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전북도에 따르면 6년 전인 2017년 8월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유치에 성공, 환호성을 올렸다. 그러나 잼버리 야영장 화장실 청소 등에 연일 동원돼 불만이 극에 달하게 되자 이번 사태의 책임 소재 규명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나섰다. 잼버리 유치로 새만금 내부개발 촉진 등 지역발전 효과를 기대했으나 지역 이미지 실추 등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역효과에 그동안 억누르고 있던 불만이 폭발하는 분위기다.
5명의 세계잼버리 공동위원장 가운데 누구도 책임을 지겠다고 나서지 않고 전북도를 희생양으로 삼으려는 일부 여론도 공무원들의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 공동위원장은 이상민 행안부장관, 박보균 문체부장관, 김현숙 여가부 장관, 김윤덕 국회의원(민주당), 안규백 한국스카우트연맹 총재(민주당 국회의원) 등이다.
전북도청 공무원들이 ‘나라 망신 잼버리 여가부·잼버리 조직위 책임론’을 직격하고 나선 것은 전반적인 대회 준비와 프로그램 구성, 집행 등을 여가부 출신들이 포진하고 있는 조직위가 주도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잼버리 조직위 사무처장은 여가부 고위 공무원 출신이다.
전북도청 공무원들은 “지자체가 앞장 서서 잼버리를 유치했지만 이후 모든 준비는 여가부와 잼버리 조직위가 주도했다”며 “여가부 출신 공무원이 조직위에 포진해 있으면서도 사태가 이 지경이 될 때까지 문제점을 파악하지 못하고 대처도 소극적”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실제로 잼버리 행사에 필요한 대부분의 사업은 조직위가 계획을 수립했고 예산도 집행했다. 잼버리 참가자들과 관련된 각종 행사, 먹거리, 화장실, 샤워장 등은 모두 조직위 책임아래 사업이 짜였고 예산이 집행됐다.
실제로 4만 3000명의 참가자가 몰리는 야영장에 화장실 354개(개소당 121.5명), 샤워장 381개(개소당 112.9명)를 설치한 계획은 조직위 결정 사항이다. 곰팡이가 슨 구운 계란도 조직위가 선정한 업자가 납품했다. 조직위는 온열질환자가 쏟아지는 상황에서도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잼버리 정신’만을 강조하며 사태를 축소하기에 급급했다.
전북도 관계자는 “지자체는 상·하수도, 주차장, 덩굴터널, 대집회장, 글로벌청소년리더센터 건립 등 지원시설을 담당했을 뿐이다”며 “관련 예산 지원 마저 인색하기 짝이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반면, 참가자들이 온열질환으로 쓰러지고 현장에서 각종 문제가 불거지자 뒤치다꺼리는 지자체 몫이 됐다. 사태를 직감한 김관영 전북지사는 지난 2일 개영식 직후부터 잼버리 현장에서 숙식을 하며 직원들을 지휘하고 있다.
전북도 공무원들은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가 시작되기 한 달여 전부터 단 하루도 편할 날이 없었다. 6월 하순부터 7월 중순까지는 거의 매일 쏟아진 집중호우로 잼버리 야영장이 물바다로 변하자 배수로를 설치하는 등 물과의 싸움을 벌였다. 당시 전북도는 잼버리 기간에 제발 비가 내리지 않기만을 고대했다.
그러나 장마가 물러간 지난달 하순부터 ‘극한 폭염’과의 사투가 계속되고 있다. 잼버리 참가자들이 입영을 시작한 지난달 31일부터는 매일 악몽과 같은 나날의 연속이다. 급기야 폭염과 비위생적인 환경을 견디지 못한 미국, 영국 등 일부 국가 참가자들이 조기 철수를 단행하자 전북도는 지자체 공무원들을 자원봉사 요원으로 긴급 투입하고 나섰다.
전북도와 도내 14개 시·군에서 긴급 차출된 공무원들은 새만금 잼버리 야영장에서 온갖 궂은 일을 도맡아 하고 있다. 매일 600명씩 투입되는 공무원들은 ▲화장실 청소 ▲쓰레기 줍기 ▲환자 이송 ▲생수 등 필수품 전달과 안내 등을 수행한다. 이들 공무원이 하는 일은 애초 조직위가 모두 처리해야 하는 업무다.
전북도청 A 팀장(사무관)은 “화장지를 너무 많이 버려 막힌 화장실 변기에 손을 집어넣어 이물질을 빼내고 청소를 하느라 비지땀을 흘렸다. 더위와 악취는 감내하기 힘들 정도로 힘들었다”고 털어놓았다. 일부 직원들은 “화장실 앞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이용자가 나가면 곧바로 들어가 이상 유무를 살펴야 했다”며 “공무원의 사명감이 아니면 버티기 어려운 일이었다”고 전했다.
전북도청 B 주무관(6급)도 “눈을 뜨기 조차 힘든 땡볕 아래서 쓰레기를 줍는데 현기증이 나는 것을 겨우 참았다”며 “잼버리 조직위가 지난 6년 동안 무엇을 준비했는지 묻고 싶다”고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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