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민 아들 사건’ 공소장 보니
웹툰 작가 주호민(42)씨가 자신의 발달 장애 아들을 학대했다며 고소했던 특수교사 A씨의 검찰 공소장이 최근 공개됐다. A씨 사건의 재판은 현재 수원지법에서 진행 중이다. 공소장을 접한 교육계와 법조계에서는 “사법 처리보다는 학내에서 징계 등으로 처리되어야 했을 사안”이란 지적이 제기됐다.
이 사건은 작년 9월 경기 용인의 한 초등학교에서 벌어졌다. A씨 변호인에 따르면, 주씨 아들은 비장애인 학생들과 통합 수업을 듣다가 여학생 앞에서 바지를 내려 특수 학급으로 분리 조치를 당했다. 다시 통합 수업을 받게 해달라고 요구하던 주씨는 아들의 가방에 녹음기를 넣어 보냈고, 녹음된 내용을 근거로 A씨를 경찰에 고소했다. 제3자 간 대화를 녹음하면 불법이지만 아동 학대 사건에서는 이를 증거로 인정하고 있다.
A씨 공소장에서 혐의 내용은 10줄이다. 주씨 아들과의 대화가 아니라 A씨가 한 말만 나열됐는데, “진짜 밉상이네. 도대체 머릿속에 뭐가 들어 있는 거야” “버릇이 매우 고약하다. 너를 얘기하는 거야” 등이었다.
A씨는 “야, 네가 왜 여기만 있는 줄 알아? “너네 반 교실 못 가. 친구들 얼굴도 못 봐” “아휴, 싫어. 싫어 죽겠어 나도 너 정말 싫어. 너 집에 갈 거야. 학교에서 급식도 못 먹어”라고도 한 걸로 돼 있다. 검찰은 이를 ‘장애 아동에 대한 정서적 학대’로 보고 A씨를 아동학대처벌특례법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했다.
이에 대해 A씨 변호인은 “공소 사실 10줄에는 특수교사가 쏟아붓듯 이야기한 것처럼 보이지만, 2시간 30분 동안 벌어진 총 6가지 다른 상황에 가장 부정적인 말들을 뽑아서 추린 것”이라고 반박했다. 가령, “싫어”의 반복에 대해선 주씨 아들에게 문장 읽기를 반복해서 가르쳤는데 잘못 읽었고 이에 대해 “싫다”는 말을 낮은 톤으로 반복했을 뿐, ‘아동이 싫다’는 의미가 아니었다고 했다. 또 A씨가 “그렇게 하면 친구들하고 못 어울려”라고 하자 주씨 아들이 “네”라고 하는 대화가 오갔는데 훈육에 해당하는 부분은 다 제외하고 A씨가 일방적으로 추궁하는 것처럼 편집됐다고 했다.
이를 두고 교육계에서는 “굳이 A 교사를 법정까지 세워야 했느냐”는 목소리가 커졌다. 법조계에서도 “검찰이 A씨 발언의 전체 맥락을 고려했는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한 현직 판사는 “‘너 죽을래’도 친구가 농담 삼아 할 때와 조폭이 할 때는 완전히 다른 말”이라며 “전체 2시간 30분 중에서 공소장에 나오는 내용이 그 정도라면 ‘정서적 학대’로 보긴 어렵지 않을까”라고 했다.
법무법인 리움의 김은정 변호사는 “교사에 의한 아동 학대의 경우, 외부 인사들이 참여하는 사건관리회의나 검찰시민위원회를 통해 처벌의 필요성을 따져 기소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 사건도 그런 과정을 거쳤으면 다른 결론이 내려졌을 것 같다”고 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전반적인 상황 설명이나 대화 맥락이 없이 피고인의 문제 발언만 모은 공소장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공소장 자체가 피고인의 처벌을 목적으로 한 문서라는 점을 고려해도 그 정도가 심하다”고 했다.
반면, 아동학대사건 전문인 신수경 변호사는 “정서적 학대에 대한 법원의 유죄 판단 기준은 ‘악의적이고 부정적인 감정에 기반한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표현’”이라며 “‘밉상’ ‘싫어’ 등은 훈육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한 현직 검사는 “A씨가 특수교사인 만큼 기소가 불가피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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