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스카우트 잼버리 개영식(개막식)에서 축하공연을 한 초·중·고등학생들이 약 8시간 동안 냉방시설조차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천막 대기실 등 열악한 환경 속에 놓여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뿐만 아니라 차량 통제로 인해 공연을 마치고도 한참이 지나서야 집으로 출발할 수 있었다. 현장에선 '윤석열 대통령의 개영식 참석으로 검색·통제가 강화돼 공연팀을 소홀히 대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학부모 제보와 <오마이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전북 지역 초·중·고등학생 100여명으로 구성된 관악단은 지난 2일 잼버리 개영식 시작 5시간 30분 전인 오후 2시 30분께 현장에 도착했다.
우선 관악단을 비롯한 여러 공연팀은 대기실에 들어가기 전 검색대를 통과해야 했다. 잼버리 조직위 측은 4일 <오마이뉴스>에 "VIP(윤석열 대통령)가 참석해 설치한 검색대"라고 설명했다. 관악단 인원만 100명이 넘었던 상황에서 설치된 검색대가 2대 뿐이었던 탓에 입장에만 상당 시간이 걸렸다.
관악단 관계자 A씨는 "그늘 하나 없는 땡볕에서 1시간 넘게 대기실 입장을 기다렸다"라며 "대기실 밖 임시 천막이 있었지만 햇빛을 완전히 가려주지 못했다. (주최 측에) '학생들이 병날 수 있으니 빨리 조치해달라'고 계속 요청했다"라고 말했다.
당시 현장에 있던 이들은 검색대 통과 후 천막으로 만들어진 대기실에 들어갔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대기실에 있던 이동식 에어컨 1대와 선풍기 1대는 관악단 인원이 휴식하기엔 턱없이 부족했고, 테이블과 의자 또한 부족해 학생 및 인솔교사 대부분이 바닥이 앉거나 서서 공연을 기다렸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학부모 B씨는 "아이가 공연을 기다리는 동안 굉장히 뜨겁고 더웠다고 했다"며 "세계 잼버리 대회라고 하니까 (아이에게) 좋은 추억이자 경험이 될 것 같았는데, 한편으론 굉장히 힘들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대기실 인근에 있던 관악단 버스 3대마저 현장으로부터 2~3km 떨어져 있는 곳으로 옮겨야 하는 일이 벌어졌다. A씨는 "오후 5시 쯤 주최 측에서 'VIP가 들어와야 하니 무대 뒤편 차량을 전부 빼 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대기실과 인접한) 무대 뒤편 도로가 통제되면서 도시락 배달 차량이 들어오지 못해 학생들이 제때 밥을 먹지 못하고 간식으로 끼니를 때웠다"며 "나중에 도시락이 도착했지만 (대기실의) 테이블도 하나뿐이고 의자도 부족해서 땅바닥에 앉아 밥을 먹어야 했다"고 덧붙였다.
윤석열·김건희 대통령 부부가 참석한 개영식은 이날 오후 8시부터 3시간 넘게 이어졌다. 관악단은 개영식 초반인 오후 8시 20분께부터 약 20분 동안 공연을 진행했다.
폭염에 대기실까지 열악해 제대로 휴식하지 못한 일부 학생은 4곡을 연주하는 동안 어려움을 겪었다. B씨는 "무더위에 관악기를 불어야 하니 너무 어지럽다고 이야기하는 학생들이 있었다"라며 "(공연 전) 중간중간에 얼음물이 제공되는지, 쉴 공간은 있는지 (현장에 있지 않던) 학부모들이 궁금해 했는데 전혀 확인이 안 되는 상황"이라고 떠올렸다.
공연 후에도 문제가 불거졌다. 오후 8시 50분께 무대 정리까지 마치고 내려온 관악단은 오후 9시 30분께 현장을 빠져나갈 예정이었으나 그러지 못했다. A씨는 "VIP의 (개영식) 참석으로 도로 통제가 지속됐고 (관악단 버스가 들어올 수 없어) 1시간 30분 가량 천막 대기실에서 기다려야 했다"며 "VIP가 빠지면서 통제가 풀렸지만 인파가 몰리며 또 시간이 지체됐다. 오후 10시 30분이 돼서야 트럭에 악기를 싣고 학생들도 버스를 탈 수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개영식 일주일 전 즈음) 오전에 갑자기 대통령 방문을 이유로 '학생들의 주민등록번호와 등본을 제출하지 않으면 입장할 수 없다'고 통보받았다. 필요한 정보겠지만 제출 기한이 그날 오후까지라고 해서 부랴부랴 준비했다"며 "뿐만 아니라 개영식 당일까지 행사 순서와 일정을 전달받지 못했다"라고 덧붙였다.
학부모 C씨는 "(대통령 참석으로) 교통 통제가 심해져 불편했다. (버스가 원래 위치에 있었다면) 버스에서라도 쉴 수 있었는데 그러지 못했다"라며 "대기실에 아이들이 앉아 있을 의자도 없었고 모기도 많았다. (개영식의) 공연팀인데도 불구하고 (그런 대우를 받았다)"고 떠올렸다.
전라북도 부안교육지원청 관계자는 "공연이 끝나고 (대기실 쪽으로) 차량 도착이 늦어지면서 학부모들의 항의가 발생했고 담당 교사에게 연락해 설명을 부탁드렸다"고 전했다.
잼버리 조직위 관계자는 "(입장을 위해 마련한) 검색대는 VIP가 참석해 설치한 것이 맞다"면서도 "(검색대에) 펜스와 금속 탐지기 정도만 둔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검색대 2개로도 관악단 100여 명 정도는 충분히 빠른 시간에 검색할 수 있을 걸로 예상했는데 그렇지 못했다"며 "대기실 역시 사전에 충분히 준비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 방문으로 차량 진입이 통제되면서 공연을 마친 관악단이 오랜 시간 대기해야 했다'는 지적에 대해선 "(대통령 참석을 앞둔) 오후 5시부터 행사가 끝날 때까지 응급 차량을 제외한 모든 차량을 통제한 것은 맞다"면서도 "학생들이 모두 걸어 다니기 때문에 위험해서 통제한 것이지 특정 인물 때문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윤 대통령을 비롯해) VIP들을 초청하는 이유는 그들이 아이들에게는 큰 메시지가 되기 때문"이라면서 "미국 스카우트에서도 대통령들이 참석하곤 한다. 이런 이유들이 호도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연이 끝난 관악단이 (버스가 멀리 있어) 직접 악기를 들고 2~3km를 걸어가야 하는 상황이 발생해 (학생들에게) '같이 (나머지) 공연을 보면 좋겠다'고 제안했고, 다수가 동의했다"며 "(그런데 조직위가) 안내를 잘못해서 학생들이 (나머지 공연을 보지도 못한 채) 오래 대기한 것은 맞다. 학부모들께 '죄송한 일이 벌어졌다'고 말씀드렸다"라고 덧붙였다.
A씨는 이 관계자의 '학생들 다수가 나머지 공연을 보는 것에 동의했다'는 주장에 "공연 전후 약 8시간 동안 조직위 관계자를 만나지 못했다"라며 "(조직위 측에) 공연이 끝난 후 '언제 빠져나갈 수 있냐', '버스는 언제 들어올 수 있냐'고 계속 물었다"고 반박했다.
(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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