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이기범 기자 = "'여름은 따뜻하게 겨울은 시원하게'가 공무원의 삶이다."
최근 정부세종청사로 이전한 한 공무원은 자조 섞인 목소리로 불만을 나타냈다. 민간 건물을 임대해 쓰던 때와 달리 에어컨 이용이 불편해진 탓이다. 2일 세종시 낮 최고기온은 35도. 전국에는 폭염특보가 내려졌다.
계속되는 폭염에도 공공기관의 적정 실내온도는 28도 이상으로 43년째 그대로다.
'공공기관 에너지이용 합리화 추진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공공기관은 냉방 설비 가동 시 평균 28도 이상, 난방 설비 가동 시 평균 18도 이하로 실내온도를 유지해야 한다. 여름과 겨울마다 공무원의 불만이 쏟아지는 이유다.
◇ 세종청사는 형편 나은 편…오래된 건물 더 힘들어 그나마 세종청사는 형편이 나은 편이다. 예외 기준을 충족해 온도를 26도까지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해당 규정은 가스, 신재생에너지 등 비전기식 냉난방 설비가 60% 이상 설치된 건물에 한해 온도 기준을 2도 범위에서 완화해 적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퇴근 시간이 지나면 에어컨을 꺼야 한다. 주말에는 아예 작동하지 않는다.
한 공무원은 "야근과 주말근무가 많은데 에어컨이 작동하지 않는다"며 "가만히 있어도 땀이 날 정도여서 일하기 정말 어렵다"고 한숨을 쉬었다.
오래된 건물은 사정이 더 열악하다.
지어진 지 40년이 넘은 정부과천청사에서 근무하는 한 공무원은 "청사가 오래 돼 냉방기를 많이 설치하면 전력 감당이 안 된다고 한다"고 말했다.
50년 넘은 정부서울청사에서 일하는 공무원은 "10년 전에는 하루 2시간만 에어컨을 틀어 임신부가 쓰러진 적이 있다"며 "지금은 그나마 형편이 나아진 편"이라고 말했다.
종로구청에서 일하는 한 공무원은 "오후 5시가 되면 에어컨을 끄기 때문에 퇴근할 때까지 한 시간동안 땀에 젖는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 43년 전 정한 '28도' 기준…정확한 이유 아무도 몰라
여름철 적정 실내온도를 28도로 정한 이유를 정확히 아는 공무원은 사실상 없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기준이 마련된 1980년 당시 일본을 참고한 것 같다면서도 정확한 근거는 확인이 어렵다고 말했다.
1980년 11월7일 국무총리 지시 18호에는 "세계적인 에너지난에 대처하기 위해 에너지 절약 운동 추진 과정의 미흡한 점을 보완 시정하고 보다 만족할만한 절약 운동을 전개하자"며 '정부 및 산하 공공기관 에너지 절약대책'을 수립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후 1996년부터 2009년까지 공공기관 실내온도를 26도까지 내릴 수 있게 했다가 2010년 다시 28도로 높였다. 기후 변화로 날이 펄펄 끓고 있지만 근거가 불명확한 규정으로 28도 기준이 유지되는 셈이다.
https://v.daum.net/v/20230802155213394