사직서를 냈지만 학교는 만류했고, 담임 대신 음악 전담 교사로 발령했습니다.
[김은지/2017년 음악전담 교사 당시]
"소프라노가 (촛불을) 켭니다. 이제 셋 다 켜고 있겠죠."
하지만 1년 뒤부턴 다시 담임을 맡아야 했습니다.
혼자서 견뎌내던 고통을 이렇게 일기에만 남겼습니다.
[고 김은지 아버지]
"이때는 이미 우울증이 발병된 이후거든요. 그래서 담임 맡는 거를 아주 굉장히 너무 부담스러워하고 힘들어했었어요."
정신과 치료와 몇 차례의 병가.
하지만 5학년 담임을 맡은 지 4개월째, 김은지 선생님은 더이상 견뎌내지 못했습니다.
[고 김은지 어머니]
"'엄마, 자기는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 학교 문제다.'라고, 다른 얘기 일절 없었어요. 그래서 '학교 문제 뭔데?' '여러 가지다.'"
이영승 선생님도 부임 첫해 담임을 맡은 반에서 사고가 났습니다.
이듬해 휴직하고 군입대를 했지만, 학부모의 보상 요구는 계속됐습니다.
학교는 입대한 선생님에게 책임을 미뤘습니다.
5학년 담임을 맡은 2021년, 동시에 여러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학교에 안 나오는 한 학생 부모와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만 4백 건에 달합니다.
[당시 학년부장 (음성변조)]
"학생을 안 보내니까 수시로 통화를 해야 되고, 관리를 해야 되고. 또 그분이 호락호락하게 '예, 예.' 했을 리도 없고..."
따돌림을 받는 학생 부모는 더 힘들었습니다.
'아이들끼리 조를 짜게 하지 마라.'
'익명채팅창으로 공격을 받는다.'
따돌림을 해결하는 것도 담임 몫이었습니다.
급기야 이 학부모는 교감을 만난 뒤 직접 교실까지 찾아왔습니다.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공개사과까지 시키는 건 힘들다'고 답했습니다.
학폭위를 열겠다며 화를 내는 학부모에게 죄송하다는 말밖엔 할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새벽, 이영승 선생님은 '이 일이랑 안 맞는 거 같다. 하루하루가 힘들었다'는 마지막 글을 남기고 스스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고 이영승 아버지]
"'문제 있는 학부모다.' 그거 알고 있으면서도 그냥 뭐 '담임하고 해결하시오. 담임하고 하시오.'"
초임교사 2명이 6개월 간격으로 목숨을 끊었는데도, 경기도교육청은 MBC 취재 전까지 이 사실을 몰랐습니다.
학교가 교육청에 보고한 사망원인은 두 명 다 단순 추락 사고였습니다.
https://imnews.imbc.com/replay/2023/nwdesk/article/6511930_36199.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