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아이돌 팬인 진모씨(27)는 지난달 발매된 최신 앨범 60장을 몰아서 샀다.
들어간 돈만 90만원이다. 가장 좋아하는 '최애' 멤버 포토카드를 모두 모으기 위해서였다.
그는 "모든 게 앨범을 많이 팔려는 상술인 걸 알지만,
원하던 카드를 얻으면 그만큼 행복하다"면서 "이런 맛에 '포카 도박'한다"고 했다.
'포카(포토카드)깡'. 기성세대는 잘 모르는 아이돌 팬만의 문화다.
아이돌 가수 앨범에 무작위로 들어있는 포토카드에서 원하는 사진을 얻기 위해 계속 앨범을 구매하는 걸 뜻한다.
발매되는 포토카드 종류가 워낙 많다 보니 팬들도 자연스레 똑같은 앨범을 여러개 구매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포카 도박'이란 표현까지 나온다.
아이돌 인기를 탄 K팝 시장은 그야말로 전성기다. 가온차트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대중음악 음반 판매량은 약 5400만장으로,
2016년의 5배에 이른다. 급성장한 음반 판매고 뒤에는 수십, 수백 장의 동일 앨범을 사주는 열성적인 팬들이 있다.
정민재 대중음악평론가는 "10년 전엔 50만장 판매만으로도 대단한 일이었지만,
지금은 200만~300만장을 돌파해야 할 정도로 과열된 상태"라며 "소장 욕구를 자극하는
연예기획사 마케팅이 팬들의 중복 구매를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포토카드만 보고 음반을 사는 상황이니, 나머지 앨범 구성품은 대부분 그냥 쌓아두거나 쓰레기통으로 향한다.
앨범에 들어있는 CD로 노래를 듣는 팬도 거의 없다고 한다.
재활용이 어려운 수많은 플라스틱 제품이 의미 없이 버려지는 셈이다.
케이팝포플래닛 누룰 사리파 활동가는 "앨범이 대량으로 버려지는 모습은 충격적"이라면서
"이른바 랜덤 포토카드나 팬 사인회 등과 연계된 경품 시스템이 주된 원인"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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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그 잡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